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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램램 Jan 19. 2021

꿈의 집 탈출기

생활바꾸기2

1월 1일. 게임을 지웠다.

<꿈의 집>이라는 게임인데 별생각 없이 다운로드하였다가, 1년 넘게 플레이 했다.

해외여행을 가서도 아이패드를 놓지 못하고 게임한 기억이 날 정도니까 정말 오래되긴 했다.

게임의 외양은 집을 꾸미는 것처럼 보이지만, 집을 꾸미기 위해서는 별이 필요하고,

별을 얻으려면 블록을 깨고, 미션을 성공하는 게임을 해야 한다. 

(뿌요뿌요나 비쥬얼드 같은 퍼즐게임이다)

처음에는 무척 쉽지만, 중간중간 무척 어려운 레벨이 계속 등장해서

레벨을 통과하려면 아이템을 쓰거나, 턴을 추가하기 위해 돈을 써야 할 때도 있다.

세상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돈과 시간을 쓰게 하기 위한 게임을 만들었으니,

나는 그들의 마수에 걸려든 한 마리 양이었다.


쉬워 보이지만, 매번 어려워지는 퍼즐


출장 가는 기차나, 비행기에서 시간 때우기 참 좋았다.

비행기 모드에서도 게임 플레이가 가능해서, 길고 긴 비행도 금방 지나게 해주었다.

그렇게 중독적으로 매일매일 시간 나면 즐기던 게임이라 어느덧 2500 레벨 정도까지 달성했다.

처음 게임 시작할 때 주어진 집꾸미기는 모두 다 마치고,

강 건너 별장까지 넘어가서 집꾸미기를 막 시작한 참이었는데

올해가 되면서 그만 두기로 한 이유는!

게임을 하면서도 후회를 하기 때문이었다.

어느 시점부터는 게임이 주는 기쁨이나 성취감이

게임을 하면서 잃게 되는 기회비용에 미치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습관처럼 게임을 했다.

기쁘지도, 즐겁지도 않은 일을 습관적으로 하는 건 멈춰야 했다.



소심하게나마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싶었던 시작은

'뭐가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이건 아닌 거 같다'하는 느낌이었다.

생각 없이 물건을 사들이고, 후회하며 버리는 습관을 끊어내고 싶어서였다.

잘 버리고, 덜 사들이면서 마음과 몸이 한결 가벼워졌고

'좋은 선택이 주는 힘'을 새삼 깨달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선택을 한다.

점심 메뉴부터, 퇴근을 몇 시에 할지, 어떤 일부터 먼저 처리할지 등등.

내가 원하는 것만 선택할 수 없다는 것도 안다.

특히 어른이 되어, 회사에서 일을 하는 어른이 되어버리면

내가 하고 싶은 일보다, 내가 해야만 하는 일들이 더 많아져 선택이 아닌 의무만 나에게 달려든다.

'내가 생각했던 어른의 삶은 이게 아니었어' 하면서 겨우 맥주 한 캔을 꺼내는데,

다행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은 아직 남아있다.

맥주의 종류, 퇴근 후의 일상, 잠들기 전에 할 일. 주말의 계획도.  


어른이 되어 좋은 점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더 잘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소주보다는 맥주를 좋아하고,

돌려 말하는 것보다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을 좋아하고,

TV보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하고,

강아지, 고양이 영상을 좋아한다.

물론 싫어하는 것도 명확해졌지만, 싫어하는 것들은 굳이 떠올리지 않는 게 낫다는 것도 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가는 것도 일종의 미니멀리즘이라고 생각했다.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습관처럼 하고 있는 일들, 후회하면서도 해버리는 것들을 덜어내고,

좋아하는 것들로 밀도 있는 하루를 만들어내는 것.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습관처럼 하는 게임을 지운 대신,

다시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책을 한 챕터라도 읽고 잠들기로 했다.

어떤 선택을 하던, 남 눈치 보지 않고 나를 위한 선택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하기로 했다.

꾸준히 한다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도 습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소심한 미니멀리스트의 팁!

게임을 지우는 건 쉽다. 앱을 꾸욱 누르면 두려운 듯 바들바들 움직이는데
이때 마음 약해지지 말고 과감하게 X 버튼을 눌러주면 된다.
게임의 주인공 오스틴과 나의 인연도 그렇게 끝났다. 다시는 보지 말자 오스틴!


마치 집을 꾸미게 해 줄 것 같지만, 퍼즐 지옥으로 초대하는 나의 원수, 오스틴. 다신 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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