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또 글을 쓰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이 판에 뛰어들었을까? 그리고는 한숨을 쉬었다. ‘왜 나는 늘 이렇게 마음고생을 자처하는 걸까? 내 팔자인가…’ 하는 생각이 스쳤다. 브런치 스토리에서 축하한다는 메일을 받았을 땐 좋았다. 정말 좋기만 했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오는 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매일 한 편씩 글을 올리고 싶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럴 수 없을 거라 생각하니 벌써 조바심이 난다.
설거지를 하면서도 머릿속엔 다음 글에 대한 고민이 떠다닌다. 그렇게 생각이 많아졌다. 일하다가 가끔 허공을 응시하며 멍하니 있으면, 내가 글을 쓰는 걸 아는 동료가 묻는다.
“무슨 생각해?”
아마도 대단한 작가가 작품 구상하는 것처럼 보이나 보다. 하지만 나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멍을 때릴 뿐인데.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크리스천으로서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이 주님의 계획이라면, 글을 쓰는 일도 그분이 허락하신 길이 아닐까?
그렇다면! ‘대박 나게 해 주세요’, ‘매일 참신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해 주세요’, ‘비록 부족하더라도 읽는 분들에게 욕은 먹지 않게 해 주세요’, ‘글쓰기를 중간에 포기하지 않게 해 주세요’라고 조심스레 기도를 올려본다. 그러다 ‘참, 원하는 것도 많네’ 싶어 마지막엔 ‘아이고, 죄송합니다’라고 덧붙인다.
구독자 수나 조회수에 연연하지 말자고 다짐해도 자꾸 신경이 쓰이는 햇병아리 작가인건 사실이다. 오직, 글로만 승부를 내자고 주먹을 불끈 쥐어도 오래가지 않는다. 내가 올린 글들을 읽는 분들이 좋아해 주실까? 하는 걱정도 한가득이다. 모르겠다.
사랑을 자꾸 확인하는 커플처럼 지인들에게 물어본다. “내 글이 어때? 별로니?”
“괜찮은데?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이야.”
그런 대답을 듣고도, 뭔가 허전하다.
나는 결국, 나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찾고 있었던 걸까?
그렇게 타들어가는 속마음을 다 까보였으니, 이제는 더 이상 구독자나 조회수에 연연하지 않을 것을 안다.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알 것만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다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문장을 붙잡는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아니라 부족한 내 글을 읽어주는 독자를 위한 글을 써야지 노력한다. 사실 과거에는 독자를 염두에 두고 글을 써본 경험이 전무했다. 그런 탓에 요즘 썼다 지웠다를 눈이 빠지게 하는 중이다.
어쩌면 글을 쓰는 일은 나에게 피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피하고 싶다가도 다시 펜을 들고, 부담스럽다가도 떠오르는 문장들을 흘려보낼 수가 없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은 이제 막 시작한 초보 브런치 작가라 아직은 ‘도파민’의 영향하에 있지만 약빨 떨어지듯 글 쓰는 게 버거워질게 뻔하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기를 희망하는 바이다.
글 한 편을 완성하고 나면 후련함보다 또 다른 고민이 밀려온다. ‘이건 괜찮을까?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까?’ 조바심과 기대감 사이를 오가며, 또다시 다음 문장을 떠올린다.
그러나 결국, 이 모든 과정이 내게 주어진 길이라면 그저 묵묵히 걸어가고 싶다. 하루하루, 한 문장씩, 내 안에서 솟아나는 이야기들을 붙잡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