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제목은 황보름 작가님의 책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의 목차에서 빌려온 제목입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일요일 하루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 중심으로 돌아간다. 매주 평일엔 '이번 주말엔 수지랑 어디 가지?'가 과제다. 그래서 틈틈이 수지가 좋아할 만한 곳에 중점을 두고 열심히 찾아본다. 이렇게 어딜 놀러 갈지 찾는 과정도 즐겁다.
특정 장소를 찾으면서 수지랑 그곳에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상상을 하다 보면 수지가 매우 좋아할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지는 장소가 있다. 그러면 그 장소로 선택한다.
평일에 같이 보내는 시간이 짧다 보니, 주말엔 최대한 아이에게만 집중하려고 한다. 어딘가 놀러 가서 수지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그것으로 충분히 행복하다.
내 아이의 웃음보다 더 큰 기쁨은 없다. 주말엔 그 기쁨을 마음껏 누리는 날이다.
지난 주말엔 경남 고성에 있는 대형 카페에 갔다.
그 카페는 바다뷰가 아름다운 곳에 위치해 있었고, 한 면이 다 통창으로 푸른 바다가 한눈에 다 보이는 곳이었다. 보자마자 '우와' 하는 감탄을 10번 정도 한 것 같다. 이 날은 하늘도 너무 아름다워서, 아름다움에 또 아름다움을 더한 하늘과 바다의 조합에 보는 것만으로 넘치게 행복했다. 자연이 주는 행복을 만끽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날아다니는 새들, 잔잔하게 물결치는 바다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평안해졌다.
약 45분 정도 차를 타고 와서 조금 지쳐있던 수지도, 이곳에 오자마자 다시 활력을 찾고 에너지가 넘쳤다.
레인보우 케이크를 먹으며 장난을 치기도 하고, 여기저기 구경하고, 같이 사진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카페 야외에는 작은 인공연못, 돌하르방, 공룡 모형도 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할 것들이 한가득이었다. 공룡을 보고서는 그 앞에 서서, 자연스레 사진 찍는 포즈를 취해서 사진도 여러 장 찍었다. 차를 타고 오는 동안에는 '언제 도착하나' 하는 생각을 하며 조금 지루했는데, 카페에 와서 본 황홀한 풍경과 좋아하는 수지를 보니 좀 전까지 있던 지루함은 다 날아가버리고, 충분히 즐겁고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이 날 점심은 진주한우축제에 가서 먹었다. 진주에서 열린 제1회 한우축제였고, 나는 이런 축제를 가본 적이 없어서 생소했는데 가서 직접 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고기를 사려고 줄을 서있고, 행사장 안에서도 고기를 구워 먹는 많은 사람들로 꽉 찬 걸 보고 매우 놀랐다.
우리 식구도 줄을 서서 고기를 사고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숯으로 고기를 구워 먹었다. 한우는 늘 식당에 가서 먹었는데, 이렇게 야외 노상에서 먹는 건 처음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괜찮았고, 수지는 오히려 이렇게 밖에서 먹는 게 더 좋다고 했다. 주변에 사람들이 많은 게 재밌었나 보다.
한우축제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우리는 맛있게 잘 먹었다. 다 먹고 나서, 후식은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그러고 집으로 돌아오니 저녁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느새 하루 반나절이 훌쩍 지나갔다.
집에 와서 집정리도 하고, 씻고, 저녁 식사 준비를 하니 날이 금방 어두워졌다. 하루종일 밖에서 에너지를 쏟은 수지는 침대에 누워 있다가, 금세 꿈나라로 떠났다.
수지와 보내는 주말은 항상 알차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정말 뿌듯하다. 평일 5일에 비하면 주말의 2일은 너무 짧지만, 이 짧은 이틀이라도 하루종일 아이에게 집중하고 아이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나면 정말 뿌듯하고 행복하다. 내 아이와 하루종일 같이 시간을 보낸 것만으로 이 날은 충분히 만족스럽다.
이렇게 아이에게만 집중한 일요일 저녁엔 뿌듯함과 행복함을 마음에 안고, 내가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시간을 보낸다. 아이가 잠들고 조용해진 집 거실에 조명등을 켜두고 하루를 돌아보며 일기도 쓰고, 그날의 기록을 남긴다. 이때 독서기록도 하고, 책도 읽고, 글도 쓴다. 나에게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다.
일요일 하루의 90%를 아이를 위한 시간으로 쓰고 나머지 10%는 내 개인적인 시간으로 쓰는데, 내 시간을 더 많이 보내지 못한 것이 전혀 아쉽지 않다. 아이와 보낸 시간은 나에게 더없는 행복이고 가치로운 시간이기에 충분히 만족한다.
이렇게 아이와 온마음을 다해 하루를 보내고, 나에게만 집중하는 차분한 시간을 가지면 더 밀도 높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하루종일 아이에게 쏟은 에너지를 나에게로 돌리고, 나에게 집중하는 이 시간은 내 마음을 풍성하게 한다.
이래서 나의 일요일 밤은 항상 뿌듯하다. 이렇게 저무는 일요일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