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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Dec 05. 2024

디지털 디톡스

화장실 갈때마다 들고가던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 이번 제목은 백영옥 작가님의 책 '빨강머리앤이 하는 말‘ 목차에서 빌려온 제목입니다.



나는 화장실 갈 때 핸드폰을 들고 가는 습관이 있었다.

화장실에 가는 목적은 하나인데, 볼 일을 볼 때마다 핸드폰을 들여다보니 언젠가부터 꼭 핸드폰을 보러 화장실에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꽤 오래된 습관이라 그동안 화장실 갈 때 핸드폰 들고 가는 건 당연한 듯 여겼는데, 화장실에서 볼일이 다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핸드폰을 보느라 더 오래 있다 나오는 나 자신을 보며 갑자기 생각에 불이 번쩍 켜졌다.


'이거 뭔가 잘못됐구나. 내가 핸드폰 없이는 볼 일도 못 보는 사람이 됐구나.'


사실 화장실에서 해야 할 일은 한 가지인데, 그 한 가지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핸드폰 보는 것에 더 집중하는 내가 잘못된 것임을 느끼고 이런 나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핸드폰은 내가 필요해서 사용하는 그냥 내 물건일뿐인데, 언젠가부터 핸드폰이 내 주인인양 나를 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나도 모르게 핸드폰에 많이 의존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이제 핸드폰이 없으면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핸드폰은 필수품이 되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핸드폰은 그 용도가 정해져 있고, 내가 핸드폰이 필요할 때만 쓰려고 하면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런데 나는 굳이 핸드폰이 필요 없는 순간에도,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내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

그것도 화장실에서 말이다.


평소에는 일부러 핸드폰을 많이 보지 않으려고 의식하고 노력한다. 회사에서는 핸드폰을 안 봐도 내가 다른 할 일들이 있어서 자주 들여다보지 않는다. 그리고 디지털과 거리두기를 의식적으로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인스타 피드를 내려보는 것도 잘 하지 않고 내 사진이나 글을 내 계정에 올리고 싶을 때 인스타에 들어가서 내 기록을 올리고 그때 다른 지인들의 소식을 잠시 훑어보고 나온다.  


이런 면에서는 나름 디지털과 거리 두기를 하며 중독되지 않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었는데, 화장실에서 핸드폰 보는 것은 아주 가볍게 생각하고 은연중에 내가 나에게 핸드폰을 마음껏 봐도 된다고 정한 공간이었다.


디지털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디지털을 통해 내가 얻는 좋은 점들도 분명히 있다.


그런데 내가 디지털을 보고 안 보고를 선택하는 주인의식을 잃어버리고, 디지털이 내 주인이 되어 내가 진짜 해야 할 일에 온전히 집중을 못하고, 디지털이 끌어가는 대로 끌려간다면 그건 분명 문제인 것이다.


화장실에서 핸드폰을 보는 내가 그랬다. 내가 핸드폰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핸드폰이 날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이제 화장실 갈 때 핸드폰 들고 가지 말자.’ 이렇게 마음먹었다.


이 마음을 가진 후부터, 화장실에 갈 때 핸드폰을 놓고 갔다. 이 마음을 먹고 처음엔 화장실에 갈 때 또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들고 가다가, 문 앞에서 '아차' 하고 다시 핸드폰을 밖에 놔두고 들어갔다.


그리고 내 몸의 감각에만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화장실에 있는 시간도 많이 줄었고, 나는 화장실에서 한 가지 일(?)에만 온전히 집중하게 되었다.


처음엔 이 습관을 끊는 게 좀 어려울 줄 알았다. 그런데 마음먹고 바로 행동으로 옮겨서 몇 번 하다 보니, '핸드폰 없이 화장실 가는 게 이렇게 좋구나!' 하는 걸 느낀다. 이 좋은 걸 왜 그동안 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지금은 핸드폰 없이 가벼운 손과 마음으로 화장실에 간다.


이제는 화장실에서 쓸데없이 보내는 시간도 많이 줄었고, 그렇게 버려지던 내 소중한 시간을 다시 되찾았다.

지금은 정말 너무나 만족스럽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좋은 건, 내가 다시 주인자리를 찾았다는 것이다. 핸드폰을 내 주인으로 두고 그 주인이 시키는 대로 살면서 내 에너지가 고갈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내가 주인자리를 되찾고, 핸드폰은 나의 필요에 의해서만 사용하는 하나의 물건인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지금은 내 삶과 마음에 안정이 있다. 이젠 에너지 고갈이 아니라, 매 순간 에너지가 생성되는 느낌이다.




내가 내 삶의 주인으로 살기 위해 '디지털 디톡스'가 꼭 필요하다.


내 삶은 나의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내가 나를 위한 좋은 것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남이 좋다고 해서 주는걸 덥석 받는게 아닌, 내가 선택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힘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디지털의 노예가 되어, 디지털이 내게 보여주고 주입시키는 것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다 보면 내 삶에 나도 모르게 독소가 쌓인다. 그리고 언젠간 반드시 병이 난다.


지금 내 마음에 독소가 쌓이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면, 그 순간 바로 디톡스에 돌입해야 한다. 우리 몸에도 독소가 쌓이면 염증이 생기고, 그걸 제 때 해결해주지 못하면 큰 병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마음의 독소도 마찬가지다. 지금 내 마음에, 정신에 독소가 쌓이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그 독소를 빼내기 위한 디톡스를 해야 한다.


그리고 막상 해보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내 '마음먹기'에 따라 충분히 할 수 있다.

나 자신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

내 삶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나 자신을 굳게 믿고 나아가면 디지털 디톡스뿐만이 아닌, 나를 괴롭히고 내 에너지를 갉아먹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내 삶의 주인으로, 내 삶을 더 좋게 만드는 것들을 선택하고 받아들이며 나를 위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나를 더 행복하게 하고, 내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것을 스스로 선택하자.

우린 충분히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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