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부터 최근 2월 초까지, 수지는 4시에 하원하지 못하고 유치원 연장보육을 했다. 수지가 집에서 아침 8시 20분에 나가는데 거의 저녁 6시까지 유치원에 있다 보니, 그 시간이 아이에게 너무 길었을 것이다.
그래도 내가 데리러 가면 수지는 그저 좋아했다.
그날 유치원에서 만든 것을 나에게 보여주며 늘 밝은 얼굴이었다. 짜증을 내거나 투정을 부리지 않고, 반갑게 엄마를 맞이해 주었다. 그게 정말 고마웠다.
한 날은 수지에게 물어보았다.
"수지야 오늘 엄마가 데리러 와서 어땠어?"
"엄마가 데리러 와서 좋았어! 행복했어!"
수지의 이 말에 울컥 감동을 받았다.
좋았단 말 뒤에 행복하단 말도 해주다니.
큰 감동이 내 마음 깊숙이 들어왔다.
늦게 온 엄마를 서운해하지 않고, 다른 애들은 다 가고 몇 명만 있는 교실에 남아 있는 걸 서러워하지도 않고, 그저 엄마가 데리러 온 것으로 충분히 좋아하는 수지였다.
수지는 내 존재 자체를 있는 그대로 온전히 받아준다.
수지를 통해서 존재자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느낌이 이런 거구나 하고 느낀다.
수지에겐 내 존재가 기쁨이고 행복이다.
나에게도 수지가 그런 존재이듯이.
그리고 이제는 회사 육아시간을 쓸 수 있는 기간이 연장돼서, 수지는 더 이상 연장보육을 하지 않고 4시에 버스로 하원하고 있다.
오랜만에 버스로 하원하기로 한 날, 수지에게 물어봤다.
“수지야, 엄마가 유치원에 데리러 가는 게 좋아? 버스 타고 오는 게 좋아?”
수지는 버스로 오는 게 좋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버스로 오면 엄마를 더 빨리 볼 수 있잖아.”
수지의 모든 이유가 ‘엄마’다.
난 또 감동을 받았다.
감동이 마를 날이 없다.수지가 하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 모든 게 나에게 소중한 선물이다.
수지는 마음에 엄마를 향한 사랑을 가득 쌓아두고, 날마다 나에게 이 소중한 마음을 꺼내준다. 나는 이 사랑을 매일 소중히 가슴에 끌어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