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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호 Aug 03. 2018

여자가 예쁘면 다 용서될까

케이티 멜루아

*  Katie Melua


여자가 예쁘면 모든 것이 용서될 수 있을까. 정말 정신 나간 질문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종종 있다. 친구들이나 선후배와 같이 골프를 가면 캐디를 배정받게 되는데 이때 신참 캐디가 배정되는 수가 있다. 그러면 필드에서 좀 여러 가지로 불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남자들은 그런다. 예쁘면 다 용서된다고. 참 어이없는 말이지만 실제로 그런 경우는 많다.  비단 골프 캐디뿐 아니라 어떤 직종이든 우리 사회에서 여자가 예쁘면 훨씬 더 혜택을 보는 것은 분명하고 또 잘못을 했어도 쉽게 용서받는다. 이것은 남자들이 죽을 때 철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쁜 여자만 보면 사족을 못 쓴다.  하지만 꼭 남자들의 비이성적이고 비정상적인 사고 체계에 기인하는 것만은 아니다. 본래 그것이 생물학적으로 수컷의 우성 유전 본능인 것을 어쩌랴.


그런데 아무리 예뻐도 용서가 안 되는 것이 있다. 가수가 직업이라면 그렇다. 처음 한 두 번은 예쁘니까 그녀의 노래를 억지로 들어줄 수는 있다. 그런데 예쁘다고 돼지 멱따는 소리를 계속 즐겨 들을 수 있을까. 음치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양해하거나 가르쳐서 될 일은 아니다. 물론 억지로 만들 수는 있겠지만 음치는 반드시 그 한계를 드러내기 마련이고 결국 가수로서의 생명은 짧을 수밖에 없다.



* 정성 들여 부르는 노래


한 때 세계를 호령하던 초강대국 '소비에트 연방 공화국'은 이제 기억도 참 아련하고 가물가물해지는 어느 한 때의 나라 이름이 되었다. 이 소련의 한 연방 출신 가수인 케이티 멜루아는 이렇게 용서하거나 양해하거나 가르치거나 할 필요가 전혀 없는 가수이다. 기본적으로 엄청 미인에다가 노래도 겁나게 잘한다. 게다가 재즈, 팝 계열 가수들은 대체로 걸쭉한 목소리를 지니는 것이 보통인데 멜루아는 오히려 투명하고 맑은 목소리를 지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혼 없이 저 혼자 흥얼거리는 일부 재즈 가수처럼 굴지도 않고 마치 여고생이 열심히 정성 들여 노래하는 것처럼 앳되게 느껴질 때도 있다.

 


* 소련 연방이었던 조지아 공화국


멜루아는 본래 글자 쓰기는 물론 읽기도 어려운 조지아 공화국에서 다음과 같은 이름을 가지고 태어났다.

 "ქეთევან ქეთი მელუა "

이것을 읽으면 케테반 멜루아라고 한다. 1984년생이다. 그런데 조지아라는 곳이 어디쯤 있는 나라일까? 지도를 보면 터키의 동북쪽에 바로 접해 있다. 따라서 지정학적으로 동서양의 문화가 충돌하는 지역임과 동시에 아랍계 영향을 계속 받아온 곳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는 페르시아, 셀주크 투르크, 몽고, 오스만 튀르크의 지배를 받은 코카서스 지역이다.  이목구비의 특징을 보아도 유럽계 보다는 유라시아 아랍계에 가깝다.  


아무튼 그녀는 8살이 되던 1993년 조지아에서 발생한 내전 때문에 가족과 함께 심장 전문의였던 아버지를 따라 북아일랜드의 Belfast로 이주했고, 14세 때 영국으로 이주해서 현재는 영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 가수로서는 2003년 데뷔를 했는데 작곡가 Mike Batt가 관여하는 드라마티코라는 레이블과 계약하면서부터이다. 당시 발매한 음반은 'Call Off the Search'였는데 5개월 만에 180만 장이 팔렸다. 시쳇말로 대박이 난 것이다. 2005년에 발매한 음반 'Piece by Piece', 2007년 발매한 'Picture' 역시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했다. 이 앨범에 수록된 'In My Secret Life'라는 곡은 Leonard Cohen과 Sharon Robinson이 피처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또 2010년에는 'The House', 2012년에는 'Secret Symphony', 2013년에는 'Ketevan', 그리고 지난해 2016년에는 'In Winter'라는 표제로 계속 음반을 냈다. 'In Winter'는 그녀의 고향 조지아에서 녹음했고 코러스 역시 조지아 여성들로 구성해서 진행한, 어쩌면 수구초심 같은 음반이라고 하겠다.



한편 2006년에는 그 해 영국과 유럽에서 최다 음반 판매 여성 가수로 기록된다. 멜루아가 추구하는 장르를 굳이 따지자면 블루스, 재즈, 포크 팝 등 대략 엇비슷한 장르를 넘나 든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멜루아는 가수로서는 드물게 이른바 익스트림 스포츠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주로 즐기는 것은 패러글라이딩, 행글라이딩, 스카이다이빙 등인데

2010년 신경쇠약 증세로 인해 의사의 권유에 따라 한동안 중단했다고 한다.

그녀는 2007년 영화에도 출연한 적이 있는데 할리우드의 이단아로도 불리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Grindhouse'에 잠깐 나왔다고 한다. 이 외에 무슨 캐시미어 의류 모델로도 잠시 얼굴을 비춘 적도 있다. 아마도 얼굴이 좀 반반하니까 여기저기서 데려다가 양념처럼 쓴 것 같다.


멜루아는 지금까지 활발하게 음악 활동을 하고 있지만 가장 별처럼 빛났던 시기는 대략 2005년부터 2007년 즈음이 아니었나 싶다. 그 이유는 그 무렵 여러 가지 음악상 수상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2005년에는 ECHO Award  국제 신인상을 수상했고, 2007년에는 국제 팝 솔로 분야에서 Goldene Kamera 상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ECHO Award의 인터내셔널 여성 팝 가수 최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Goldene Kamera상은 Golden Camera라는 의미로 아마도 사진발이 잘 받아서 주는 상 아닌가 모르겠다)  또 눈여겨볼 기록이 하나 더 있다. 지금까지 영국에서 판매된 음반 통계에 따르면, 멜루아의 'Call Off the Search' 음반은 영국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음반 87위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의 음반을 모두 다 살 수는 없고 한 두 장 사서 들어 본다면 바로 이 'Call Off the Search'를 권하고 싶다. 웹 사이트 잘 찾아보면 같은 가격에 보너스로 DVD도 한 장 끼워주는 음반도 있다. 또 그동안 히트한 노래만 모아서 낸 음반 'Collection'은 더 좋다. 그 안에는 유명한 곡들이 다 들어있는 데다가 DVD도 끼워준다. 멜루아의 히트곡들을 들어보면 마치 60년대 재즈곡 같은 느낌을 전해주는 곡조와 앳된 목소리의 호소력에 금세 친근해질 것이다.

 


아직도 열악한 환경의 나라 사람들은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이른바 'American Dream'을 이루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룬 사람들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멜루아의 경우는 미국이 아닌 영국에서 뛰어난 미모와 음악적 재능 때문에 'British Dream'을 이룬 경우가 아닌가 싶다. 물론 전문직이었던 아버지의 직업 때문에 그런 환경이 더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쪽배를 타고 북아프리카에서 스페인이나 프랑스로 죽음을 마주하며 건너가는 절망의 재능과는 좀 다른 경우이니까 말이다.


 끝으로 멜루아가 부른 'Tiger in the night'의 원문과 가사를 덧붙인다. 이 곡은 조지 오웰의 원작 영화 'Keep The Aspidistra Flying'(1998)의 배경음악으로, 영국 가수 콜린 블룬스톤(Colin Edward Michael Blunstone)이 부른 노래를 멜루아가 다시 부른 것이다. 이 곡의 작곡자는 Mike Batt이다.


 'Tiger in the night'


You are the tiger burning bright  

Deep in the forest of my night  

You are the one who keeps me strong in this world

그대는 내 밤의 깊은 숲 속을 밝혀주는

빛나는 호랑이입니다  

오직 그대만이 내가 이 세상에서

강해질 수 있도록 해주는 존재입니다.

 

You sleep by the silent cooling streams  

Down in the darkness of my dreams  

All of my life I never knew

그대는 내 꿈의 어둠 속에서 조용히 흐르는

차가운 시냇가에서 잠이 듭니다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내 생의 전부

 

You were the dream I'd see come true  

You are the tiger burning bright

그대는 내가 이루고 싶었던 꿈이었습니다

그대는 빛나는 호랑이입니다

 

I was the one who looked so hard I could not see.

Now I could never live without the love you give to me.

나는 너무 어리석고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람이었죠

이제 나는

그대의 사랑 없이는 절대 살아갈 수 없습니다

     

I lived like a wild and lonely soul,  

Lost in a dream beyond control.  

You were the one who brought me home down to earth.

나는 야수처럼 외로운 영혼으로 살아왔고  

꿈속에서도 방황했지만

그대만이 나를 지상의 안식처로 데려다주었지요

   

For you are the tiger burning bright  

Deep in the forest of my night  

All of my life I never knew  

You were the dream I'd see come true

그대는 내 밤의 깊은 숲 속을 밝혀주는  

빛나는 호랑이입니다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내 생의 전부,  

내가 이루고 싶었던 꿈입니다


<세계음악 컬럼니스트 김선호>



https://youtu.be/rN6WMi4qN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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