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수집가 Nov 22. 2024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요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비결

* 이번 제목은 정윤 작가님의 책 '마음의 자유' 목차에서 빌려온 제목입니다.



남편과 같이 아이 하원을 시키고 분식집에서 저녁을 먹은 날이었다. 수지는 돈가스를 시켜주고 우리 부부는 순대, 튀김, 어묵을 시켰다.


음식이 나와서 한참 맛있게 먹다가, 남편이 자기는 음료수를 먹겠다며 탄산음료를 주문해서 가져왔다.

그리고 나에게 탄산음료 먹을 거냐고 물어봤다.

내가 평소에 탄산을 잘 안 먹는데, 그래도 남편은 자기가 탄산을 먹을 때마다 나에게 먹을 거냐고 물어본다.


나는 안 먹겠다고 했다. 내 대답에 남편이 다시 물어봤다.


“한입도 안 먹어?”

“응 안 먹을래.”

“진짜 신기하다. 탄산 안 먹고 이것만 먹으면 안 느끼해?”

“응, 나는 괜찮아.”


나는 다이어트 목적도 아니고, 그냥 원래부터 탄산을 안 좋아했다. 탄산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체질로 태어난 것 같다.


치킨이나 피자, 분식을 먹어도 탄산은 잘 안 먹는다. 먹어도 딱 한입 정도?

그리고 탄산뿐만 아니라 사이드음식도 잘 안 먹는다.

예를 들면 치킨을 먹을 때 무를 안 먹고, 짜장면을 먹을 때 단무지를 안 먹고, 파스타를 먹을 때도 피클을 안 먹는다. 메인음식과 세트로 나오는 사이드반찬은 거의 안 먹고, 항상 메인음식만 먹는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지만 무도, 단무지도, 피클도 안 좋아해서 안 먹는다.


탄산을 안 먹는다는 나에게 남편이 우리 연애 초기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그때는 사이드 음식은 안 먹고 메인 음식만 먹는 내가 조금 이해가 안 됐다고 한다.


남편이 자기도 메인음식을 먹고 싶은데 내가 메인만 집중해서 (많이) 먹으니 조금 싫었다고 했다. 남편은 천천히 먹는 편이고, 사이드도 이것저것 먹는 편인데 난 먹는 속도도 빠른 데다 사이드는 건드리지도 않고 메인만 집중해서 먹으니, 나랑 같이 먹을 때 본인이 양껏 먹지 못한 것 같다. 남편은 천천히 먹다가 어느새 보면 내가 이미 다 먹고 없는 경우도 많아서, 그때는 그게 싫었다고 했다. (내가 뭘 그렇게까지 많이 먹었다고)


그 말에 웃음이 터졌다. 생각해 보니 그때 이런 얘길 나한테 딱히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메인만 먹지 말고 다른 것도 좀 먹으라는 말은 들어본 것 같다. 하지만 이걸로 싸운 적은 한 번도 없다.


지금은 이 말을 웃으며 편하게 하는 남편에게 나는 '내가 그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물어봤다.


“지금은 어때? 지금도 싫어?”

“아니, 지금은 네가 이런 사람인 줄 아니까 괜찮지. 그리고 네가 이전에 비해 먹는 양이 많이 줄기도 했어(웃음)”


이렇게 말하며 남편은 웃었고, 나도 웃었다.




사실 이 식성차이는 아주 사소한 거다. 아주 사소한 거지만 둘의 성향이 매우 다른 부분이기도 하다.


가족이나 연인 등의 관계에서 갈등이 생긴 원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 이렇게 별거 아닌, 사소한 것에서 오는 것이 많다. 서로 다른 취향, 성격, 살아온 방식, 가치관 등 모든 게 다른데 나와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여기고, 상대가 나와 다른 점을 고치려고 하다 보면 모든 것에서 부딪힌다.


사람관계에서 최소한의 예의와 적정한 선을 지켜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나 자신의 취향도 존중하지만 다른 사람의 취향도 존중해야 한다. 결혼생활에서는 더더욱 이런 선을 지키면서,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연애초반 시절, 내가 사이드 음식은 안 먹고 메인음식만 먹는 게 남편 기준에서는 이해가 안 됐다. 그런데 남편은 그 당시, 자기 기준에서 이해 안 되는 부분을 나에게 바로 들이밀면서 따지지 않고 잠잠히 나를 관찰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을 가진 것 같다.


그리고 나의 성향을 알아가고, 자기와 다른 점이 어떤 것인지 알아가면서 서서히 나를 있는 그대로 수용해 준 것 같다. 남편이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니, 지금의 나와 그때의 내가 크게 다르지 않아도 지금은 딱히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


우리 부부는 결혼하고 나서도 서로에 대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제 알만큼 안다 싶어도, 여전히 서로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기도 하고, 새로운 점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아무리 서로 좋아하는 부부라고 해도 이런 노력 없이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우리 부부도 서로 다른 점 때문에 갈등이 생기거나, 서운해한 적도 있지만 이걸로 크게 싸운 적은 없다. 오히려 그런 상황에서 평소 말하지 못했던 마음의 이야기를 하며 서로에 대해 더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갈등이 생기는 상황에서는, 내 생각만 하며 달리던 마음을 잠깐 멈추고 상대를 돌아보고 또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었다.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서로에 대해 더 알아갔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의 그릇을 더 넓히게 되었다.


우리 부부 둘 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는 노력을 한다. 이 노력은 결혼생활 내내 꾸준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노력이 힘든 것만은 아니다.


상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하면 상대를 함부로 대하지 않고 존중하게 되면서, 존중을 바탕으로 한 편안하고 좋은 관계가 유지된다. 상대를 향한 존중은 곧 나에 대한 존중이기도 하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같다.

이 방법은 모든 인간관계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유일하고 확실한 방법이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마음'을 지키는 것이 소중한 사람을 소중하게 지키는 방법이다.


목, 금 연재
이전 01화 매일의 동그란 산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