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은 이제 한국의 대표적 외식문화로 자리 잡히면서 셀 수도 없이 많은 치킨 브랜드가 시장에 선보여진 상태이다. 유행은 돌고 돌아 이 치킨 시장에도 레트로 바람이 불었으니 그 이름은 바로 옛날 통닭. 요즘에야 온갖 양념들이 더해져 화려하다 못해 지갑 열기 무서워진 닭님이 되었지만 옛날 통닭이라 하면 닭을 순수하게 통으로 튀겨낸 게 전부이다.
외식 메뉴를 고르다가 치킨을 선택하고, 치킨 브랜드를 고르다가 오랜만에 옛날 통닭을 선택한다. 집 밖을 나서 통닭집으로 향한다. 통닭을 주문하고 초벌 요리된 닭이 기름에 튀겨지기를 약 5분 기다린다. 포장된 통닭을 가슴에 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어릴 적 아버지가 사 오시던 통닭을 떠올린다. 아버지는 그때 무슨 기분으로 통닭을 사 오셨을까? 옆에 있던 오빠가 대답한다. 아버지가 통닭을 사 오던 그날은 힘든 무언가가 있던 날이라고. 퇴근 후 소주 한 잔 홀짝이고 귀가하는 길에 집에 있는 자식새끼들 생각이 나 통닭 한 마리를 품에 안고 집으로 향했을 거라고.
이게 뭐라고 통닭을 품에 안고 눈물이 또르르.
가슴팍에 안겨있는 종이봉투에서 스멀스멀 냄새가 풍겨온다. 통닭의 추억은 냄새와 함께 사라지고 현실의 식욕이 발걸음을 재촉한다. 아버지의 통닭과 내가 품에 안은 통닭은 모두 발걸음을 재촉하게 하지만 그 이유가 이렇게나 다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