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 정리 2
처음 생각했던 글 제목은 ‘당신의 옷장은 언제입니까?’였다.
옷장을 열었을 때 걸려있는 옷과, 그 옷을 입은 나의 모습은 과거인지, 지금인지, 미래인지, 말이다.
최근까지 나의 옷장은 과거, 현재, 미래가 혼재했다. 아니 정확히는 과거가 더 많았다.
결혼 이후 체중이 차곡차곡 늘기 시작했다.
바지 지퍼의 마찰력이 예전보다 강해졌다는 게 느껴진다면, 바로 그 신호이다.
‘다시 살빼서 입어야지’라는 다짐은
6개월이 되고, 1년이 되고, 3년이 되어서야 과거는 과거라는 것을 깨달았다.
옷장 속엔 미래도 있었다.
너무 예뻐서 산 옷, 하지만 '아직 살이 덜 빠져서' 한 번도 못 입은 옷들은 미래의 내가 입을 수 있길 바라면서 옷장에 고이 모셔져 있다.
하지만 그 옷들 대신 ‘지금 입을 옷’이 있을 자리가 없었다.
살 빼서 입을 옷들이 자리를 차지하다 보니, 당장 편하게 입을 옷들만 인터넷으로 저렴하게 구입했고,
그 옷들은 곧 손이 안 가게 된다. 고심해 고른 것도 아니고, 그때그때 눈에 띄는 것들을 배송료 맞추며 구입한 것들이니 말이다. 그래서 매일 아침 옷장을 열면 불행했다.
입을 옷이 없다 ->
아니 사실 옷은 있는데 살이 쪄서 입을 수 없다 ->
나는 왜 살이 쪘는가 ->
이 의지박약!! 어제 먹은걸 생각해!!
이 의식의 흐름으로 자학과 자책의 뫼비우스의 띠에 올라타는 것이다.
미니멀리스트의 책 몇 권을 읽으며, 진정한 미니멀을 위해 중요한 건 ‘지금’을 사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얻었다. 지금 쓰지 않는 것, 지금 입지 않는 옷은 필요가 없다. ‘지금’에 집중해야 한다. 살 빼서 다시 입어야지라는 ‘과거의 옷’들은 정말 죄다 집어내어 버리고 팔았다. 다시 보니 누가 살 만한 상태도 아니어서 판 건 거의 없고, 버린 게 많았다. 그런 뒤, ‘지금’ 입을 옷들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입어보고, 맞춰보고 혼자만의 패션쇼를 벌여 몇 벌의 컬렉션을 완성했다.
다만 아직 ‘미래의 옷들’은 좀 남아있다. 배에 힘만 좀 더 주면 멋지게 어울리는 검은 원피스, 휴가지에서 꼭 입고 싶은 화려한 프린트의 랩 드레스는 남겨두었다.
두근거림을 주는 약간의 미래지향성은 좀 남아있어도 되지 않을까 싶었으니까.
그래서 나의 옷장은 ‘다소 미래지향적인 지점’에 있다.
훨씬 가벼워진, ‘지금’에 가까워진 옷장이 꽤나 만족스럽다.
소심한 미니멀리스트의 팁!
옷장 속에 '지금 입을 옷'을 두기, 그리고 그 옷들을 조합하는 재미를 찾아보기!
생각보다 입을 옷, 미처 매력을 발견하지 못했던 옷들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