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순간을 제대로 느끼면서 사는 삶
* 이번 제목은 김신지 작가님의 책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목차에서 빌려온 제목입니다.
매일 글을 쓰면서 순간을 수집하는 마음이 깊어졌다.
순간이란 아주 짧은 찰나인데, 글을 쓰면서 찰나의 순간을 흘러가게 두는 게 아니라 붙잡게 되었다.
아름다운 풍경이나 장소는 사진에 담을 수 있지만 찰나의 행복이나 기쁨은 글로 적어두지 않으면 언젠가 잊힌다. 소중한 걸 그냥 흘려보내기엔 너무 아쉬워서 글에 담아두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매일 글을 쓰고 기록하며 알게 됐다.
글을 쓰지 않으면 수많은 아름다운 순간들을 놓치게 된다는 것을.
사실 모든 순간들을 다 기억할 필요도 없고, 애써 담아두지 않아도 된다. 흘러가는 대로 살아도 되고, 지나간 것에 대한 추억보다는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하며 살아도 된다.
하지만 아주 짧은 순간이라도 행복으로 충만했던 시간들을 정성스레 모으다 보면, 그 작은 조각 같은 순간들이 내 삶을 단단히 지탱해 주는 힘이 된다는 것을 분명히 느낀다.
좋았던 순간들이 그냥 잊히도록 흘려보내는 것보단, 글을 쓰면서 한번 더 생각하고 떠올리다 보면 그 순간의 분위기, 내가 느낀 감정들이 더 뚜렷하게 새겨진다. 그리고 그때 느낀 행복이 지금의 내 마음도 행복으로 서서히 물들여준다.
그동안 부지런히 행복한 순간들을 글로 수집했다.
이 글들은 힘든 날에 꺼내보면 힘이 충전되는 영양분이 되고, 당연함에 익숙해져 감사함을 잃어버렸을 때 꺼내보면 ‘아 이렇게 소중하고 고마운 거였지’ 하며 다시 감사를 찾게 된다.
행복한 순간들은 쌓이고 모여서 나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리고 순간에 집중하다 보니, 삶이 어떤 큰 덩어리로 보이는 게 아니라 촘촘하게 엮여 있는 한 조각 한 조각으로 보인다. 큰 덩어리가 아닌 이 삶을 이루는 하루하루, 그 하루 속의 한 시간, 10분, 한 순간 이렇게 삶의 작은 조각들을 온전히 느낀다. 그리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가고 있구나 하고.
이 순간이 모여 내 하루가 되고, 내 삶이 된다는 것을 매일 온 감각으로 느끼며 산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하다. 순간에 집중하고 순간을 수집하며 생긴 감각인 것 같다.
그리고 매일 저녁에, 하루를 돌아보며 글을 쓰다 보면 오늘 하루 내가 무엇으로 행복했고, 무엇으로 감사했는지 구체적인 것들이 보인다. 날 행복하게 한 것들, 날 기분 좋게 한 것들, 날 좋게 만든 모든 조각들을 하나하나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감사로 가득 채워진다. 어떤 하루도 의미 없이 그냥 지나가는 날이 없다.
좋았던 순간, 감사한 순간, 행복한 순간, 웃었던 순간은 매일 항상 있다. 이 순간들이 모여 나의 하루를 행복하게 만든다.
이렇게 순간을 수집하며 나 자신에 대해서 더 알아간다. 내가 무엇에 행복을 느끼는지, 내가 어떤 순간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알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알게 되니, 날 좋게 하는 것들로 나를 챙겨주게 된다.
햇살 받으며 하는 산책, 산책하면서 보는 자연, 강물 위에 떠다니는 오리, 날아가는 새, 바람에 흩날리는 풀, 바람에도 꿋꿋하게 서 있는 나무, 언제나 모든 걸 다 품어주고 있는 것 같은 하늘,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이 공간을 채우는 잔잔한 음악, 내 옆에 놓인 커피 한잔, 독서, 좋은 사람과의 대화.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나의 순간들을 채우고, 하루를 행복으로 채운다.
한 번뿐인 내 인생을 그냥 되는대로 대충 사는 것보다, 내 삶을 정성스럽게 소중히 여기며 살고 싶다. 그래서 매 순간에 집중하며 순간을 수집한다. 매 순간을 제대로 느끼면서 사는 것이 의미 있는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