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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램램 Jul 08. 2020

운전을 합시다 1

내 길이 아닌가 봐

2004년 

여름방학, 친구가 같이 운전면허 학원에 등록하자고 했다. 

아빠한테 말했더니

운전은 진짜 위험한 거야. 너만 죽는 게 아니라 남도 죽일 수 있는 거다!!


라고 겁을 주는 것이 아닌가.

놀이공원 범퍼카도 제대로 못 몰던 나는 (항상 구석에서 빙글빙글 돌다 끝났다) 

역시 난 안될 거야 라고 생각하고, 운전의 길을 포기했다. 

_사실 알고 보니 아빠가 운전을 무서워하는 쫄보였다. 아빠는 아직도 운전 싫어함. 


2009년

네덜란드 교환학생 시절, 겨우겨우 자전거를 타게 되었다. 

네덜란드는 자전거가 차보다 중요한 교통수단인 나라라서, 자전거를 못 타면 무척 곤란하다.  

어느 날, 내리막길에서 역주행하는 자전거에 놀라 브레이크도 못 잡고 벽에 부딪쳐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는 사고가 있었다. 

그 이후 속력을 내는 모든 것에 기겁을 하게 되었으니, 운전은 역시나 꿈도 못 꿀 일이었다. 


2017년

막 킥보드가 대중화되던 시기, 얼리어답터인 남편이 샤오미 킥보드를 사자고 꼬드겼다.  

까짓 거 킥보드는 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질렀다. 

아파트 공터에서 처음 바퀴를 굴리는데 도저히 한쪽 발을 올릴 수가 없었다. 

균형감각이 필요한 일인지 몰랐던 것이다.  

질겁한 나는 이제 막 뜯은 킥보드의 중고 판매가가 얼마인지 검색한다. 

다행히 남편의 각고의 노력으로 곧잘 타게 되었는데, 운전면허가 없이 타는 건 불법이라는 얘기를 듣고, 킥보드의 길을 포기한다. 


그런 내가, 

2018년 7월, 운전면허 필기시험에 도전한다. 

엄청난 신의 계시를 받은 것은 아니고, 

살다 보니 운전이 필요한 순간들이 많은데 겁이 난다는 이유로 미루고 미루는 게 좀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외계인의 침공이나 전쟁이 났을 때, 운전을 못해서 못 도망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필기시험은 다들 어렵지 않다고 해서 유명한 어플을 다운로드하여 모의고사를 몇 번 치렀는데, 나는 꽤 어려웠다.

어쨌든 벼락치기로 공부를 해서 80점대의  성적으로 합격한다. 

그렇게 여름이 지나고, 가을, 겨울, 또 봄이 지나 2019년 여름이 된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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