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 줴이 Feb 02. 2021

휴대폰의 노예

되찾을 수 없는 잠들기 전 낭만의 시간

휴대폰 알람으로 눈을 떠 하루를 시작하고, 그 알람을 끔과 동시에 폰 안의 인터넷 세계로 입성한다. 종일 온갖 알람과 메시지, 연락, 검색, 쇼핑 등으로 휴대폰은 과부하 상태이다. 깨어있는 시간 동안 매우 충만하게 활용되고 있는 휴대폰의 열일이라니. 따지고 보면 이 또한 컴퓨터인데 1년 내내 손 안의 컴퓨터가 시스템 종료되는 일이 없다는 생각을 하면 기계도 참 버겁겠다 싶은 생각이다. 노조 없는 휴대폰에 감사해야 할 지경. 파업이라도 하는 날엔 과연 멀쩡히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언제부터 우리는 휴대폰의 노예가 되었을까. 스마트한 세계로 진입하면서 PC로 해결하던 대부분의 것들을 손 안의 폰에서 해결하고 있으니 세상 참 좋아졌네 싶다. 이제는 카메라 성능마저 압도적 기능을 자랑하니 똑딱이의 시대는 이미 완전히 져버렸다.

흔히 말하는 대형가전이라 하면 냉장고, 세탁기, 식기세척기, 공기청정기 등 부피와 가격 면에서 대형가전으로 불려져야 할 이유가 마땅하다. 뭐 요즘은 냉장고 1천만 원 시대이니 나만 저 세상에 살고 있는 듯 하지만 고가의 대형가전을 제외하면 100만 원 선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손 안의 휴대폰은 대형인가, 중형인가, 소형인가. 누군가는 필요한 가전 구매를 두고 가격 때문에 고민하다 결국 비싸다며 구매를 포기한다. 아마도 자신이 갖고 있는 휴대폰보다 구매를 포기한 그것저렴하다는 사실을 아마 모르고 있는 것일 테다. 언제부터 휴대폰이 생활 가전보다 구매 순위에서 까이는 필수품이 되었을까.

휴대폰 노예에서 탈출하고 싶지만 이미 발을 빼긴 글러 먹었다. 손 안에서 한 번에 멀티로 해결하던 온갖 기능들을 과연 포기할 수 있을지. 편리성과 더불어 정보 과부하 시대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우리는 이미 휴대폰과 휴대폰 안의 인터넷 노예로 살아가고 있다. 알지 못하는 사이에 디지털 치매로 전락해버릴 것이고, 생각하지 않는 뇌로 휴대폰이 대신 생각하도록 끊임없이 의지할 것이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폴더폰 시대만 하더라도 잠들기 전, 밤의 시간이 낭만적이었던 것 같은데 시대를 거스르는 일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 그래서 나는 다시 온갖 알람으로부터 자유롭던 그때의 낭만을 되찾을 수 있을지, 뭔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뒤의 허탈감을 느낀다.

노예가 웬 말이냐.

매거진의 이전글 보통의 삶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