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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램램 Aug 24. 2020

운전을 합시다 5

미루기의 최후 

운전면허 따는 것으로 글을 다섯 개나 쓰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심지어 더 길어질 수 있음)

나의 '미루기' 때문이다. 

무서운 일, 두려운 일을 미루고 미루는 것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2019년 7월에 예정된 도로 주행 수업을 출장으로 취소하게 되자, 다시 수업 예약을 해야 했다.  

하지만 학원 규정상 수업 예약은 직접 학원에 방문해야만 할 수 있다.

아마 유선으로 예약하면 혼선이 많아서 그런 방침이 생긴 것 같다. 

수업료가 꽤나 비싸니, (한번 수업에 15만 원 정도) 정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학원은 회사 근처였지만, 출퇴근 길에 자주 '보기만' 했다. 

잠깐 들르면 되는데 거길 들어가는 게 왜 그렇게 싫었던 건지. 

2019년의 나.. 왜 그랬냐...


학원 간판이 보일 때마다 마음 한구석 뜨끔하는 걸리적거림이 있었지만 

나의 두려움과 게으름은 그런 죄책감 정도 가뿐히 이겨낼 수 있었다.

하지만 종종 운전을 하는 꿈을 꾸곤 했는데, 

그때마다 꿈이었음에도 

'아 나 면허 없어서 운전하면 안 되는데... ' 란 생각을 하곤 했다. 

(꿈속에서도 준법시민....)




이렇게 저렇게 또다시 2020년, 하고도 5월이 된다. 

시간은 흐르고, 압박감은 커져갔다.


출근길에 홀린 듯 용기를 내 학원에 들어갔다. 

학원의 모습은 일 년 전과 똑같았다.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주행 수업 예약을 잡았다.  

접수처의 직원은 임시면허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빨리 시험을 치라고 안내했다. 

(아.. 1년 전에도 그런 얘기를 들었었는데...) 


하지만 5월 수업은 결국 가지 못했다. 

몸상태가 많이 안 좋아져서 휴직을 준비하게 되어버렸고, 

겨우 6월이 되어서야, 마음을 추슬러 면허에 대한 생각을 다시 떠올린다.


"아 맞다 면허...."


2020년 7월 9일 이후에는 

필기시험부터 죄다 다시 봐야 하는 상황. 

어떤 바보 멍청이가 이런 어리석은 짓을 벌였을까? 

누구긴 누구야 2019년의 나였다. 


대학생들이 몰리는 여름이라, 주행 수업 예약은 2주 뒤에야 잡혔다. 

그저 수업 예약만 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악몽을 꾸었다.

운전석에 앉는다는 생각 만으로도 무서워요 ㅠㅠ 


 


첫 번째 주행 수업

나는 선생님에게 경고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는 기능 합격 후 1년이 다되어 가고 있으며, 

공간지각 능력, 운동신경 모두 평균 이하이며 

겁쟁이 중의 겁쟁이라서 가르치기 아주 힘드실 겁니다.라고 대사까지 준비를 했는데 

그럴 시간이 없었다. 선생님은 다짜고짜 나를 운전석에 태우고 학원 밖으로 나가라고 했다. 


네? 제가 센텀시티에서 운전을 해야 한다고요? 지금 당장? 라잇나우?  


울고 싶었는데, 너무 당황해서 눈물도 안 나왔다. 

미루기의 처참한 말로였다. 



덧, 

얼마 전에 우연히 본 영상인데 

나처럼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루는 인간들이라면 격하게 공감할 수 있을 것다. 

(영상 속 욕설주의) 



 스튜디오 장삐쭈 <장삐쭈 죽이기> 

 




   아! 새삼스럽지만 6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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