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1
어렸을 때 우리 엄마는 여느 엄마들처럼 공부하라는 말을 참 많이 했다.
나는 그럴 때마다 우리 엄마가 참 욕심이 많다고 생각했다.
'내가 몸이 많이 아프거나 병에 걸렸다면 아마 우리 엄마는 내가 건강하기 만을 바랐을 거야.'
'내가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학교를 잘 안 갔다면, 공부는 못해도 좋으니 사고 안치고 학교만 잘 다녔으면 했겠지.'
엄마 앞에서 입 밖으로 낸 적은 없지만 내가 줄곧 하던 생각이었다.
내가 건강하고 학교를 잘 다니는데 엄마는 욕심이 참 많다고.
1년 전 넓은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면서 해피 트리 한그루를 구입했다. 화초를 기르는 것에는 별로 소질이 없었지만, 나무가 오히려 관리가 쉽다는 말에 용기를 내어 집에 들여놓았다.
때 맞춰서 물도 주고, 일주일에 한 번은 햇볕을 쬐는 것이 좋다는 말에 출근 전 자리를 이동해 주었고, 가지치기도 해주었다. 나름대로 내 관리 하에 있는 생명체에게 줄 수 있는 관심을 꽤나 쏟았던 것 같다.
그런데 나무가 잘 자라지 않았고, 화초 기르기 20년 경력자인 엄마에게 조언을 구하자 꽃집에서 영양제를 사다 꽂을 것을 권유했다.
그 길로 지갑을 들고 영양제를 사러 꽃집으로 향했다.
"해피트리에게 줄 영양제를 사러 왔는데요." 하자 꽃집 아저씨가 나무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묻는다.
"아니요. 나무에 특별히 문제가 있는 건 아닌데, 제 생각만큼 잘 안 자라요."
이 말을 내뱉고 보니 알 수 없이 내 마음이 '쿵'했다.
어쩌면 엄마의 마음을 천분의 일 정도 알게 된 것 같았다.
나무에 특별히 문제가 있는 건 아닌데, 내 생각만큼 잘 안 자라요.
아이에 특별히 문제가 있는 건 아닌데, 내 생각만큼 잘 안 자라요.
아이가 더 잘 자랐으면 좋겠어요.
아마 엄마의 마음은 그런 게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