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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iposa Apr 02. 2016

보수동 책방골목 산책

없는 책 빼고 다 있는 보수동 책방골목

유난히 힘들었던 주중을 보내고 나면 모자란 잠을 자고, 밀린 집안일을 하느라 주말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사람들로 붐빌 남포동 거리를 상상하면 섣불리 집 밖으로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하다 일요일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몸을 일으켜 집을 나선다. 


다가올 월요일 출근을 준비하며 각자의 집으로 향할 시간, 조금은 한적해진 보수동 책방 골목의 풍경은 언제나 한결같다. 천장까지 빼곡히 쌓인 책들이 가득 찬 책방들이 양 옆으로 늘어선 모습, 오래된 책의 종이 냄새, 도넛을 사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 아주 오랜 후에 이 곳을 찾게 되었을 때에도 어느 것 하나 변한 것이 없기를 바라는 모습들이다.



조금 날씨가 풀렸다가도 이내 찬바람이 찾아와 봄은 언제 오나 하고 투덜거릴 때쯤 완연한 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보수동 책방골목으로 향하는 길에서는 항상 꽃을 파는 아주머니를 만날 수 있다. 겨울보다 다양해진 꽃의 색깔이 봄을 말해준다. 


꽃의 종류에 상관없이 한단에 2천 원



아직 피지 않은 꽃망울이 주렁주렁 매달린 프리지어 한단으로 2천 원의 호사를 누려본다. 특별한 포장 없이 신문지로 돌돌 말린 프리지어 한단을 손에 쥔 채 보수동 책방골목으로 향했다. 



책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편인데 그중에는 만화책도 포함되어 있다. 만화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하는 만화책 전권을 소장하는 것은 꿈같은 일인데, 책방골목은 그 꿈을 실현시키기에 아주 좋은 장소다. 국제 서적은 만화책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서점으로, 나의 단골 책방이기도 하다.  



입구에 들어서면 나를 "언니야."라고 부르시는 주인 할아버지가 반겨주신다.


국제 서적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운영하시는 곳인데, 좋아하는 작가나 만화책을 얘기하면 추천을 해주시기도 한다. 미스터 초밥왕같이 요리 만화를 좋아하는 나는 '키라라의 일'이라는 요리 만화를 추천받아서 구입했었는데 아주 재미있게 보았다. 


두 분 다 만화책에 대한 식견이 대단하시니 만화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가볼만하다. 멀리서 온 관광객을 위해 택배로 발송도 해주신다.



책방골목에는 책방들 외에도 예쁜 카페가 많이 자리하고 있으니, 국제시장이나 깡통시장 쇼핑으로 지친 다리를 잠시 쉬어갈 수도 있다. 모퉁이에 위치한 도넛 가게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 중 하나인데, 아쉽게도 당분간은 문을 열지 않는다고 한다. 


아주 오랜 뒤에 돌아왔을 때도 책과 사람 사이의 소통이 있는 책방골목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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