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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램램 Jul 07. 2020

운동을 합시다 1

마음의 근력

건강을 회복하는 게 최우선이라 PT를 시작했다. 

결혼 전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급하게, 그리고 열심히 PT를 받았었는데, 

그 이후에는 몸을 그냥 되는 대로 놔두었다.

그렇게 차근차근 체중은 늘고 체력은 떨어졌다.   

종종 러닝을 하는 편이라 몸상태가 아주 나쁘진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20분 만에 하늘이 노래지는 경험을 했다.  

너무 피곤하고 힘드니 하품이 나더라. 

제발 운동 그만하고 잠이나 자라는 몸의 신호일지도.


웨이트는 항상 힘들다. 자발적으로 새로운 고문을 하러 가는 기분이다.  

웨이트 머신들을 보면 도대체 어떤 집요한 이가 인간의 근육을 하나하나 쪼개어, 

구석구석 괴롭힐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 건지 무서울 정도다. 

허벅지 운동을 열 번을 채 넘기지 못하고 흐느적거리는 내게 트레이너가 이런 말을 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보다 조금씩 더 무거운 것, 더 많이 운동을 해야 근육이 자란다고.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만 맴돌면 더 이상 성장하지 않고, 
한계를 높이고, 넓히는 과정 속에서 자랄 수 있다.

 

어쩌면 마음에도 근육이 있는 걸까. 

힘든 일을 겪을 땐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것 같은데,  지나고 나면 조금씩 괜찮아져 있다.

비슷한 일이 생기면 더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고, 예상치 못한 일에도 덜 당황하게 된다. 

살아오면서 마음의 곳곳에 돋아난 작은 근육들이 나를 무너지지 않게 지탱해주고 있던 거였다. 


지난 1년은 특히 힘든 일들이 많았다.   

잠시 힘이 달려 무거운 것들을 내려놓았지만, 찬찬히 마음의 근육을 되살릴 시간이다. 

피하거나, 포기하는 대신, 그 시간이 내게 준 것들을 삼키고, 녹여내야지. 

더디더라도 내 한계를 두드리며, 마음과 몸의 근력 모두 자라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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