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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minar Flow Oct 18. 2021

재앙 리콜러 두 남자의 간사이 여행 #2 도톤보리의 밤

비, 눈보라, 만나면 사건 사고를 부르는 두 남자의 여행 이야기


고구마 : "일본 갈래?"

도루코 : "그래"


(해당 포스트에 등장하는 고구마는 필자이며, 도루코는 친구의 별명입니다.)


 

간사이 공항에서 난바의 호텔로

1시간 정도 걸려 도착했고, 가는 길엔 '글쎄?' 했다. 예상만큼 시각적 충격은 없었다. 폭풍 야경 홍콩 뷰를 기대한 건 아니었대도, 한국에서도 볼법한 거리. 차이라면 좀 더 낮은 건물들 정도. 


'뭐 여긴 별 거 없네?'라면서도 손가락은 꽤 모순적이게도 "찰칵찰칵" 


작은 차들 사이로 습기가 흘러 내게 들어왔다. 이쯤이었다, 일본 냄새가 짙게 나던 때가. 퇴근한 자전거, 아기자기한 간판도 보였으니까. 마침표는 도톤보리의 유람선이 찍어줬다. 이제야 낯선 풍경이 선했다. 

'샌디스크 메모리야 고장 나지 마'. 첫 해외여행의 새 메모리가 채워지고 있었다.


'새롭고 좋은 걸' 처음 보면 주변의 뭔가와 비교를 하게 된다. 도톤보리 가게들을 보며 떠올린 건 홍대였다. 깨알 같은 메뉴판, 가지런한 거리. 

오기 전 주워들은 게 있다. 일본인들은 무리한 일을 하지 않는다던가? 그들의 생활 방식이나 정서직 배경이 '건축이나 생활 속에 묻어나는 것 같다' 이렇게 끼워 맞추며 계속 걷는다.

많은 관광객과 현지인이 웃고 있었다. '이 더위에?'. 말이 안 됐다. 


'여긴 뭔가 설레는 일이 있나 보다.'



8시 넘어 겨우 체크인. 오후 비행기의 치명적 단점이 우리 하루를 단축시켰기 때문인지. 얼마나 마음이 급해지던지.. 충청도 사람들이 뒤에 차가 빵빵거리면 왜 "그렇게 급하면 어제 오지 그랬슈?"라고 말했는지 이해되고 있었다. (역시 아침 출국, 오후 귀국이 국룰.)


오사카 아크 호텔은 도톤보리에서 걸어서 10~15분 정도. 일본 프런트 직원은 어디라도 친절할 것 같고, 여긴 비즈니스 타입의 호텔이다.

둘 다 빨빨거리는 걸 좋아해서 위치 좋은 곳을 원했다. 하지만 역시 좋은 곳은 비싸다. 다음엔 도톤보리에서 더 가까운 곳으로 갈 거다. 물론 가성비를 원한다면 여기도 나쁘지 않다. (바로 앞에 2부 클럽인 G2가 있다는 건 클러버들에게 장점.)


짐을 풀고 빨리 움직인다. 도톤보리 야경을 놓치고 싶지 않으니까!




오사카에 많은 것 3가지, 자판기

밤이 밤 답지가 않다. 더위와 친하지지 못하는 자, 여름 여행을 할 수 없다는 마인드로 '습기는 썸녀다, 폭염은 여자 친구다', 이렇게 생각하기로 한다. 그나마 위안은 자판기. 이 상황이라면 뭐라도 새롭지 않겠냐만 가계(?)마다 조금씩 다른 제품들이 재미를 준다.

여러 가지 마시다 보니 갑자기 든 생각인데, 우리나라 음료와 비슷한 맛들이 꽤 보인다. 다른 점은 자꾸 눈이 가는 포장이라는 것. 취향이겠지만 포장 디자인과 색감의 맛이 있다.




오사카에 많은 것 3가지, 자전거

자전거 주차장이 뭐 이리도 많아? 차가 그렇게 심하게 막히나?

곧 교복을 입고 진지하게 핸들을 꺾는 학생을 보고 나니 장난은 아닌 것 같았다. 더 놀랐던 건 여자들의 자전거 사용빈도가 엄청 높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여자만 쳐다보고 다녀서 그런 건 아니다.) 



오사카에 많은 것 3가지, 맛집

일단 "쿠이 다오레"(食い倒れ)라는 말이 있으니 말 다했다. 속내는 '먹는 데 돈을 쓴다' 혹은 '먹다가 망한다'는 의미. 그만큼 오사카는 식욕과 음식 사랑이 깊다는데. 타코야끼와 오코노미야끼의 원조가 바로 오사카라지만, 지금의 나는 사진에 더 꽂혀있을 뿐. (오사카 사람들이 먹다가 죽는다면 한국 관광객들은 찍다가 죽으니까.) 다만 음식의 역사나 문화에 대한 궁금증은 있었다.


라멘, 텐동, 참치덮밥, 타코야끼 등. 하루에 두 끼도 먹기 힘들었다. 그중 가장 최악인 맛집이 책을 보고 찾은 곳이다. 오히려 맞은편 가게에 20명 정도가 줄 서있었고, 우린 그때 눈치챘어야 했다. 책에 나오는 곳, 웬만하면 의심하고 가자. 자신의 직감과 현지인들의 판단을 믿고 조용히 뒤에 줄을 서는 게 확률적으로 낫다.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라멘집은 현지인들의 평가가 별로라고 해서, 눈에 밟혀도 절대 들어가지 않는다. 30분 정도 돌다가 포기하고 우연히 작은 가게에 들어간다. 운 좋게 제대로 된 맛집을 하나 찾은 순간이다. 


"휴~ 이제 살 것 같다"  

드디어 난파의 메카라는 도톤보리. 호객하는 사람이 뭐 이리 많은지. 2-3바퀴 정도 돌다 보면 유흥가 지도를 만들 수 있을지도. 메이드 카페, 캬뱌쿠라, Bar 등등. 뭐 많기도 하네. 


내가 한국인인 줄 알았는지 한국말로 "섹시한 중국인 여자 있어요"라고 말하는 어떤 여자도 있다. 듣기로는 외국인보다 현지인에게 호객행위를 한다고 했는데, 여기도 요즘 경쟁이 치열한가 보다.


친구와 남자들끼리 하는 쓸데없는 농담을 하며 지나가는데, 다리 위 여자가 지켜보다가 말을 건다. 눈 마주친 내게 일어를 던진다. 빨라서 못 알아들었지만 호기심이 발동했다.


"칸코쿠진 데스, I Don't Speak English"

그런데 이 여자도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있었던지 

"나도 한국어 잘 못해요"라며 농담을 하는 것이다. 

"하하하"

이제 돌아가자. 더 이상 있으면 꼬셔질지도 모른다.

 


한두 시간 정도는 빼앗기는 돈키호테는 생각보다 크다. 생필품, 식품, 명품관. 나도 모르게 이곳의 테마곡에 한 동안 중독됐었다. 사람 구경하기도 나쁘지 않은데, 역시 20-30대가 많다. 


막상 가면 다 기념이니 안 찍을 수가 없다. 거부할 수 없다. 



클러버들에게는 프리시즌이 없지만, 성수기는 성수기다. "일본 클럽은 어떨까?" 하는 마음은 비행기 안에서부터 있었다. 1부 클럽과 2부 클럽으로 나뉘는 일본의 클럽. 그중 도톤보리에서 3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지라프. 관광객들이 제일 많이 들른다고. 


'클럽은 역시 새벽'이라 생각하는 두 짐승이라서 지라프는 과감히 포기. (우린 가성비에 살고 죽기 때문에, 3천 엔이나 한다는 지라프에 1-2시간 놀자고 지갑을 열 수 없었다. 놀려면 제대로 놀아야지!) 그렇게 2부 클럽을 가기로 결정.



동네에서 뽑기 좀 한다는 도루코. 필요한 건 뽑아 쓴다는 게 가훈이라는 (믿거나 말거나) 놈인데.. 하지만 여기서 도루코는 과감하게 패스했다. 일본 감성과 안 맞는 것이다. 하긴 상남자 도루코가 마리오 뽑아 달랑달랑 들고 다닌다는 것도 재미있긴 하겠다.


여기도 저기도 절대 원피스가 빠지지 않는다. 애 어른 무구분 원피스에 호감을 갖고 있는 듯.


들어갈 시간이 지났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다시 다리 위에서 야경을 담는다.


처음 일본 여행을 하는 사람이라면 골목을 놓치면 안 된다.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들의 사는 모습도 볼 수 있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주변 소음을 자세히 들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의외로 놓치기 쉬운 것이 소리에서 오는 감성이다. 어느 순간부터 잃어버리고 사는 소리들을 듣기에 일본은 좋은 곳이다. 예를 들면 아직 사라지지 않은 포장마차 지나가며 듣는 소리라던가, 작은 선술집에서 들리는 고기 굽는 소리나 대화 소리 같은 것들 말이다.


술을 즐기지 않는 나도 오늘은 한잔하고 싶다. 같이 일하는 우리 직원분께서 호로요이 맥주를 극찬하기에 한 캔 샀다. 도루코는 자신의 비주얼만큼이나 상남자스러운 아사히 맥주를 샀다. 유럽을 가던 동남아를 가던, 여유가 없는 여행은 여백도 없지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교토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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