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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minar Flow Oct 18. 2021

재앙 리콜러 두 남자의 간사이 여행 #3 교토

비, 눈보라, 만나면 사건 사고를 부르는 두 남자의 여행 이야기



짧지만 강한 인상의 첫날이 벌써 끝이라니. 두 번째 날이 있어서 다행이다 싶다. 

오늘은 교토다. 경주 정도 되는 도시라는데, 그래서 다른 도시들보다 더 기대된다. 



어젯밤, 우리는 긴급회의를 했다. 우리가 산 오사카 주유패스로는 교토에 갈 수 없다. 그걸 체크인 한참 뒤에 체크했으니. 세 번째 삽질이다. 쿨한 성격이 못 되다 보니 욕심 많은 나는 그 시간조차도 아쉽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우메다에서 한큐 패스를 구매한다. 비도 내리기 시작해 하늘도 우중충해지고 있다. 습도와 섞인 비, 스트레스도 높아져 간다.



한큐 사철을 타고, 한 시간 정도. 그렇게 아라시야마에 도착한다. 교토 서부에 있는 곳. 교토 여행 후기에 자주 등장하는 아라시야마 대나무 숲을 구경하기 위해서 왔다. 이런 장소가 좋은 이유는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많을 것 같아서다. 

도루코는 슬슬 빡침이 올라오고 있었는지 "와 여기서 내리는데?"(폭염과의 싸움에 짜증 난다는 듯)라며 동공 공격을 했다. 


"일단 와보시라니까요~?"


그런데 눈앞에 보이는 배경 때문에 체면이 서지 않는다. 사진으로 봤던 것과 너무 다르다. 안구 정화되는 뷰는커녕 아주 '비 때문에 강물 색은 캐러멜'이 된 것이다. 지금까지의 재앙은 예고편이었던 거다. 


'허허허'




혹시라도 비가 더 오면 더 짜증 날 것 같아 마음이 급해진다. 인파를 뚫고 걷는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도루코의 사진이나 많이 찍어주자 싶었다. 

일본까지 와서 찍는 거라 그런지 꽤 태가 난다. 갑자기 나타난 메이드 인 재팬의 인력거. 쾌재를 부르며 피사체를 도루코에서 인력거로 바꾼다. 


'그래 이런 걸 찍으러 온 거지'





그러고 보니 아침부터 쫄쫄 굶고 있었는데, 타코야끼 가게가 보여 도루코를 꼬셨다. 이거 예상외로 맛이 섭섭하다. 시큼 따뜻한 문어 셰이크를 먹는 기분이랄까. 

질겅거리며 대나무 숲을 걸어 들어간다. 여기저기 한국인들의 목소리가 많이 들린다. 유럽인들도 보인다. 그렇지. 동양적인 그림에 시원한 풍경 때문에 자꾸 걷고 싶어 진다.








하늘을 보여줄 듯 말 듯, 한 마디로 대나무 돔이 따로 없다. 오전 이른 시간에 왔다면 정말 좋았을 것 같다. 조용한 시간에 산책이나 자전거로 돌아본다면 더 좋을지도.





아무래도 직관적인 색의 배합을 좋아한다. 예쁘지만 줄 사람이 없어서 참는다. 






돌아다니는 내내 '담배꽁초라도 하나 버리면 왠지 중죄 짓는 게 아닐까?' 이런 느낌을 준다. 그리고 인력거에 대한 이야기는 꼭 하고 싶은데. 2-3만 엔(?) 정도 받는지 모르겠지만, 이 분들 열정이 대단하다. 정말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즐겁게 일하는 게 보기 좋다. 자극이 된 것 같다.





둘러보기까지 3-4시간 정도 소요됐다. 자연을 좋아한다면 아마 후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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