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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Nov 04. 2024

따스한 배려가 담긴 아이의 말

부드러운 말의 강한 힘

지난 주말 토요일은 아이와 같이 밖에 나들이를 다녀오고, 일요일은 집에서 쉬었다. 오전에 아이랑 놀이터에도 가고 동네 산책도 하고 왔더니, 오후에 졸음이 솔솔 밀려왔다.


수지가 아빠랑 놀고 있는 사이, 난 침대에서 잠이 들었다. 피곤했던지 단잠을 잤다. 내가 자고 있는데 아빠랑 거실에서 놀던 수지는 중간중간 날 보러 방에 들어왔다. 수지가 들어오면 난 잠깐 잠에서 깼다. 수지는 내가 계속 자고 있는지 확인을 하러 오는 것 같았다.


방에 들어와서 아빠랑 같이 만든 것도 보여주고 나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내가 일어나길 바라는 수지의 마음이 느껴졌다. 하지만 수지는 나에게 일어나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난 수지의 마음을 알아챘지만, 일부러 모른척하고 물어봤다.


“수지야, 왜 계속 엄마한테 와서 수지가 만든 거 보여줘?”

”엄마가 이뻐서. “


이 말에 이불을 부여잡고 행복한 웃음을 터뜨렸다. 엄마가 좋아서도 아니고, 엄마 일어나라고도 아니고, 엄마가 이뻐서 그렇다는 수지의 달콤한 말에 마음이 녹아내렸다.


수지는 말을 참 이쁘게 한다. 상대가 듣기에 기분 좋은 말을 잘해준다. 그리고 항상 예상한 말보다 훨씬 더 기분 좋은 말을 해준다.


이 말을 하고 수지는 다시 거실로 나갔다. 수지가 나가고 난 조금 더 누워 있었다. 수지의 달콤한 말을 곱씹으며, 그 달콤함을 좀 더 오래 음미하며 포근한 이불에 몸을 더 밀어 넣었다.


그리고 수지가 다시 방에 들어왔다. 아직 누워 있지만 눈을 뜨고 있는 나를 보고 수지가 이렇게 말했다.


“엄마 잘 잤어?”


‘엄마 일어나’가 아니라 ‘엄마 잘 잤어?’라는 이 말에 내가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으면서, 동시에 배려가 묻어 있었다. 수지는 내가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엄마를 깨우려고 하지 않고, 자는 엄마를 기다려주었다. 마음속에는 엄마가 일어나서 자기랑 놀아주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있었는데 그 마음을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표현했다.


나에겐 그렇게 느껴졌다. 피곤해서 자는 엄마를 억지로 깨우고 싶진 않지만, 엄마가 얼른 일어나서 자기랑 같이 놀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부드럽고 달콤한 말에 담아 내 마음을 간지럽히며 살살 깨워주었다.


만약에 수지가 ‘엄마 그만 자고 일어나’라고 말했다면 어쩌면 나는 이불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청개구리 같은 심리는 아이나 어른이나 다 가지고 있지 않은가. 일어나라고 하면 더 일어나기 싫은.


수지는 그런 심리를 이미 알고 있다는 듯, 강하게 나오지 않고 오히려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내게 말했다. ”엄마 잘 잤어?”


수지의 이 말에 난 ‘아, 이제 일어나야겠다’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마 한 시간 정도 누워 있었던 것 같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더 자고 싶긴 했지만, 엄마를 기다리는 수지의 간절한 눈빛과 조심스레 건네는 말에 담긴 따스한 온기가 나에게 일어날 힘을 주었다.


수지는 힘들게 몸을 일으키는 날 위해, 다가와 뽀뽀도 해주었다. 수지의 뽀뽀는 항상 날 힘나게 한다. 수지의 뽀뽀를 받고 난 “꺄악!” 소리를 지르며 외치며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수지를 와락 안았다.작고 포동한 수지의 몸이 내 몸에 닿는 촉감이 너무 좋다. 아직도 뱃살이 동그랗게 나와있고 옆구리 살이 잡히는 아이의 뽀동한 몸이 너무 좋다. 그리고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내 품에 쏙 안길 때 그 느낌은 나에게 그 무엇과도 비할 수 없는 큰 행복을 준다.


이 날도 아이를 통해서 배운 게 있다.

자기의 원함을 내세워 상대에게 강하게 말하는 게 아닌, 상대가 내 말에 움직일 수밖에 없도록 하는 말은 강한 말이 아닌 배려가 담긴 조용하고 부드러운 말이라는 것. 그 말이 목소리에 힘을 담아 강하게 말하는 것보다 오히려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그리고 나도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가 해주길 바라는 것을 명령하듯이 이거 해, 저거 해가 아니라 존중과 배려를 담은 부드러운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


'내가 너 위에 있어, 내가 너보다 어른이야' 라는 마음이 아닌 아이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부드럽게 건네는 말이 아이의 마음에 따스한 힘으로 닿을 것 같다. 그리고 그 힘이 아이에게 따뜻한 햇살같은 양분이 되어 자라는데 큰 힘이 될거라는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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