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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호 Oct 25. 2017

맹견주의

맹견주의 / 김선호


1958년 개띠

그 해 강아지가 팔십 만 마리 쯤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초등학교는 오전반 오후반에

교실은 복도까지 콩나물시루였다

국민교육헌장이라는 이상한 문장을

토씨 하나까지 외워야 했고

붉은 마귀로 공산당을 그려야 했으며

뺑뺑이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선배 후배도 서먹했다

대학 정원을 팝콘처럼 튀겨놓은

졸업정원제 혜택도 못받고

재수 삼수를 밥 먹듯 했다

1979년 입대해서 1981년 제대했다

마르고 닳도록 해먹던 대통령은 죽고

어떤 이는 어물어물 하다 물려 받고

어떤 이는 총칼을 들이대서 빼앗고

군대 간 동안 세번 바뀌었다

치열하다 못해 죽을 둥 살 둥

직장에 매달리고

늘 야근과 회식에 초죽음이 됐다

IMF에 시달리다 정리해고 되고

컴맹과 낀세대로 명퇴 당하며

4.19세대도 아니고 386세대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 머물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다

58 개띠 누가 거들떠 보지도 않지만

이제 머리가 허옇다

남은 것은 악 밖에 안 남았다

더 이상 건드리지 마라

맹견주의

그런데 이빨 다 빠진 것 아시려나


세살된 우리집 맹견. 누구를 물어본 적은 없고 목줄은 하고 다니지만 입마개는 안했음. 앞으로 입마개를 하고 다닐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
이름은 희동이. 견종은 닥스훈트 털이 긴 레드종.
가끔 이쑤시개를 질겅거리는 개윤발.
앞서 기르던 윌. 아쉽게도 너무 커서 다른 집으로 입양.  견종은 시베리안 허스키.
처음 집에 왔을 때의 윌. 꼭 눈매가 무서운 개 인형같았는데...

도자기 맹견들. 목줄하고 입마개 꼭 하고 다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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