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여행, 부산 아난티 앳 코브(1일차)

행복을 깊이 음미한 새해 첫 날

by 행복수집가
호텔 방에서 안 나가고 싶은 아이와
나가서 새로운 걸 구경시켜주고 싶은 부모


새해를 맞아 1월 1일에 부산으로 우리 가족 새해 첫 여행을 다녀왔다.


이번엔 관광지 구경 다니는 것보단 호텔에서 쉬기로 하고 숙소는 ‘부산 아난티 앳 코브’로 정했다. 마침 신년 할인행사를 하고 있을 때 예약을 해서 평소보다 저렴한 가격에 갈 수 있었다.


아난티는 사진, 영상으로만 보던 유명한 곳이기도 하고 이번에 처음 가보는 거라 기대와 설렘이 가득했다. 기대를 많이 하면 실망도 크다던데, 실제로 내가 직접 본 아난티는 다행히 기대이상으로 좋았다.


수지도 호텔방에 들어가자마자 너무 좋아하며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수지는 여행을 가면 밖을 돌아다니는 것보다 호텔 숙소에 있는 걸 무척 좋아한다. 이번에도 호텔이 마음에 쏙 들었는지 호텔 밖을 나갈 생각을 안 하며 방에 꼭 붙어 있으려고 했다.


우리 부부는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방 안에만 있기는 아깝다며 나가서 호텔 내에 있는 쇼핑몰과 마켓 구경도 하고, 아난티의 시그니처인 '트리숲'을 보러 가자고 수지를 설득했다.


그러나 수지는 단호하게 싫다고 했다. 수지는 방에만 있을 거라고 했다. 그래서 수지에게 '우리 호텔에 계속 있을 거야, 구경하고 다시 호텔 방에 올 거야' 라며 계속 설득했지만 수지는 꿈쩍도 하지 않고 나가기 싫다고 했다.


계속 안 나간다는 수지에게 남편이 사정하듯이 제발 보러 가자고 얘기했는데 수지가 이렇게 말했다.


“가기 싫어. 아빠 생각 계속 나한테 말하지 마.”


이 말을 듣고 난 잠시 움찔했다. 너무 단호하고 야무진 대답이었다. 수지의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부모인 우리는 트리숲도 봐야 하고, 호텔 여기저기 구경해야 의미 있고,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순전히 우리 생각이었고 수지의 생각은 달랐다. 수지는 우리 생각과는 정 반대로 다른 거 아무것도 구경 안 해도 오로지 호텔 방에만 있는 것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고 좋은 거였다.


그래서 수지는 계속 나가서 구경하자는 아빠에게, 아빠 생각을 자기에게 계속 말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얘기했다. 너무 똑 부러지는 수지의 말에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했다.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과 아이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나와 아이는 사실 각각 다른 사람이다. 내 아이라고 내 마음대로,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주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는 아이만의 성향, 취향, 생각이 있다. 그 생각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그걸 틀렸다고 할 수 없고 아이가 나보다 어리다고 해서 아이 생각을 무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너무나 분명하게 자기 생각을 말하는 수지를 보며, 그동안 내가 어른이라고 엄마라고 수지에게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강요한 적은 없는지 생각하게 됐고 앞으로도 육아를 하며 아이의 생각을 존중하는 마음을 항상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다.




젤라또 아이스크림


그래도 어찌어찌해서 수지와 겨우 호텔 방을 나와서 잠시 밖을 구경하기로 했다.


아난티 앳 코브는 아난티 빌라쥬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우리는 셔틀버스를 타고 LP크리스탈에 내려서 여러 쇼핑몰과 상점들을 구경했다.


그리고 아난티에 오면 꼭 먹어야 한다는 젤라또 아이스크림도 먹었는데, 작은 아이스크림 컵 하나 가격이 너무 비싸서 놀랐다. 그래도 이왕 왔으니 먹어보자 하고 주문했고 수지는 설향딸기, 우리 부부는 초코를 먹었다. 얼마나 맛있어서 이렇게 비싼가 하며 긴가민가하는 마음으로 한입 먹었는데, 한입 먹자마자 눈이 동그래졌다. '이렇게 고급스럽게 맛있는 맛이라고?' 여태껏 먹어본 아이스크림 맛과는 확실히 달랐고 정말 맛있었다.


설향 딸기는 딸기를 그대로 갈아서 아이스크림을 만든 것 같은, 딸기 본연의 맛이 느껴지는 맛이었고 초코도 그랬다. 그냥 설탕 가득 들어간 초코가 아니라 진짜 진하고 깊은 초코의 맛이었다.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순식간에 다 먹었다.


호텔 밖에 안 나갈 거라고 하던 수지도 아이스크림을 먹고 나서는 기분이 좋아졌다. 역시 기분전환에는 맛있는 게 최고다. 나도 이때 사실 많이 피곤했는데 아이스크림 한 입 먹고 눈이 번쩍 떠지면서 에너지가 충전됨을 느꼈다. 정말 신기했다. 이 아이스크림은 여행길에 체력소모를 많이 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코스였다.




아난티 빌라쥬 트리숲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나서는 말로만 듣던 트리숲을 보러 나갔다.


탁 트인 바다와 아름다운 빌라쥬 건물을 배경으로 한 트리숲은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저녁시간이라 은은한 불빛이 켜진 트리들은 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것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계속 '좋다 좋다'는 말을 하면서 트리숲을 산책하과 사진도 찍었다. 이렇게 좋은 곳에서 아름다운 것을 보며 우리 세 식구 함께할 수 있어서 참 행복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 좋음을 온 마음으로 만끽하며 저녁 산책을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의무에서 해방된 자유와 여유를 음미하는 여행의 맛


숙소로 돌아와서는 저녁을 먹었다. 우리는 호텔 밖에서 한식 도시락을 주문해서 먹었다. 도시락은 구성이 아주 좋았고 깔끔하고 맛있었다.


그리고 숙소에는 정말 좋은 욕조가 있었다. 처음에 숙소 도착하고 구경을 하다가 욕조를 보는 순간 '오늘은 꼭 반신욕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욕조다.


그래서 저녁을 다 먹고 난 후 욕조에 물을 받았고, 피곤한 몸을 담갔다. 하루종일 쌓인 피로가 따뜻한 물에 스르륵 다 녹는 것 같았다. 몸도 마음도 정말 편안하고 좋았다.


집에 있을 땐 욕조가 있어도 반신욕을 잘 하진 못했다. 그럴 여유가 없었달까. 그런 여유를 나에게 허락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반신욕을 할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다른 것들이 더 많아서, 반신욕은 언제나 우선순위에서 뒤에 밀려나 있었다.


그런데 여행을 오니 다른걸 다 제쳐두고 반신욕을 할 여유가 생긴다. 이런 여유가 너무 좋다.


집에서는 집안일 등, 내가 해야 하는 의무적인 일들이 많은데 여행을 오면 이런 의무에서 벗어나 안 해도 되는 여유가 생기는 게 정말 좋다. 이게 여행이 주는 행복한 맛이다.


아이를 낳고 나서는 이런 여행의 맛이 더 달콤하게 느껴진다. 안 해도 되는 자유, 안 해도 되는 여유가 가득한 여행의 순간이 너무 좋았다.




호텔 방에서 아이랑 숨바꼭질,
그리고 찾아온 조용한 나만의 밤


목욕을 다 하고 나서는 자기 전까지 수지와 숨바꼭질하며 놀았다. 원룸인 호텔방에서도 수지는 잘 숨고, 잘 놀았다. 숨바꼭질하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자기 전까지 수지의 웃음소리가 호텔 방을 가득 채웠다.


한참 신나게 놀고 나서 수지는 잠이 들었고 드디어 조용한 밤이 찾아왔다. 여행지에서 보내는 고요한 밤은 왠지 더 특별하다.


이 날 하루를 돌아보며 일기를 쓰고 기록을 남겼다. 조용히 하루를 돌아보니, 새해인 지금 이 순간 우리 세 식구 건강하게 함께 있을 수 있음에 마음 가득히 감사하고 행복했다. 이 행복을 깊이 음미하며 새해 첫날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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