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가 요즘 들어 부쩍 유치원 가기 싫다는 말을 자주 했다. 몇 밤 자면 유치원 안 가냐고 매일 물어본다.
그래서 하루는 등원하던 아침에, 수지에게 유치원에 왜 가기 싫은지 물어봤다.
“수지야 유치원 가는 게 왜 싫어?”
혹시나 유치원 친구들과의 관계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지, 유치원에서 하는 활동이 재미가 없는 건가 하며 나름대로 여러 이유를 짐작하고 있었는데 수지는 내 생각과 다른 답을 했다.
“유치원에는 엄마 아빠가 없잖아.”
이 말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난 유치원에 어떤 부정적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수지의 이유는 간단했다. 유치원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그곳에 엄마 아빠가 없어서 가기 싫은 것뿐이었다.
아마 유치원이 아닌, 아무리 재밌는 곳이라 해도 엄마 아빠가 없다면 수지는 가기 싫다고 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유치원에 엄마 아빠가 있었다면 좋아했을 것이다.
수지가 유치원 가기 싫은 이유를 듣고나니, 유치원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은 내가 조금 무안해졌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수지가 이렇게 엄마 아빠를 좋아하고 의지하는 게 고맙기도 하고 감동적이었다.
비록 유치원에 같이 가주진 못하지만, 수지와 같이 있는 시간에는 아낌없이 사랑만 줘야겠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평소에도 하는 생각이지만, 수지의 이 말을 듣고 나니 그 마음이 더 커졌다.
아기는 자기 세상의 전부가 엄마 아빠라고 한다. 내가 부모가 되고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내가 한 사람의 인생에 전부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놀랍고 감격스러웠다.
2.5킬로도 안 되는 미숙아로 태어난 수지가 어느새 태어난 지 5년이 돼간다. 그리고 수지에게는 여전히 자기 세상의 전부가 아직 엄마 아빠다.
앞으로 커 가면서 엄마 아빠가 아닌 다른 것으로 자기 세상을 채우게 되겠지만, 그게 아쉽지만은 않다. 자기 스스로 자기 인생의 주체가 되어, 엄마 아빠에게서 점점 독립해 간다는 것은 건강하게 잘 성장하고 있다는 거니까.
하지만 아직은 엄마 아빠가 전부인 우리 수지에게 지금은 그저 사랑만으로 가득 채워주고 싶다. 자주 웃고, 대화하고, 아름다운 걸 보고, 맛있는 걸 먹고, 수지가 좋아하는 놀이를 하고, 수지가 하는 모든 처음에 함께 발을 내디뎌주며 그렇게 매일 함께 사랑을 나누는 날들로 채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