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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호 May 03. 2018

신들의 정원 ㅡ 불가리아 1

고대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플로브디프 (상)

<분수 뒤에 보이는 건물이 불가리아 제2의 도시 플로브디프 시청 건물. 하루 두번 그 앞에서 무료 시내 투어를 시작한다>

<뒤로는 오스만 튀르크 때 지어진 모스크가 있고 앞은 로마시대 때의 경기장이 있다>


불가리아에서 처음 만난 여성은 제2의 도시 플로브디프에 사는 카트리나였다. 약간 통통하지만 귀염성있는 그녀는 눈웃음을 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늘 웃는 얼굴이기 때문에 눈웃음이 더  돋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상냥함과 자상함은 덤이다.

내 경험상 동구권 사람들의 보편적 특징은 아무리 써비스 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처음 대하는 사람에게 그렇게 살갑지 않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사회주의 체제 속에서 배부르지는 않더라도 나라가 늘 먹여살려 주었기에 특별히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해가면서 살아오지 않았기 때문 아닌가 싶다. 아니면 말구.

<플로브디프 전경>


하지만 그녀는 너무나 달랐다. 그 상냥함과 눈웃음에,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은 빈센트 형이 "당신은 눈이 정말 아름답다"고 약간 색깔있는 말을 건네자 중고등학교 다닐 때 자기는 놀림을 받고 지냈다고 웃으면서 말한다. 손가락을 눈에 대고 옆으로 약간 늘리면서 자기는 눈이 작아서 동양인 같다고 놀림을 받았다는 것이다. 아무튼 빈센트형이 여성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것은 해가 서쪽에서 뜨는 일과 거의 같은 일이다. 우리는 카트리나의 랜트카, 그리고 플로브디프 투어 방법 등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시내로 향했다.

<구도시의 중심부에 있는 성당>


플로브디프는 동유럽에서도 유서가 깊은 도시 중에 하나이다. 2,400여년의 긴 시간 동안 트라키아 인이 거주하였고, 이후 페르시아 인, 그리스 인 , 켈트 인, 로마 인, 고트족, 훈족, 슬라브 인, 불가르 인 등 수 많은 세력이 지배해 왔는데, 지금도  로마시대의 유적과 500여년에 걸친 오스만 튀르크가 지배하던 시대의 유적이 공존하는 곳이다. 특히 구도시라고 하는 곳은 동양식 건축물과 서양식 건축물이 한 동네에 같이 있어서 독특한 느낌을 준다. 이곳의 사람들은 서유럽 사람들과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체구가 다소 작으며 거칠어 보이지 않는 편이다.

<구도시의 돌길. 왼쪽은 동양식 건축물이 있고 오른쪽은 서양식 건축물이 있는 특이한 곳이다>

<왼쪽 벽이 플로브디프 중심가에 위치한 모스크의 한쪽 면. 이 벽을 찍기 위해서 이런 사진을 찍었다면 나가 죽어야 한다>


플로브디프의 중심가는 시청 앞 분수대로부터 대로변을 따라 마리차강을 건너는 다리까지인 듯 하다. 그 중간에 꽤나 많은 상점들이 있으며, 오스만 튀르크 때 지어진 모스크도 있고, 로마시대 경기장도 있다. 지금 그 경기장은 좌석 일부와 검투사가 나오는 아치형 문만 남아있다. 그리고 그것을 카페가 완전히 둘러싸고 있다. 이곳은 이상하게도 동양인 여행객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알려지지 않은 곳이기 때문인 것 같다.

마침 우리가 갔을 때는 로마 카톨릭의 부활절 보다 일주일 늦게 정한 불가리아 정교의 부활절이었다. 곳곳에서 색색의 계란을 나누고 또 부활절 특별식을 식당마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었다.

<구도시로 들어가는 입구 쯤 된다. 멀리 보이는 대로를 건너면 플로브디프 시내 카페 거리>

<구도시에 있는 성당 내부. 18세기에 지어진 것인데 무너져서 동네 사람들이 모금해서 수리했다고 한다>

<부활절 자정 미사를 마치고 촛불을 들고 귀가하는 사람들>

<어느 카페를 가든 정겹게 색동 계란을 나눠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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