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있는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집중하기
이번주는 아이의 방학기간이다. 방학 동안 연차 내고 쭉 같이 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직장인의 현실.
난 지금 남은 연차도 부족해서, 많이 아껴야 한다. 그래서 남편 스케줄 보고 맞춰서 하루에 조금씩 쪼개서 쓰고 있다.
오늘 오전엔 10시까지 외출신청을 하고 수지와 있었다. 남편이 저녁근무를 하고 늦게 와서 오전에 조금이라도 더 자야 했기 때문에. 수지는 방학이지만 여전히 아침 6시 무렵에 일찍 깨서 나를 깨운다. 나는 바로 일어나지 않고 뭉그적 대며 버티다, 6시 반쯤 일어났다.
오늘 아침엔 눈을 뜨는데 피곤한 감이 있어서 좀 더 잤으면 하는 마음이었지만, 막 자고 일어나도 귀여운 모습의 수지가 귀여운 목소리로 일어나라고 깨우는데 더 버틸 수 없었다. 그래서 오늘도 수지 덕분에 일찍 하루가 시작되었다.
수지 아침을 주고, 나도 아침을 먹고, 책도 보고, 독서기록도 했다. 그래도 10시까지 출근이라 아침에 여유가 있어 마음 편히 여유를 부렸다. 출근준비도 미리 다 하고, 수지와 좀 놀다가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수지는 어제 아빠가 새로 사준 장난감을 가지고 내 앞에 가져와 놀기도 하고, 인형 유모차에 인형을 태우고 집 안 산책도 했다.
집에서도 이것저것 놀거리를 찾아 잘 놀고 노는 것에 집중하는 아이를 보면 매번 신기하고 그 모습이 사랑스럽다. 물론 놀 때, 항상 엄마나 아빠를 불러서 같이 놀아줘야 해서 때로는 조금 피곤할 때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엄마 아빠와 같이 놀려고 하는 아이가 이쁘다.
그런데 오늘 아침엔 수지와 노는데, 내가 너무 졸리고 피곤했다. 아직 잠이 덜 깬 것 같기도 하고, 딱 한숨만 더 잤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러다 보니 수지는 나랑 같이 놀고 싶어 하는데 내가 적극적으로 협조하여 잘 놀아주지 못했다. 수지는 내 반응을 보고, 장난감을 챙겨서 자고 있는 아빠 방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엄마가 지금 자기와 놀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 아이도 느끼고 안다. 그런데 놀아주라고 떼쓰고 우는 게 아니라, 조용히 자기 장난감 가지고 아빠에게 가는 걸 보니, 아이가 다 큰 어른 같기도 하고, 그 모습에 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때 나도 창밖을 보며 잠시 마음을 차분히 정리하고, 수지에게 "엄마가 놀아줄게, 아빠 자니까 이리 와"라고 했다. 수지는 아빠방에 갔지만, 아빠는 수지가 온 지도 모르고 자는 중이었다. 수지는 자는 아빠를 일어나라고 깨우지 않았다. 아빠가 일하고 와서 잔다는 걸 아이가 안다. 그래서 아빠가 스스로 깨기 전에, 수지는 먼저 아빠를 깨우지 않는다.
이런 모습을 볼 때면, 4살 아이 같지 않고 정말 다 큰 아이 같다.
내가 수지에게 같이 놀자고 하니, 수지는 나에게 와서 "엄마 미안해, 우리 사이좋게 놀자"라고 말했다. 그래서 바로 아이를 꼭 안으며, "수지가 왜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아기, 엄마랑 같이 놀자"라고 했다. 왜 미안하다고 했을까. 수지가 나와 같이 놀려고 하는데, 내가 아이의 놀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아서 내가 미안해야 할 일인데, 수지는 나에게 서운한 감정을 가지고 아빠에게 간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했던 걸까.
난 그때 정신을 바짝 차렸다. 그리고 아직 출근하려면 여유가 있는 시간이라서 내가 세탁소에 맡긴 운동화도 찾을 겸 수지에게 같이 나가자고 했다. 수지가 좋아하며 양치하고 세수하고 나갈 준비를 했다. 나도, 수지도 잠시 집을 좀 벗어나서 마음을 환기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아침엔 비가 오지 않고, 하늘이 청명하고 맑았다. 요즘 계속 우기처럼 비가 오니 잠깐 하늘이 반짝하고 맑을 때 기분이 좋다. 그 파란 하늘을 눈에 충분히 담고 감상한다.
유모차에 수지를 태우고, 집 앞 세탁소에 가서 깨끗해진 운동화를 찾았다. 그리고 잠을 깰 겸 달달한 커피가 먹고 싶어서 카페에서 아이스바닐라라떼를 하나 사고, 수지는 딸기 마카롱을 사주었다. 수지는 딸기 마카롱을 좋아하는데, 많이 먹진 못한다. 사주면 겉핥기식으로 조금 먹고 버리지만, 그래도 먹고 싶다고 하여 사줬다.
이렇게 둘 다 달달한 거 하나씩 먹으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산책을 했다. 그리고 오늘도 어김없이 마트 앞에 양말 마네킹을 보러 가자고 해서, 마네킹을 한번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출근하기 전에 아이와 같이 데이트하는 기분으로 산책을 하니 기분전환도 되고 소소한 행복감이 내 마음을 감쌌다.
입 주변에 핑크색 마카롱을 가득 묻히고, 양말 마네킹을 보고 좋아하며 웃는 아이를 보니 피곤하던 마음에 생기가 돋는 듯했다.
아이로 인해 피곤할 때도 있지만, 아이 때문에 피곤이 사라지고 매일 새로운 힘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서, 수지 아빠에게 수지를 부탁하고 난 무사히 출근을 했다. 엄마 일하고 온다고 인사를 하니, 수지는 내 볼에 뽀뽀도 해주고 "엄마 가면서 마네킹도 보고 잘 갔다 와~" 하며 그 뒤에도 뭐라 뭐라 하며 한참 쫑알쫑알 당부를 한다.
출근하는 엄마를 보내주는 아이의 행동과 말이 너무 귀엽다. 사랑스러운 수지를 눈과 마음에 가득 담고 출근했다. 파란 하늘에 하얀색 물감으로 이리저리 칠해놓은 것 같은 구름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수지의 방학 동안 아이와 일주일 내내 시간을 내어 같이 있진 못해도, 같이 있는 시간 동안이라도 나의 피곤함은 뒤로 놔두고 아이에게만 집중해서 최선을 다해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