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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Nov 06. 2024

아이와 같이 걷는 행복

행복은 항상 가까이에 있다.

다음날이 아이 소풍이라, 장을 보러 아이랑 같이 마트에 갔다. 아이 하원하고 놀이터에서 한 시간 정도 놀고 마트에 가는 거라, 난 집 바로 뒤에 있는 가까운 마트에 가려고 했는데 아이는 꼭 횡단보도를 건너서 가야 하는 다른 마트에 가고 싶다고 했다. 거기 먹고 싶은 뽀로로 과자가 있다고.


난 길 건너 까지 가는 게 조금 귀찮기도 하고 날이 어두워지고 있어서 가까운 마트에 갔다가 얼른 집으로 가고 싶었지만, 꼭 뽀로로 과자가 먹고 싶다는 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조금 더 걸어야 하는 마트에 가기로 했다.


아이는 그 마트에 갈 때마다 조금 걸어야 하는 거리다 보니, 평소에 항상 유모차를 타고 갔었다. (많이 걷는 걸 힘들어한다.) 그런데 이 날은 이미 많이 어두워졌고, 집에 가서 유모차를 가지고 나오면 시간이 많이 늦을 것 같아서 수지에게 걸어서 마트에 갈 수 있겠냐고 물어봤다.


그렇게 물어보면서도 '유모차를 탄다고 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했는데, 수지는 예상외의 말을 했다.


“응, 걸어서 갈게.”


항상 그 마트는 유모차나, 킥보드를 타고 갔기에, 걸어서 간다는 수지의 말에 조금 놀랐다.


하지만 놀란 표시를 내지 않고 "그래 좋아! 엄마랑 같이 걸어서 가보자!" 하고 손을 잡고 걸었다. 이미 놀이터에서 한 시간을 놀아서 에너지를 많이 쓴 상태일인데, 수지는 어디서 또 힘이 나는 건지 힘들다고 투정 부리지도 않고, 씩씩하게 잘 걸었다.


우리가 가는 마트를 가려면 조금 긴 횡단보도를 건너야 했는데, 우리가 횡단보도 앞에 다다르기도 전에 신호가 초록불이 됐다.


“어, 초록불이다! 수지야 우리 뛰어볼까?!” 하고 수지의 손을 잡고 달렸다. 달리면서 “수지야 어떡해 어떡해~빨간불 되면 안 돼~” 하면서 열심히 달렸고, 빨간불이 되기 전에 우리는 무사히 건넜다. 다 건너고 나서는 스포츠 경기에서 우승한 듯 “우와 미션 성공! 우리가 성공했어!" 하며 수지랑 같이 깔깔거리고 웃었다.


횡단보도를 시간 안에 건너려고 아이 손을 잡고 달린 것뿐인데, 그게 왜 그렇게 즐거운지. '아이 손을 잡고 달리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수지도 나와 같이 달리며 정말 좋아했다. 달리느라 숨이 차긴 했지만 같이 달리는 그 순간이 왠지 좋았다. 무언가를 향해 함께 가고 있다는 게 좋았던 걸까. 내가 느낀 이 좋은 감정은 아이도 같이 느낀 것 같았다.


우리는 같이 달렸고, 같이 도착했고, 같은 성취감을 느꼈다. 신호가 바뀌기 전에 무사히 횡단보도를 건넜다는 게 묘한 성취감을 주었다.


아마 내가 혼자였다면, 이 정도의 기쁨과 성취감은 느끼지 못했을 것 같다. 그냥 '아 건넜네' 하고 말았을 것 같다. 그런데 아이의 손을 잡고 달린 건 조금 특별했다. '우리가 해냈어!' 하는 이 기분이 굉장히 짜릿하고 달콤했다.


그리고 다시 마트까지 조금 더 걸어가야 했다. 나는 수지가 힘들까 봐 "수지야 업어줄까?"라고 물어봤고 수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업고 걸어가는 길에 수지에게 물어봤다.


“수지야, 근데 마트 갈 때 왜 유모차 안 타고 걸어서 간다고 한 거야?”

“아, 조금 힘들지만 조금 재밌어서.”


수지의 대답이 너무 이뻐서 웃음이 나왔다.

조금 힘들지만, 조금 재밌어서 힘든걸 기꺼이 선택한 마음. 조금 힘든 것보다 조금 더 재밌는 것에 더 가치를 둔 마음. 유모차에 앉아서 가면 좀 더 편하긴 하지만, 조금 재미가 없고, 걸어서 가면 조금 힘들긴 하지만 조금 더 재밌다는 아이.


이런 아이를 보며, 내가 무엇에 가치를 더 두고 사는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살면서 겪게 될 무수히 많은 일들 속에 그 나름의 장점과 단점이 다 있을 것이다. 힘들지만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는 일도 있을 것이고 편하지만 보람이 없고 무료한 일도 있을 것이다. 내가 무엇에 더 가치를 두는지에 따라서 내 삶의 방향도 달라질 것이다.




수지의 저 말에 나는 이렇게 말했다.


“수지야, 엄마도 지금 수지 업고 가는 게 조금 힘들지만 조금 재밌어.”


수지는 내 말에 웃었다.


그리고 수지가 나에게 다시 물었다.

“엄마 수지 무겁지? 힘들어?”

“아니 안 힘들어. 엄마는 수지 업어서 좋아. “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걷다 보니 어느새 마트에 도착했다. 어둠이 내려앉아 달빛이 비치는 저녁, 아이를 업고 걸으며 나눈 이 대화가 달빛보다 더 밝게 내 마음을 비춰주었다.


이 순간이 정말 행복했다. 내 등에 느껴지던 아이의 따스한 체온, 내 어깨에 멘 가방이 안 떨어지게 가방 끈을 꼭 붙잡고 있던 아이의 작은 손, 그리고 조금 힘들지만 조금 재밌다며 이 순간을 행복으로 만들어주던 아이의 이쁜 말.


이 모든 게 행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항상 지금, 여기 내 가까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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