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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쌓여있던 안 입는 옷 기부하기

'최대한' 이 아닌 '최소한'으로 살아보기

by 행복수집가

이번 3월 말에 이사를 간다.

이사 갈 집이 정해지고, 이사준비를 하면서 우리 집에 있는 짐들 중 버릴 건 다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버릴 짐을 둘러보니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안 입는 옷들이었다. 예전엔 자주 입던 옷들도 세월이 흐르면서 잘 안입게 된 옷들이 많고, 옷을 사놓고 불편해서 안 입게 된 옷들도 쌓여 있었다.


'언젠간 입겠지' 하고 놔뒀더니, 옷장만 차지하고 먼지만 쌓여갔다. 그동안 '이 옷들을 얼른 처분해야지' 하고 생각만 하다가 이번에 이사 준비하면서 싹 다 버리기로 했다.


정리의 시작은 일단 비우기다.

언젠간 쓰겠지, 입겠지 하고 놔두면 짐만 된다는 것을 수년간의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진짜 필요한 건 지금 당장 쓰고 있는 것들이고, 특히 옷이나 신발 같은 경우는 내가 2년 이상 입거나 신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잘 쓰지 않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래서 몇 년 간 안 입은 옷들은 다 꺼냈다.

내 옷, 남편 옷, 아이 옷 중에 버릴 옷을 모으니 어마어마한 양이 나왔다.


안 입는 옷이 빠진 헹거에는 여백과 여유가 생겼다.

이전에는 옷들이 빽빽해서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히는 것 같았는데, 이제 옷 사이사이 여백이 생겨 옷들도 이제제대로 숨을 쉬는 것 같다.


정말 한결 가벼워졌다.

버린 옷의 무게만큼 마음이 짐도 덜었다.




그리고 정리한 옷 중에 아직 깨끗하고 상태가 좋은 옷은 수거함에 버리지 않고 ‘굿윌스토어’에 기부하기로 했다.


'굿윌스토어'는 중고 옷 기부처를 찾다가 발견한 곳인데 여기는 일정 양의 기부 물품을 박스나 봉투에 넣어서 기부신청을 하면 업체에서 직접 방문 또는 택배 수거를 해간다. 택배비용도 업체에서 부담한다. 나는 물품만 잘 포장해 놓으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좋은 점은 ‘굿윌스토어’는 개인과 기업이 기증한 물품을 판매하여 발생한 수익으로 장애인 직원들의 급여를 제공한다.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

출처 : 굿윌스토어 홈페이지


그리고 수지가 안 쓰는 장난감도 정리했다.

장난감은 기부는 하지 못하고 버리게 되었는데, 이것도 양이 얼마나 많은지 깜짝 놀랐다. 쓸만한 장난감은 중고로 팔아도 되는데, 중고로 팔 수도 없는 다시 쓸 수 없는 장난감들이 너무 많아 그냥 버릴 수밖에 없었다.


이 많은 쓰레기를 버리려니 살짝 죄책감이 들었다. 지구에 쓰레기를 더 보탠 것 같아서. 이번에 짐정리를 하면서 내가 만든 쓰레기가 너무 많다.


이 경험을 통해 앞으로는 꼭 오래 쓸 수 있는 물건만 사야겠다고 절실하게 생각했다. 환경에 진 빚을 잊지 않고, 앞으로는 꼭 필요한 물건만 사고 오래 쓰면서 지금 진 빚을 갚아야겠다.




이 날 집안 대정리를 하고 나니, 옷 헹거에는 사이사이 여백이 생기고 집에도 이전에 없던 빈 공간이 생겼다. 집이 더 깨끗하고 가벼워졌다. 덩달아 내 마음도 오랫동안 쌓여있던 묵은 먼지를 청소한 듯 말끔하고 가뿐해졌다.


진작 이렇게 다 정리할걸. 정말 속이 다 시원하다.

이젠 버릴 것이 많이 안 생기도록 물건도 최소한으로 줄여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여백은 쉼을 만들고, 여유를 만든다.

아무것도 두지 않은 빈 공간이, 물건이 가득한 공간보다 더 존재감이 뚜렷하다. 집에 여백이 생기자 집안에 생기와 평안이 더해지는 것 같다.


내가 사는 공간은 내 마음상태의 표현이기도 하다.

또 다르게 보면 공간이 내 마음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빈 공간이 생기니 내 마음에도 여백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빽빽하게 들어찬 물건을 빼고 여백의 공간이 생기니, 오랫동안 물속에서 숨을 참고 있다가 물밖으로 나와 시원하게 숨을 크게 내쉬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한마디로 속이 뻥 뚫리는듯 시원하다.


지금 이 경험을 통해 얻은 마음을 잃지 않고, 이사 가는 집에서도 ‘비우기’에 더 집중하고 싶다. 채우는 것보다 비우고, 여백을 만드는 것에 더 마음을 들이고 싶다.


‘최대한’ 이 아닌 ‘최소한’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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