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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Dec 16. 2024

탄핵안이 가결된 역사적인 날

내 아이가 살아갈 나라에 대한 희망

2024년 12월 14일은 '윤석열 2차 탄핵 표결이 가결' 된 역사적인 날이 됐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터진 이후로 뉴스를 놓치지 않고 매일 꼼꼼히 보면서 이 일이 어떻게 진행되나 가슴 졸였다. 그동안 뉴스를 멀리 했던 나인데 이번에는 매일 뉴스를 챙겨봤다. 연일 새로운 폭로가 이어지는 뉴스를 보면서 애가 타고, 화도 나고, 가슴 아프기도 했다.


뉴스에는 매일 새로운 내용들이 쏟아져 나왔다. 중간중간 나온 대통령 담화는 들을수록 처참했다. 자신이 아무 잘못이 없다고, 계엄이 불가피했다는 듯이 말하는 뻔뻔한 담화는 안 듣는 게 더 나을뻔 했다. 담화는 국민들의 분노를 더 치솟게 했다.


나는 광주민주화사태를 직접 겪은 세대는 아니다.

하지만 역사를 공부하고 알아가면서, 그리고 영화나 책등으로 그 시대를 접하고, 그 당시 고문을 겪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증언들 들으며 내 마음에도 피멍이 드는 듯 너무 아팠다.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독재자로 인해, 너무나 많은 사람이 죽었고 희생됐다.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것을 시간이 갈수록 더 뚜렷해지는 역사가 지금 우리에게 간절히 외치고 있다.


그런데 지금 2024년도에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처음엔 믿을 수 없었고 '이게 정말 실화인가?' 하고 몇 번이나 확인했다. 그런데 실화였다. 내 가슴도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는데, 광주사태를 직접 겪은 분들이 지금도 여전히 살아계신데 그분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너무 아팠다.


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은 45년 전과는 다르다.

우리나라의 민주정신이 정말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이번 사태를 통해서 가슴 깊이 깨달았다.


시민들은 비상계엄 선포가 나자마자 국회 앞으로 달려갔고, 국회의원들도 신속하게 국회로 집결했다.

그 밤에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를 듣고 많이 놀랐을 텐데, 이것만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 용기 있는 시민들이 맨몸으로 경찰과 맞섰다. 어쩌면 다치거나 체포될 수도 있는 정말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 텐데 그 위험을 감수하면서 갔다. 지금도 그때 영상을 보면 뭉클하다. 이번 사태는 정말 국민들이 다 했다.


신속하게 계엄해제 의결을 하고 그 후에 과정을 진행한 의원들의 역할도 컸지만 이 모든 걸 할 수 있게 된 건국민들 덕분이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국회 앞 집회를 하고, 낮과 밤에 모여서 탄핵을 외쳤다. 이 외침은 국회 담장을 넘었고, 전 세계에까지 퍼져나갔다. 직접 갈 수없어 집에서 영상으로 보던 나도 마음으로 간절히 함께했다.


모든 국민의 마음이 그곳에 모여 있었다.

그리고 결국 국민이 승리했다. 민주주의의 주인은 국민이고, 국가는 국민에 의해서 존재한다. 이 진리가 명백하게 드러났다.


탄핵 2차 표결하던 날, 나는 그날 하루종일 뉴스를 살피며 간절히 기다렸다. 내가 뉴스를 볼 때 내 아이도 같이 거실에 있었는데, 수지는 내가 보는 뉴스가 무슨 내용인지 몰라도 엄마가 열심히 보니 날 따라서 같이 봤다. 그리고 내가 수지에게 "수지야 오늘 엄청 중요한 날이야. 그래서 엄마가 뉴스를 꼭 봐야 돼."라고 말하니 수지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수지도 티비에 나오는 집회 시민들을 따라서 '윤석열을 탄핵하라' 하며 따라 말했다. 수지가 그 말을 하는 걸 보며 참 귀엽다는 생각과 동시에 우리 수지가 살아갈 나라가 정말 안전하고 자유로우며 건강한 민주주의가 바로 선 나라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4시가 돼서 탄핵 표결이 시작됐다. 나는 생방송으로 영상을 보며 집중했고, 수지는 내 다리 사이에 누워서 자기가 보는 유튜브 영상을 봤다. 내가 표결 과정에 집중하는 동안 수지도 얌전히 자기가 보는 영상에 집중했다. 평소라면 장난도 치고 말도 많이 했을 텐데, 이 날따라 수지는 나를 더 배려해 주는 것 같았다. 덕분에 난 집중할 수 있었고, 우원식 국회의장이 "탄핵이 가결되었습니다"를 외치는 순간을 놓치지 않을 수 었었다.


그 결과를 듣는 순간 너무 감격스러워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정말 뭉클하고 감사했다. 1차 표결에서 부결되고, 절망하고 화가 났던 밤을 지나 무언가 마음에 커다란 게 얹힌 것처럼 꽉 막혀 소화가 되지 않고 계속 더부룩한 마음을 불편하게 안고 있던 일주일이 지나, 드디어 속 시원하게 얹힌 게 내려가는 날이 왔다.


이 결과에 너무 기뻐서 내가 수지를 보고 “수지야 탄핵이 가결됐어!!” 하고 좋아하니, 수지도 날 보고 환하게 웃으며 좋아했다. 그리고 우린 같이 하이파이브를 했다. 난 이 역사적인 순간을 내 아이와 함께 누렸다.


이렇게 같이 웃고 기뻐하는 수지를 보며 또 한 번 생각했다. ‘진짜 내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우리나라가 안전하고 자유로우며 민주주의가 탄탄한 나라였으면 좋겠다. 더 나은 세상에서 내 아이가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지금 해맑게 웃는 내 아이의 웃음이, 앞으로도 쭉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참 많이 들었다. 우리 수지가 앞으로 살아갈 시간 속에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국민에 의해 대통령이 된 자가 국민을 무시하고, 국민 위에 서기 위해 권력을 남용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일이 다시는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일단 산 하나는 넘었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더 많다. 넘어가는 과정이 힘들고 시간이 걸릴지라도, 국민들은 포기하지 않고 지치지 않고 힘을 낼 것이다. 그리고 이 힘이 모여 앞으로 남은 더 큰 산도 잘 넘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 과정에 나도 힘을 보탠다.


수지가 표결하던 날 뉴스영상을 보다가 태극기가 나온 걸 보고 이렇게 말했다.

“엄마! 내가 좋아하는 대한민국이야!”


태극기를 좋아하는 수지는 태극기를 볼 때마다 자기가 좋아하는 대한민국이라고 한다. 지금 5살인 수지의 이 말이 10대가 되고, 성인이 돼서도 변함없기를 바란다. 그때는 태극기가 좋아서 하는 말이 아닌 진짜 '내 나라 대한민국이 좋아서' 하는 말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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