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아리랑
피아노 건반 위로 표출된 할머니의 소리
친할머니께서 가끔 집에 놀러 오시면 늘 피아노가 있는 방에 들어가 아리랑을 연주하시곤 했다. 어렵지 않은 건반의 조합이지만 도대체 저 음들을 어떻게 알아내신 건지 당시의 나로서는 그저 갸우뚱할 뿐이었다.
내게 피아노 치는 할머니는 일부 대단해 보이는 구석이 있었다. 뭔가 세련되어 보이지 않나. 다만 늘 아리랑이 전부라는 것이 넌덜머리 났을 뿐.
건반을 눌러서 소리를 내는 것엔 분명한 감정의 표출이 있다. 감지하고 있는 감정이든, 감지하지 못한 감정이든, 건반이 눌려짐과 동시에 그것은 소리로 표출된다. 그 표출은 다시 내 귀로 들어온다. 내가 내뱉은 것이 다시 내 안으로 들어온다. 내뱉고 삼키고 또 내뱉고 삼키고.
할머니에게 피아노 건반 위의 아리랑은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