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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줴이 Aug 09. 2020

음악의 힘

Love Always Finds A Reason

아직 영혼이 깨지 않은 찌뿌둥한 아침의 몸뚱이를 이끌고 모닝빵이라는 보이지 않는 망상의 냄새에 이끌려 차를 끌고 5분 거리의 근처 카페로 향한다. 그나마 이 시골에서 유기농 밀가루와 자체 제작한 효모로 만든 빵이라니 심리적 안정감을 위해 자기 합리화를 품에 안고 카페 안으로 입장한다. 글루텐 불내증은 이 순간만큼은 드러나지 않는다.

가장 최근의 방문이 벌써 10개월쯤 된 것 같다. 내 눈에만 보이는, 개선의 여지가 필요해 보이는 인테리어, 동선, 메뉴 등이 있었는데 역시나 장사가 안됐는지 이제 빵은 월. 수. 금. 에만 만든단다. 해당 카페의 베이커리 메뉴는 미니 식빵과 스콘, 쿠키류가 있고 과거에는 냉장 쇼케이스에 티라미수도 있었는데 빵보다 유통기한이 긴 케이크류는 그마저도 보이지 않아 메뉴 존재 여부를 알 수 없다.

애초에 카페에 방문한 이유는 모닝빵으로써의 (강력분으로 만든 - 글루텐 함량이 가장 많은 - 쫄깃하게 - 찢어지는) 빵을 사기 위함이었는데 오늘은 빵 만드는 날이 아니어서 살 수 없단다. 어제 만들어졌음직한 울상을 하고 있는 스콘과 그 스콘을 만든 사장님을 모른채 그냥 나올 수가 없어 모카맛 나지 않는 모카 스콘을 능동적이지 않은 자세로 사버린다. 뒤돌아서서 뭔가 적선의 기분을 느낀다.

모닝빵이라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이대로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괜한 구실을 만들어 근처의 마트 내 빵집으로 향한다. 빵은 없다. 11시 30분에야 나온단다. 단 한 번도 이 집에서 모닝빵 류를 사보지 않았다는 건 마땅한 이유가 있었을 테니 그다지 아쉽지는 않은데 뭔가 불편하고 찜찜한 기류가 흐른다. 모닝빵 찾아 삼만리. 또 다른 핑계를 대고 좀 더 멀리 있는 대형 마트에 가기로 한다.

지금의 이 문장을 쓰려고 이 많은 활자를 내뱉었다니. 말이 많구나. 차에 다시 올라 타 시동을 걸고 오디오를 켠다. 이 순서는 운전자의 습관적인 행위이다. 라디오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나는 이 음악을 알고 있다. 전주가 흘러나옴과 동시에 몸이 이미 반응하는 속도가 놀랍기만 하다. 모닝빵 사지 못해 불편한 기류가 풀리는 데는 단 1초도 걸리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는데 필요한 것은 백 마디 말이 아니다. 음악이 주는 힘은 이렇게나 강력하다. 마음의 병이 아닌 몸의 병 또한 마찬가지 음악으로부터 받는 힘이 분명히 있다. 이러한 음악의 세계를 유영할 줄 아는 나의 상태를 사랑한다. 모닝빵이라는 망상의 냄새에 이끌려 깨지 않았던 영혼이 비로소 제 자리를 찾아 기어들어 온다.

모카맛 나지 않는 모카 스콘을 일반 스콘보다 500원이나 더 주고 사서 억울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음악으로 녹아든 내 영혼이 너희 스콘들을 다 용서하리. 모닝빵은 머릿속에서 이미 사라졌다. 나를 나답게 하는 것은 모닝빵도, 스콘도 아닌, 음악이었다. Have a nice MORNING!


Love Always Finds A Reason / Glenn Medeir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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