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타이레놀
마음에 지진이 일어날 때 진통제 한 알
가끔 사무치도록 이 세상에 홀로 남겨진 감정을 느낄 때가 있다. 아마도 이 감정은 단순한 망상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 것이다. 인간의 모든 감정은 경험에서 비롯되는 것일 테니까.
부모의 완전한 부재 이후 현실에 덩그러니 놓였을 때 그때의 그 순간을 기억한다. 짱돌이 내 뒤통수에서 날아와 억- 하고 잠깐 어리둥절해하던 순간, 그때 그 순간 이내 온몸을 뒤덮었던 감정, 아무것도 할 수 없어 털석 주저앉았던 그 순간. 구깃구깃한 그 감정을 굳이 펼쳐내어 보자면 세상에 덩그러니 홀로 남겨진, 나 말고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이다. 상상이 가능한가? 정말로 그 감정을 상상만으로도 가능하겠는가?
머리가 지끈거릴 때 두통약을 먹듯 마음에 지진이 일어날 때 진통제를 한 알 꿀꺽 삼키기로 한다. 육체와 정신의 통증을 따로 생각했더랬다. 육체와 정신은 유기적인데 말이다. 약과 병원에 의지하지 않던 지난 고집들을 한풀 꺾어 꼬리를 살짝 내려보기로 한다. 마침 머리가 지끈거려 그것을 핑계 삼아 한 알 꿀꺽 삼키고 내 마음을 지켜보기로 한다. 뇌와 심장을 관통하는 진통제의 약효를 기대하고 그것에 기대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사라진 사람들은 답이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