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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Dec 06. 2024

사소함의 목격자

사소함에서 자주 발견하는 행복

* 이번 제목은 김신지 작가님의 책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목차에서 빌려온 제목입니다.



매일 글을 쓰면서 나타난 가장 뚜렷한 변화는 '사소한 것에 관심을 기울이는 마음이 깊어졌다는 것'이다.


글로 내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들이 조금 더 풍성해졌고, 작은 것에도 무언가를 느끼고 생각하는 감각도 좀 더 민감해졌다.


이전엔 별 관심 두지 않고 스쳐 지나가던 것들도 조금 더 유심히 들여다보게 되고, 내 마음에 들어오는 풍경들을 천천히 음미한다. 글을 쓰면서 내 주변의 것들을 좀 더 온전히 느낀다.


급하지 않게,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을 온전히 누리려는 마음이 점점 더 깊어진다. 그리고 이 마음이 깊어질수록 내 삶 곳곳에 있는 기쁨, 행복, 감사와 더 만나게 된다.




내 일상은 동그란 원을 도는 것처럼, 늘 비슷한 일들이 반복되고 비슷한 패턴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나의 동그란 일상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일 다르고, 하루하루 의미 없는 날이 없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우선 창문의 블라인드부터 올린다. 그리고 아침 하늘을 본다. 하늘은 매일 다른 풍경으로 날 맞이한다. 단 한 번도 같은 풍경이었던 적이 없다.  아침 하늘을 볼 때마다 '오늘도 이 하루를 선물 받았구나' 하는 마음이 든다.

그리고 하늘을 보며 행복한 이 마음을 잠시 음미한다.

이전에도 하늘을 참 좋아했지만, 글쓰기를 하면서부터는 매일 보는 하늘에서 느끼는 행복의 감각이 더 예민해졌다. 이 예민해진 감각 덕분에 작은 것에도 감사할 일이 더 많아졌다.


매일 산책을 하면서도 이런 행복을 느낀다.

이제 날이 추워져서, 산책을 하면 잎이 다 떨어진 앙상한 겨울나무 풍경으로 가득하다.


나뭇잎이 풍성한 나무도 아름답고, 단풍으로 알록달록한 나무를 보는 것도 참 좋지만 잎이 다 떨어져 나뭇가지만 앙상하게 있는 겨울나무를 보는 것도 좋아한다. 잎이 다 떨어진 나무는 갸냘픈것 같지만 흔들림이 묵묵히 서 있다. 그 모습이 왠지 더 강인해보인다. 그리고 파란 하늘 배경으로 나뭇가지가 뻗어 있는 모습은 파란 도화지에 나무 밑그림을 진하게 그려놓은 것 같다. 난 왠지 그 모습이 좋다.


잎이 다 떨어져도 나무는 그 자체로 아름답다. 이런 겨울나무를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잎이 풍성해도 아름답지만, 잎이 없어도 넌 그 자체로 참 아름답구나.' 이 생각을 하다가 '아, 나도 그런 존재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내 겉모습이 어떻든지, 남에게 보이는 모습이 어떤지에 상관없이 그냥 나는 나 자체로 아름답다는 생각.

이 생각을 하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나는 나 자체로 충분하구나. 꼭 나무가 나에게 그렇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앙상한 나뭇가지 하나 보다가 이런 생각으로까지 이어지는 내가 조금 신기해서 웃음이 나왔다.


사소한 것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것이 갖고 있는 본질에 대한 생각도 해보고, 나름대로 의미도 부여해 본다. 이렇게 사유하다 보면 내 영혼이 충만해지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잊고 싶지 않아서 글을 쓴다.

글로 기록한 마음은 쉽게 잊히지 않고 내 기억 속에 좀 더 오래 남아있다. 그때의 감정을 잊어버리고 살다가도 글을 다시 보는 순간 그때의 감정과 생각이 다시 살아난다.   


그래서 좋은 마음을 남기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을 그냥 지나치고 싶지 않아서, 소중하게 차곡차곡 모으고 싶다는 생각에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글을 쓸수록 행복감이 더 커지는 것을 느낀다.


이 행복감은 엄청난 크기의 행복이 아니라, 사소한 것에서도 행복을 느끼는 감각이 더 민감해져서 자주, 쉽게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다. 행복은 크기가 아니라 빈도라는 말에 정말 공감한다.  


사소함에서 행복을 자주 발견하는 '사소함의 목격자'가 된 것 같다. 사소함 속에 숨어 있는 행복을 자주, 쉽게 발견한다.


산책길에 따스한 햇살이 온몸을 포근하게 덮어주는 것, 길에 피어있는 아지랑이들이 바람에 하늘하늘 흔들리는 풍경, 아이가 자다 일어나 '엄마' 하고 부르는 목소리 등. 나의 동그란 일상을 이루고 있는 사소함들에서 큰 행복을 느낀다.


내 일상을 촘촘히 이루고 있는 사소한 것들에 관심을 두고, 거기서 오는 행복을 글로 쓰면서 내 일상을 지탱해주는 힘이 더 단단해진다. 사소함에서 오는 감사와 행복을 자주 발견하는 '사소함의 목격자' 로 꾸준히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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