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램램 Apr 21. 2020

회색지대의 물건들과 이별하는 법

버리기 1

계속 쓸 것, 버릴 것, 팔 것, 그리고 가장 애매한 회색지대에

'쓸까 말까 버릴까 말까 팔까 말까’의 물건들이 있다.

분명 언젠가 대단한 포부와 의지로 구매했을, 가격으로 그 나름의 가치를 표현하고 있던 물건들.  

잘 쓰진 않는데, 팔기엔 좀 애매하고, 버리기엔 아깝다 싶은 물건들을 쌓아두니 꽤 많았다.


샘플 화장품부터, 평소 잘 쓰지 않던 가방, 좀 과감해서 손이 잘 가지 않던 옷들,  

고민하는 상태에 표류하는 것보다, 우선 써보기로 했다.

그럼 왜 안 썼는지 알게 될 수도 있고, 의외의 가치를 발견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한눈에 반한 가방이 있었다. 마침 세일 중이라 인터넷으로 구입했는데, 포장박스부터 거대해서 좀 당황했었다. 실제로도 꽤 큰 크기에다가 매기만 해도 시크한 커리어 우먼이 될 것 같은 가방이었다.

헌데 아침마다 옷을 갈아입다 보면 마지막엔 그 가방에 손이 잘 가지 않았다.  

항상 캐주얼하게 입고 다니다 보니 그 가방이 어울리지가 않았다.

그래서 그 가방은 더스트백에 보관된 채,  2년을 묵혀 있었다.

팔까 말까 고민했지만, 좀 아까웠다. 분명 나를 반하게 했던 그 모습 그대로였으니까.

그래서 가방에 맞춰 옷을 입어보기로 했다.

가방에 어울리는 셔츠와 재킷을 챙겨 입고, 머리도 깔끔하게 묶어 가방을 챙겨 들었다.

오오? 맘에 들었다.

내가 왜 그 가방에게 반했는지 다시 깨달았다.

차분한 색상에 좋은 소재, 깔끔한 디테일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가방과 어울리는 조합을 찾고 나니 왠지 새 가방이 생긴듯한 기분까지 들었다.

거기다 새로운 내 모습까지 찾을 수 있었다. ‘쓰자’ 구역으로 반갑게 맞이했다.


반면, 서랍에서 몇 년 동안 뜯지도 않은 채 남겨진 크림이 있었다. 평소 쓰던 제품이 아니라 손이 안 갔었는데 우선 써보기로 했다. 헌데 향도 너무 독하고, 흡수가 잘 안되고 얼굴에서 밀려 나왔다. 나름 프랑스 여행을 다녀온 친구가 선물한 화장품이었는데! 그래서 아껴둔 거였는데! 그렇다고 해서 안 맞는 물건을 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버리자’ 구역으로 보냈다.


회색지대에 있는 물건들에는 단서조항이 붙는다.

'아 그래도 유명한 브랜드인데.'

'아 그래도 나름 비싸게 주고 산 건데.

'아 나름 해외에서 사 온 건데'  

'아 언젠가는 쓸 거 같은데'  등등


'지금 입을 '들의 옷장이 필요하듯이 물건들도 '지금, 나에게 의미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긴가민가 하다면 써보는  맞다. 연이 있다면 깨닫게 되고, 연이 아니라면 편하게 헤어질  있다.  



소심한 미니멀리스트의 팁!

긴가민가 할 때는 우선 써보고 결정하자.
버리거나 팔기 전까지는 우선 내 물건이고, 그 물건과의 인연도 내 손안에 있으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다소 미래지향적 옷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