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나 자신으로 충분하다는 마음
* 이번 제목은 정윤 작가님의 책 '마음의 자유' 목차에서 빌려온 제목입니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내이자 엄마로 살다 보니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게 그리 쉽지는 않다. 그래도 틈틈이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생길 때마다 그 시간을 놓치지 않고 챙긴다.
회사에서는 특별히 회의나 점심 회식이 잡혀있지 않으면 각자 자유롭게 점심시간을 보낸다. 혼자 보내는 점심시간에는 간단하게 도시락으로 밥을 먹고, 양치를 하고 나서 햇살이 잘 드는 사무실 창가에 앉아 책을 읽는다. 하루 중 틈틈이 책을 읽는데 점심시간은 내가 책을 읽는 고정시간으로 정해놓았다.
햇살이 잘 드는 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다 보면 따뜻한 햇살이 내 몸을 포근하게 덮어주는 느낌이다. 꼭 포근한 이불을 덮고 책을 읽는 것 같다. 이 포근한 느낌도 좋고 책에 집중하는 시간도 참 좋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시간이다.
책을 30분 정도 읽고 나면 산책을 간다.
맑고 차가운 공기를 마시면서 찬란한 자연을 보며 하는 산책은 나를 행복으로 충만하게 한다. 점심시간에 20분 정도 산책하는 시간이 내 숨통을 틔워주고, 상쾌하게 기분전환을 시켜준다. 그리고 자연이 주는 에너지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내 몸과 마음에 힘을 가득 충전한다.
혼자 책을 읽고 산책하는 점심시간은 내가 정말 아끼고 좋아하는 나만의 시간이다. 혼자인 것이 외롭지 않고 혼자라서 좋다는 마음으로 충만해진다.
혼자만의 시간을 충만하게 보내고 나면 연료를 가득 채운 자동차처럼 앞으로 나갈 힘이 더 생긴 것을 느낀다.
인간은 살면서 사람과의 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절대적 고립은 생각보다 꽤 어려운 것이고, 모든 바깥세상과 단절돼 오로지 혼자만 있는 감옥이나 무인도에 사는 게 아닌 이상 사람들과의 연결에서 벗어나기는 매우 어렵다.
사람과의 관계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필수적이다. 그리고 좋은 관계는 좋은 삶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누군가의 도움을 입고, 나도 도움을 주고, 관심과 사랑을 주고받으며 사는 관계는 삶을 건강하게 만든다.
그런데 사람과의 관계에만 매여서,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느라 나를 잃어버리는 것은 위험하다. 타인에 대한 의존이 너무 높거나, 타인을 자기의 전부로 여기며 사는 사람은 삶이 피폐해질 확률이 매우 높다.
내 삶의 주인은 나라는 것이 분명히 서 있어야 한다. 내가 나로 바로 서있을 때,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건강하게 맺을 수 있다. 서로 협력하고 도우며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는 내 삶도, 타인의 삶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것이다.
내가 나로 바로 서있으며 내 안을 스스로의 힘으로 채우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후 이전보다 더 혼자만의 시간에 집중하게 되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철저히 가지면서 내가 스스로 생각하는 힘과, 나를 위하는 마음, 나를 알아가는 마음이 훨씬 더 깊어졌다.
사람들 속에 있으면서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그 말에 영향받으며 누가 이렇다, 저렇다 하는 소리에서 멀어져 내 안에 집중한다.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 마음의 소리에 집중하다 보니 나의 내면이 점점 더 단단해지는 걸 느낀다. 그리고 타인의 소리에서 멀어지니, 마음이 고요하고 평안하다.
타인의 말을 무시한다는 것은 아니다.
경청은 하지만 타인의 말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한번 더 생각을 하면서 검증을 한다. '나는 어떻게 생각하지?' 하며 나에게 다시 한번 더 물어보고, 내 생각을 확인한다.
타인의 생각과 내 생각은 다를 수 있다. 이건 당연하다. 내 생각과 다른 타인의 생각을 들으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간다. 내가 배울 점이 있는 부분은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내 생각과 다르다고 트집을 잡거나, 내 생각을 상대에게 주입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내 생각은 이렇지만 저 사람 생각은 저렇구나' 하고 그냥 받아들인다. 그러면 마음이 시끄러울 일이 없다.
나에게 집중할수록 마음이 더 잔잔해진다.
가끔 마음에 돌이 던져지면 파동은 일어날 수 있으나, 파도가 치진 않는다. 파동이 사라질 때까지 그냥 기다린다. 그러면 다시 잔잔한 호수로 돌아온다.
이 잔잔함은 혼자만의 시간을 꾸준히 가지면서 얻어진 마음이다. 혼자만의 시간이 나를 고요하고 잔잔하게, 그리고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내가 나 자신으로 충분해지는 것 같다. 다른 무엇이 더해지지 않아도, 그저 나 자신으로 충분하다는 마음으로 사는 것. 더 바랄 것 없이 나로 충분한 것. 이 마음이 날 자유롭고 편안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