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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호 Jul 27. 2018

처음 만난 애인처럼 가슴 설레는 음악

다국적군의 집시음악 공습  

* Barcelona Gipsy Klezmer Orchestra

예전 어른들은 이런 말을 자주 하곤 했다. '잘될 놈은 떡잎부터 알아본다'라고. 뭐 속담이니까 그 말이 맞기야 맞겠지만 그럼 잘 안될 놈은 떡잎부터 개떡 같은가?  솔직히 어려서 떡잎이 그럴싸하지 않은 아이는 또 어디 있을까. 다만 성장하면서 제대로 자신의 영역을 못 찾았거나  그럴만한 환경이 안되어서 대성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싶다. 아무튼 나는  어려서부터 떡잎이 개떡 같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그런  주장은 꼭 맞는 것은 아니라고 강변하고 싶다.
각설하고, 떡잎이 별 볼 일 없었지만 점차 커가면서 대성하는 그런 밴드가 있어서 몇 해 전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다. 이름도 좀 구질구질하게 길고 그렇다. 하지만 이들의 음악이 좋다.

바르셀로나 집시 클레즈머 오케스트라 (BGKO). 이들은 2012년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결성된 밴드이다. 재즈, 남미 음악, 스페인 음악, 그리고 중동지방 음악의 영향을 받은 멜로디를 추구하고 있다. 말하자면 얘네들도 '어쩌다 크로스오버' 아니면 '하다 보니까 크로스오버'이거나 연주자들을 모으다 보니 '헤쳐 모여 크로스오버'가 된 셈이다. 아무튼 그렇거나 말거나 음악만 잘 하면 된다.



멤버로는 로빈드로 니콜릭 (Robindro Nikolić 클라리넷,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 마띠아 쉬로싸(Mattia Schirosa  아코디언, 이태리), 이반 코바체비크 (Ivan Kovačević 콘트라베이스, 세르비아), 줄리앙 샤날 (Julien Chanal 기타, 프랑스), 스텔리오 토기아스 ( Stelios Togias 퍼커션,  그리스), 산드라 산지아오(Sandra Sangiao 보컬, 스페인)  등 11명으로 구성된 다국적군이다. 이렇게 국적이 뒤섞이다 보니 크로스오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들은 밴드를 구성한 이듬해 첫 앨범을 자신들이 직접 만들었는데, 아마도 그 앨범의 퀄리티는 대략 컴퓨터로 복사해낸 수준이 아닌가 싶다. 이후 2014년 독특하게도 LP판으로 이것을 찍어냈다.  체 게바라를 추모하는 노래  'Hasta Siempre, Comandante'를 비롯해서 'Cigani Ljubiat Pesnji', 'La dama d'Aragó' 세 곡이 추가된 이 앨범의 재킷명은 <Satélite K>. 스페인어로 '위성 K'인데 K는 뭘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다.  느낌에 그냥 갖다 붙인 것 같다. 폼 나라고. 그리고 이 곡들을 가지고 이태리, 그리스, 말타, 세르비아, 슬로베니아, 독일, 프랑스, 스페인 투어를 가졌다.




* 발칸반도의 대통합 투어


 2015년 5월 BGKO는 그들에게 있어서 기념비적인 콘서트 투어를 갖게 된다.  콘서트의 화두는  'Balkan Reunion'이다. 의역을 하자면 '발칸반도의 대통합'이라는 거창한 의미인데,  그들 나름대로 생각하는 발칸반도의 이른바 내로라하는 뮤지션과 함께 하기 때문에 이렇게 거창 뻑적지근한 말을 가져다 쓴 듯하다. 그런데 사실 이들과 함께 했던 뮤지션은 풍신 나지도 않게 서너 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서너 명의 이름값은 그 업계에서는 제법 잘 나가는 뮤지션들인 모양이다.


그  서너 명 가운데 세 명을 소개해 본다. 마케도니아 출신의 섹서포니스트 페루스 무스타포프( Ferus Mustafov : 근동 지방 집시음악 전문가로서 발칸반도 색소폰 연주자의 왕이라고 칭송되기도 한다), 슬로베니아 출신 블라도 크레슬린 (Vlado Kreslin : 루마니아 문화 전문가이자 집시음악 작사가),  그리고 터키 출신의 니한 데베시오글루(Nihan Devecioglu)이다. 보컬을 맡은 니한은 본래 잘츠부르크 모차르트 대학교에서 소프라노를 전공했던 가수이다.


오른쪽은 마케도니아 출신의 섹서포니스트 페루스 무스타포프( Ferus Mustafov), 왼쪽은 로빈드로 니콜릭 (Robindro Nikolić)


이들이 함께 연주 녹음한 음반은 2015년 10월 발매되었는데, 바로 BGKO를 유명하게 만든 대표적인 음반이기도 하다. 하긴 뭐 별다른 음반이 있는 것도 아니기는 하다.  아울러 이 음반의 레퍼토리를 가지고 그라나다, 말라가, 까탈라나, 아이스랜드, 네덜란드,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위스, 세르비아, 독일, 터키 이스탄불의 투어를 하게 된다. 투어는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수록된 곡들 중에 대표곡은 '젤렘 젤렘 (Djelem Djelem)'이라고 볼 수 있다. 젤렘  젤렘의 의미는 전통적이면서도 국제적으로 알려진 '집시 찬가'라고 보면 뭐 크게 틀리지 않는다. 콘트라베이스가 무겁게 깔리는 콘티누오 위에 가슴  후벼 파는 여성 보컬 산드라(Sandra Sangiao)의 호소력에 그저 넋 놓을 뿐이다.  유튜브에서 이것은 검색해서 들어볼 만하다. 하지만 오디오로 듣는 것과 유튜브로 듣는 것은 그 느낌에 있어서 하늘과 땅 차이라고나 할까.  

 Sandra Sangiao



음반에 수록된 곡은 '젤렘 젤렘'을 포함해서 모두 11곡이다. 녹음 상태는 가히 압권이다. 물론 스튜디오 녹음이기 때문에 좋을 수밖에 없지만 그 때문만으로 넘기기에는 해상력과 스테이지 감이 너무나 뛰어나다. 악기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인다. 그리고 서로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또한 독주 악기의 음색은 처음 만난 애인처럼 가슴을 설레게 하기 충분하다.



첫 곡인 'Gankino Horo'는 불가리아 포크댄스 음악으로 튜플(Tuple)이라는 묘한 수학적 개념을 가지고 있다. 튜플(tuple)은 유한 개의 사물의 순서 있는 열거로,  n 개의 요소를 가진 튜플을 n-튜플(n-tuple) 또는 n중쌍, n짝이라고 한다. 솔직히 필자도 아는 척 쓰고는 있지만 이 의미는 정확히 잘 모른다.  그런데 음악에 왜 이런 복잡한 수학적 개념을 끌어 왔을까? 그것은 '강카의 춤'에 해당하는 박자와 스텝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11곡 중에 하나 더 소개한다면 네 번째 수록곡인 'dut ağacı'를 꼽고 싶다.  'dut ağacı'는  투르크족 언어이며 터키어이기도 하다. 영어로는 mulberry tree인데 해석하면 뽕나무이다. 여자들은 이 뽕나무 로고가 구리판에 압인 된 가방을 좋아한다. 가방을 사줄 형편이 안 되는 우리네는 애인이나 마누라한테 이 노래라도 들려주면 어떨까 싶다. 아무튼 이 곡은 터키에서는 꽤 알려진 곡으로 여러 뮤지션이 노래했다. 곡의 느낌은 유목민족의 애환이 담긴 다소 애절한 음률을 지니고 있다. 노래 내용은 어쩌면 뽕나무 밑의 사랑 이야기 정도의 통속적인 것이 아닐까 싶다. 노래는 터키 출신의 니한 데베시오글루(Nihan Devecioglu)가 부른다. 투르크족 전통악기 바흘라마를 대신한 기타 반주가 가히 일품이다.


다양하고 때로 낯설고 또 재미있는 음악을 들려주고 있는 이들. 장황한 평가는 좀 거두고, 그들의 노래를 마음 비우고 그냥 들어보면 어떨까  싶다.


<세계음악 컬럼니스트 김선호>



https://youtu.be/LCUv9W0Vi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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