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수집가 Nov 25. 2024

아이의 인생 첫 유치원 발표회

내 아이의 성장을 실감한 발표회

지난 주말, 아이 유치원 발표회가 있었다. '작은 음악회'라는 제목으로 그동안 유치원에서 방과 후 수업으로 특별활동 했던 것을 보여주는 행사였고 5세인 수지는 댄스와 합주를 준비했다.


음악회 날이 정해지고,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매일 연습을 했고 음악회가 있는 주에는 일주일 내내 집중해서 맹연습을 했다. 수지는 그동안 유치원에서 연습한 댄스를 집에서도 틈틈이 보여주었다.


영화의 예고편처럼, 수지는 전부다를 보여주진 않고 하이라이트 동작만 맛보기로 보여줘서 도대체 어떤 댄스인지 더 궁금했다. 수지가 살짝살짝 보여주는 춤만 봐도 너무 앙증맞고 귀여워서 이 춤을 제대로 보면 귀여움에 녹아내리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편으론 음악회를 준비하는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들어하진 않을까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수지는 언제나 밝고 신나게 댄스를 했고, 아빠엄마가 귀엽다고 잘한다고 박수를 치면 수지는 더 즐거워했다.


다행히 수지가 연습을 힘들어하는 것 같진 않았다. 춤추는 걸 즐거워하면서 스스로 댄스를 보여주며 자랑을 하기도 했다. 이런 수지를 보니, 공연을 위한 연습이라기보다 아이는 그냥 평소에 늘 재밌게 하던 댄스를 매일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드디어 행사 당일이 되었다. 그동안 수지의 공연 예고편만 보다가 본공연을 볼 생각을 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음악회 공연장소는 유치원의 작은 강당이 아니라, 지역 내 대학교 대강당이었다.


음악회 준비를 하다 보니 생각보다 규모가 커지고, 아이들의 부모님 뿐만 아니라 친척들도 올 수 있게 인원 제한을 두지 않다 보니 큰 강당이 필요해서 대관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아이들의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와서 볼 수 있도록 큰 강당을 대관한 유치원 측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이 음악회에 굉장히 공을 들이고 정성을 들이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선생님들께도 참 고마웠다.


공연장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도 수지는 댄스 노래를 틀어 연습하고, 합창 노래도 불렀다. 시킨 것도 아닌데 본인이 노래를 틀어달라 하더니 카시트에 앉은 채로 엉덩이를 들썩이며 춤도 추고 귀여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게 너무 신기했다. 내 눈엔 공연을 준비하는 수지의 모든 모습이 다 너무 신기했다. 글자도 모르는 아이가 어떻게 합창 노래 가사를 다 외웠는지, 그리고 댄스동작을 두 개나 어떻게 다 외웠는지 그저 너무 신기했다.


공연을 앞두고 있는 수지의 모습은 그저 해맑고 즐거워 보였다. 얼른 공연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연습하느라 나름 고생했을 아이를 생각하면, 조금 안쓰럽기도 했는데 이렇게 즐거워하며 공연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니 안쓰러움은 내려놔지고 대견하고 기특한 마음만 들었다.

공연 당일 해맑은 수지


우리는 공연장에 일찍 도착해서 앞자리에 자리를 맡았고, 수지는 대기실에 들어갔다. 공연 보여준다고 부모와 떨어져서 대기실에 가는 아이를 보니 '언제 이렇게 컸지?' 하는 생각이 문득 들면서 코끝이 시큰해졌다.


수지의 공연을 보려고 우리 친정식구들과 시댁어르신들도 와주셨다. 어르신들은 손녀가 발표회 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바로 "수지 보러 가야지!" 라며 달력에 체크부터 하셨다.


친정아빠는 토요일도 일을 가시는데, 하루 휴가 내고 오셨고 시댁어르신들도 합천에서 진주까지 한걸음에 달려와 주셨다. 그렇게 우리 온 식구가 수지의 공연을 보게 되었다.




공연은 5세, 6세, 7세 반 아이들이 번갈아가면서 했고, 각 반마다 3개의 공연을 보여주었다. 어른들도 한 공연에서 3개의 무대를 보여주는 게 쉽지 않은데 이 어린아이들이 3개의 공연을 준비했다니 많이 놀라웠다.


음악회의 첫 무대는 6세 반 아이들의 드럼연주로 활기차게 시작했다. 멋진 의상을 입은 아이들이 드럼 앞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는 순간 관객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웃는 밝은 모습이었고, 공연이 시작되자 힘차게 연주를 시작했다. 드럼만 연주한 게 아니라 중간중간 퍼포먼스도 보여주었는데, 그게 얼마나 신기하고 멋있는지 물개박수가 절로 나왔다.


이 첫 무대를 보면서 아이들이 그동안 얼마나 공을 들이고 노력했는지 정말 절실하게 느껴졌다. 무대에서 실수를 해도, 서툴렀어도 그저 귀엽고 이뻤을 것 같은데 아이들은 얼마나 노력을 많이 한 건지 실수도 없이 너무나 훌륭하게 공연을 해냈다. 진심으로 감동받았다.


뒤이어 다른 공연이 이어졌고, 드디어 5세 반인 우리 수지가 무대에 올랐다. 수지가 나올 순서가 됐을 때 심장이 너무 두근거려서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그리고 언제 나오나 기다린 수지가 귀여운 의상을 입고 등장하는데, 난 '아아아아악!' 하는 소리를 크게 지르며 엄마 흥분 상태가 됐다. 사람들 모두 귀여운 5세 아이들의 모습에 어쩔 줄 몰라하며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치며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었다.


수지의 첫 무대는 김다현의 '하트 뿅' 노래에 맞춘 댄스였다. 수지가 폴짝폴짝 뛰면서 손하트를 만들며 춤을 추는데 얼마나 귀여운지 한도초과의 행복함을 온 마음으로 만끽했다. 수지는 관중석에서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가 있는 것을 발견했는지 그쪽을 보고 웃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 앞이라 조금은 낯설고 어색해하는 것 같기도 했는데 곧잘 댄스를 하는 수지가 정말 대견하고 귀여웠다.


수지의 두 번째 공연은 '헝가리무곡' 리듬합주였다. 수지는 마라카스 담당이었다. 아이들이 음악을 듣고 박자에 맞춰 합주하는 게 너무 신기했고 대단했다. 이 박자를 맞춰서 자기가 소리를 내야 할 부분에서 소리를 내며 다 같이 합주를 맞추는 게 정말 쉽지 않았을 텐데, 아이들은 차분하게 합주를 했다. '이게 진짜 5살 아이란 말인가?' 아이들은 가만히 서서 합주만 하는 게 아니라, 중간에 대형을 바꾸기도 했다. 또 한 번 놀랐다. 아이들이 대형을 바꿀 때는 사회자분도 아낌없는 칭찬을 하셨다. 아이들은 아주 진지하면서도 즐겁게 공연했다.


수지의 세 번째 공연은 '찌릿찌릿'이란 동요에 맞춘 댄스였다. 남녀 짝을 지어서 하는 공연이었는데 우리 어릴 적 꼭두각시에서 남녀 아이가 서로 마주 보는 것 같은 동작도 있었다. 정말 '귀염뽀짝' 이란 말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공연이었다. 특히 '찌릿찌릿'이란 가사가 나오는 후렴구에서는 손을 위로 들고 엉덩이를 실룩실룩 흔드는데 어찌나 귀여운지, 심장이 찌릿찌릿 아플 정도였다. 귀여움이 심장을 파고들었고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세 번째 무대를 하는 수지는 처음의 긴장감은 사라지고, 조금 더 편한 모습으로 댄스를 즐기는 게 보였다.


수지가 나오는 공연뿐만 아니라 매 공연마다 아이들을 보며 감탄하고 감동받았다. 공연마다 의상도 다 달랐다. 안 그래도 귀여운 아이들인데, 알록달록 귀여운 의상이 아이들의 귀여움을 한 껏 더 살려주었다. 원장님은 이번 발표회를 준비하며 의상을 다 새로 산거라고 하셨는데, 아주 작은 것 하나부터 세세하게 이번 발표회를 위해 들인 정성이 참 많이 느껴졌다. 무대 밑에서 댄스를 보여주는 선생님도 어찌나 열정적이신지, '선생님의 열정과 아이들의 열정이 더해져 이렇게 감동적인 무대가 만들어졌구나'란 마음이 들었다.




모든 공연을 온 마음 다해, 온전히 집중해서 보고 즐겼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고, 공연 내내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유명 아이돌 공연을 가도 이보다 더 즐거울 순 없을 것 같았다.


작고 귀여운 아이들이 즐겁게 춤을 추고, 악기 연주를 하고, 청아하고 맑은 목소리로 합창을 부르는 데 마음이 뭉클해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아이들은 재미, 감동, 행복을 관객들에게 선물해 주었다.


아이들이 그간 준비한 노력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정말 감동적인 발표회였다. 그리고 이렇게 큰 무대에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기가 연습한 것을 즐겁고 씩씩하게 보여주는 수지를 보며 '우리 수지가 정말 많이 컸구나. 참 많이 성장했구나. 몸만 자란 게 아니라 마음도 많이 단단해지고 튼튼해졌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번 발표회는 내 아이가 얼마큼 성장했는지 눈으로 보고, 피부로 실감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었다. 이 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뭉클함이 계속 마음에 머물렀다.


사실 무대에서 잘하지 못했어도, 동작을 못하고 멈췄어도, 울었다고 해도, 수지에게 고생했다고 잘했다고 안아줬을 것 같다. 그런데 수지는 무대위에서 너무나 잘해주었고, 웃어주었다. 기쁨으로 하는 수지의 모습이 내 마음을 계속 찡하게 했다.


발표회를 다 마치고 수지가 로비로 나온 순간, 할아버지 할머니를 비롯한 모든 식구가 수지에게 잘했다고 손뼉 치며 기뻐했다. 온 식구의 관심을 받은 수지는 조금 쑥스러운 듯했지만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이 날 아이들의 발표회를 보며, 멋진 결과물인 공연보다 이 공연을 위해 오랜 시간 노력했을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뜨거운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 과정을 다 지난 아이들이 너무 대견하고 고마웠다. 아마 아이들은 이번 발표회를 통해 한층 더 성장했을 것이다.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빛과 환한 얼굴이 잊혀지지 않는다. 아이들의 눈만큼 맑고 밝은 기쁨이 내 마음을 가득 채운 날이었다. 공연을 보며 내 아이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들에게 애정이 가고, 한 명 한 명 너무 소중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가 정말 밝고 좋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히 들었다.


아이의 첫 발표회는 나에게 절대 잊을 수 없는 행복한 추억으로 남았고, 소중한 마음을 가득 남겨주었다.

쉽지 않았을 연습을 하면서도 즐겁게 그 과정을 지나고, 밝은 모습으로 공연을 해준 수지에게 정말 정말, 많이 고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