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살아있는 역사가 왕성히 활동한다는 사실이 감격스럽다. 재즈라는 관대한 표용력 안에서 그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도 그의 음악에는 그만의 분명한 정서가 있다. 도전적이지만 변질되지 않는 그의 음악이 그래서 좋은지도 모른다. 일종의 배신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 같은 것.
아버지와의 마지막 2주를 병실에서 보내는 동안 나는 그의 음악을 아빠와 함께 들었다. 물론 일방적인 내 선곡이었지만 그때의 기억 때문에 그의 특정 앨범을 재생할 때면 아빠와의 마지막 2주가 떠오른다. 음악과 함께 재생되는 기억의 잔상들.
지금 이 음악에서 스치듯 지나가는 프레이즈는 여기가 어디인지 증명할 필요 없이 아무렇지 않은 듯 그렇게 흘러간다.
+ 내가 알고 있는 그만의 음색에서 비껴갔다 해도 나는 그의 음악을 의심하지 않는다. 2020년의 새 앨범이란 사실만으로 이미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