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수집가 Nov 29. 2024

대단한 걸 쓰려고 하지 마세요.

매일 글을 쓸 수 있는 힘

* 이번 제목은 이유미 작가님의 책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 의 목차에서 빌려온 제목입니다.



나는 매일 글을 쓴다. 책을 내는 것도 아니고, 어디 기고할 글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매일 글을 쓴다.


매일 쓰지 않으면, 그 하루가 그냥 날아가버린 느낌이 들어 허전하다. 내 하루를 돌아보고, 내 생각을 들여다보며 글을 쓰다 보면 내가 나를 정성스럽게 챙기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좋다. 그래서 매일 글 쓰는 게 힘들지 않고 즐겁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1년 반정도가 되었다. 그전에는 혼자 보는 일기장이나 메모장에 글을 쓰다가 남들이 다 볼 수 있는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조금 더 신경 쓰게 되었다. 이전에는 혼자 보는 일기다 보니 마음대로, 두서없이 그냥 막 썼다.


그런데 이제는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공간에 글을 쓰다 보니 혼자 보는 일기 같은 글이 아닌, 남들이 봐서 공감할만한 요소가 하나라도 있거나, 아주 작은 의미라도 남을 수 있는 글을 생각하게 된다.


독자를 의식하고 쓰는 글은 당연히 글쓰기에 필요하고,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너무 지나치게 타인을 의식하면 솔직한 내 글을 쓸 수가 없다. 그리고 '남들이 이런 글을 쓰면 좋아할 것 같아' 하고 욕심내서 글을 쓰면 오히려 글이 부자연스러워지고, 군더더기가 잔뜩 붙은 이상한 글이 된다.


나도 가끔 그런 욕심이 들어 힘이 들어간 채로 글을 쓰다가, 내 마음이 매우 불편하고 편하게 글이 써지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이제는 별거 아니라도, 내가 쓰고 싶은 글을 그냥 편하게 쓴다. 남들이 어떻게 볼지는 내려놓고, 그냥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생각나는 대로 써본다. 이렇게 썼을 때 아주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글이 의외로 조회수가 높다거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 준 적도 있다.


이런 경험을 할 때마다 느꼈다. 지금 쓰는 내 이야기가 아주 소소하고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누군가에는 분명히 힘이 되기도 하고, 따스함을 주기도 한다는 것을. 사람들은 각자 다른 자신만의 필터로 글을 흡수하고, 그 안에서 자기에게 힘이 되는 좋은 마음을 찾아낸다는 것을.


그래서 더욱더 편하게 글을 쓴다. 꾸미거나 무언가를 보태서 부풀린 글보다, 그냥 밋밋하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내 글이 더 좋은 것 같다. 내가 솔직하고 편하게 쓴 글은 읽는 사람들도 편하게 읽어주는 것 같다.




그리고 글을 쓰려면 글감이 필요한데, 글감으로 글을 쓰는 건 요리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로 요리를 하는 것처럼, 나도 내 마음에 담긴 재료들로 요리를 한다. 어떤 날은 심심한 야채볶음, 어떤 날은 달콤한 닭강정, 어떤 날은 뜨끈한 칼국수 같은 글을 내가 가진 재료로 만들어본다. 내 안에 있는 것으로 나만의 요리를 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더 많은 재료를 욕심내지 않고, 남의 냉장고를 탐내지도 않고, 그저 내가 가진 것으로 요리를 하면, 나만이 할 수 있는 음식이 탄생한다. 그게 나의 글이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내 글이 브런치에 벌써 479개가 쌓였다. 내가 글을 얼마나 썼는지 평소에 헤아려보지 않다가, 가끔 이렇게 내가 쓴 글의 개수를 보고 그때서야 '어, 이렇게 많이 썼구나.' 하고 생각한다.


조회수나 좋아요 수가 많은 것도 좋지만, 그보다 더 좋은 건 내가 쓴 글의 수가 많다는 거다.


내가 매일 부지런히 글을 썼다는 것. 내 하루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글로 남겼다는 것. 내가 느낀 행복을 놓치지 않고 글로 붙잡았다는 것이 그저 뿌듯하고 감사하다.




그리고 매일 글을 쓰면서 알았다. 대단한 일이 있어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을 쓰다 보니 내 일상이 특별해진다는 것을.


대단한 이벤트가 있을 때만 글을 쓰려고 하면, 쓸거리가 잘 없는데 소소한 것을 쓰려고 하면 쓸거리가 넘친다. 내 일상의 작은 것들도 자세히 들여다보고, 지나가는 것들도 놓치지 않고 보게 된다.


그러다 보니 글감이 항상 많다. 글감을 저장해 둔 내 메모장엔 글감이 풍성하다. 글감이 없어서 고민하는 게 아니라, 글감이 많아서 고민한다. '오늘은 어떤 글감을 선택할까' 하고. 아주 행복한 고민이다.


나의 글감은 주로 아이에 대한 게 많은데, 아이를 키우면 매일이 다른 것을 실감한다. 아이가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게 보인다. 아이가 이쁘게 자라는 모습을 사진이나 영상으로만 담아두기엔 너무 아쉬워서 글로 남긴다. 그래서 아이가 한 말, 행동, 작은 것 하나하나 다 너무 소중하고 귀여워서 글감서랍에 하루에도 여러 개를 저장하게 된다.


그리고 내가 읽은 책에서, 매일 하는 산책길에서 본 풍경에서, 남편과 나눈 대화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나서, 옆에 지나가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다가, 때로는 그냥 풀벌레 잡아먹고 있는 새들을 보면서도 느껴지는 게 있어 끄적끄적 메모를 하기도 한다. 이렇게 자세히 보면 내 하루의 모든 것이 다 글감이다.


내가 매일 글을 쓸 수 있는 힘은 여기서 오는 것 같다.

대단한 걸 쓰려고 하지 않는 것.

내 하루를 이루는 디테일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


내 삶에 대단한 일이 없다고 해서, 내 삶이 의미가 없거나 하찮은 게 아니다.

내 삶의 의미는 내가 부여하는 것이다.

나는 그 의미를 글을 쓰면서 부여한다.

내 하루가 이래서 뿌듯했구나, 이래서 오늘 행복했구나 하고.


글을 쓰면서 알아간다.

하루도 의미 없는 날은 없다는 것을.

모든 날이 각자의 소중한 의미들로 반짝인다는 것을.

매일 글을 쓰는 하루하루가 의미로 가득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