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한 달 살기
월화수목금 5일을 주말 이틀을 위해 살았다.
일요일 저녁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우울에 '회사 가기 싫다.'라는 말을 버릇처럼 달고 살았다.
행복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행복해질 것 같지 않았다.
하루하루를 사는 게 아니라 견디고 버텼다.
무엇을 위해 견디는지 알 수 없었지만 다들 그렇게 하는 거라고 했다.
어쩌면 내가 유별나게 회사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걸지도 아니면 너무 생각이 많은 걸지도 몰랐다.
열일곱의 나는 십 년 후인 스물일곱이 되면 나 자신이 무언가 확고한 존재가 되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대단한 무언가가 되어있지는 않더라도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확고한 결심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서른 하나가 된 지금의 나는 아직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쯤 회사로 인해 아무 연고도 없는 부산에 오게 되었다. 새로운 곳에 왔다는 설렘도 잠시, 가족과 친구도 없는 낯선 곳에서 산다는 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주말 이틀 중 하루는 주중에 부족했던 잠을 보충하기 바빴고, 하루는 집 주변만 맴돌았다.
가끔 친구가 놀러 오면 그제야 관광객 모드로 변신하여 친구와 함께 관광지를 돌아보지만, 부산에 사는 사람으로서의 지식은 거의 전무했다. 사실은 놀러 오는 친구들이 부산의 관광 명소와 맛집에 대해서는 더 잘 알고 있었다.
언제든지 갈 수 있다는 생각과 직장인의 귀차니즘으로 인해 1년이 넘게 부산에 살면서도 동네와 회사 주변을 제외하고는 별로 가본 곳이 없었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나는 퇴사를 결심했다.
출근하면 퇴근시간만을 기다리고, 월요일에는 금요일이 되기 만을 기다리고, 달력에서 공휴일을 확인하는 날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하루하루를 견디는 것이 아닌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일상의 소소함을 누리고 싶었다.
누구나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하는 건 어쩌면 반복적이고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일 지도 모른다. 여행지에서는 일상에서 나를 짓누르던 여러 가지 문제와 고민을 잠시나마 내려놓게 되니 누구나 여행을 꿈꾸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아무리 타지라 하더라도 삶의 터전이 되고, 일터가 되면 여행객으로서의 기분을 느끼기가 힘들다.
그래서 퇴사 후 내가 제일 먼저 결심한 건 여행객으로 부산을 즐기자는 거였다. 여행객으로서 부산을 대하는 설렘을 느껴보고 싶었고, 며칠간의 여행으로는 알 수 없는 부산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한 달 간의 부산 여행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