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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줴이 Dec 20. 2020

자리바꿈

Moonchild / The Other Side

음악에서의 화음은 한 음으로부터 3도씩 위로 쌓아 올린 것을 말하는데, 여기서 음정은 나 자신을 1로 계산했을 때 나, 철수, 영희가 나란히 함께 있다고 가정하면 나와 철수의 음정은 2도인 것이고, 나와 영희의 음정은 3도인 것이다. 그러니까 C라는 음을 기준으로 화음이 만들어지려면 C에서 3도 위의 음인 E와 E음의 3도 위인 G를 쌓아 CEG가 합해져 C의 3화음이 완성되는 것이다.

음계에서 어떤 한 음이 다시 그 음으로 돌아오기까지의 간격을 옥타브라 하는데 88개의 피아노 건반은 이러한 옥타브가 7번 연결된 것이다. 즉, 피아노 건반은 '도레미파솔라시'가 차례로 7번 반복되어 연결된 것인데 서로 다른 음역의 C음은 88개의 피아노 건반에서 7번 내지는 8번 나온다는 이야기이다.(피아노 건반은 가장 낮은 A음에서 시작되어 가장 높은 C음으로 끝나니 어떤 음이냐에 따라 반복되는 음의 개수가 달라진다.)

하나의 화음은 이러한 높낮이가 다른 여러 음역대를 건너 다니며 소리를 낼 수 있는데 C화음은 꼭 CEG의 순서로만 소리 내지 않는다. 차례로 쌓인 음의 위치를 서로 바꾸어 G를 가장 아래로 빼 GCE의 화음을 만들기도 하고, E음을 가장 아래로 빼 EGC의 화음을 만들기도 한다. 이것을 자리바꿈이라 하고 코드 표기로는 기본 화음인 경우 C, G를 가장 아래로 뺀 C 코드는 C/G, E를 가장 아래로 뺀 C 코드를 C/E로 표기한다.

기본 화음은 정직한 소리를 낸다. 고전적이어서 때로는 따분하고 심심하다. 그런데 같은 화음인데도 자리를 하나 바꾸는 것만으로 소리의 음색은 달라진다. 이러한 자리바꿈 된 화음은 아마도 우리가 듣는 세련된 음악에서 스치듯 지나갈지도 모른다. 정직하게 계산된 음정으로 나란히 음계를 오르내리다가 살짝 삐끗한 듯 장난스럽게 그 위치를 바꾸면 예상하지 못한 소리로부터 흥미진진한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음악이란 그런 것이다. 그리고 삶도 그러한 것 같다. 지루하게 반복되던 일상에 한 줄기 바람, 또는 재빠르게 지나가는 여우비처럼 매일 지나가던 그 길에서 벗어나 살짝 비껴가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장면을 맞이하게 다. 그 예상하지 못한 옆면, 혹은 뒷면에서 흥미진진한 그 무엇을 발견할지도 모를 일이다.

옆 길, 혹은 뒷 길로 가로새어보자.


https://youtu.be/WUqdN0OOYUQ

Moonchild / The Other S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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