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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호 May 07. 2018

신들의 정원 ㅡ 불가리아 4

술 먹다 죽은 귀신이 노는 곳 ~와이너리~

불가리아 와인은 세계 최고는 아닐지라도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나름 인정받는다고 한다. 내가 잘 모르니 그러면 그런 줄 알고 난 잘 쭈그리고 있는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척 할 때 제일 무식해 보이기 때문이다. 또 무식하면서 용감하기까지 하면 그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다.


  1박2일 일정으로 와이너리 견학을 넣었다. 마침 스파와 리조트를 겸한 곳이다. 포장 상태가 꽤 좋지않은 구릉길을 따라 들어갔다. 예상 외로 넓은 부지에 대규모 와이너리가 조성되어 있다. 스파 리조트도 뭐 그런대로 잘 지은 듯 했다. 소유주가 불가리아인이 아니고 어디 후줄근한 나라 재벌이라고 한다. 듣기로 무지 못사는 나라였다. 참 기가 막힐 노릇이다. 자국민은 가난에 찌들어 있는데 외국에 대규모 스파 리조트와 와이너리를 소유하고 있다니 말이다. 그런데 이런 것을 '투자'라고 하면 할 말 없기도 하다.

<이 언니가 해설해주는 언니. 빈센트형 말에 따르면, 와이너리 외형적 설명만 했지 와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같다고 한다>


와이너리 투어 과정에 직원이 뭐라뭐라 열심히 떠들어 댄다. 빈센트형은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듣고 질문한다. 비오형과 나는 한 귀로 들어 왔다가 다른 귀로 바로 나간다. 하지만 우리도 들어왔다가 나가지 않는 것이 있다. 보통 전문가들은 와인 테스트 할 때 잔에 따른 와인을 한 모금 머금고 입속에서 오글오글 대거나 양치하듯이 우물우물 하다가 뱉는다.  빈센트형도 그랬다. 비오형과 나는 이미 들어온 와인을 절대 뱉지 않고 못나가게 한다. 화이트 5종과 레드 5종 등10잔의 와인을 차곡차곡 위장에 잘 저장했다.

<오크통은 전량 프랑스에서 수입해온다고 한다. 불가리아 포도를 프랑스산 오크통에 담으면 프랑스 와인이 되나? >


빈센트형 말에 따르면, 이 와이너리는 뭔가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나 디스플레이에 너무 치중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한다. 그래도 와인 맛은 수준급이라고 덧붙인다. 우리는 수준급이 어떤 것인 지 알 수 없으니 그저 낮술로 테스팅 와인 10잔 마시고 거나하게 취해서 스파가 딸린 실내 수영장에서 푸하푸하 수영하다가 의자에 앉아 졸기만 했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척 하는 것이 참 무식해 보이는데 모르는 것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도 무식하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모르겠다. '아닌가 모르겠다'가  아니라 실제로 무식한거다.


<레모네이드 한잔. 풀이 너무 작아서 배영하다가 잘못하면 머리 깨짐 ㅋ>


집에 가져간다고 와인두 병 샀다. 밤이 되자 배 속에 넣어서 가자고 셋이 둘러 앉아서 두병 다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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