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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호 Aug 25. 2018

1등과 2등의 차이 (상)

1등은 무엇을 만들까 고민하고

2등은 어떻게 만들까 고민한다 (상)

    

Western Electric 437A 436A

Sovtec 6S45PE & Siemens C3g    


      

* 리더와 추격자    

 

오늘날 첨단 과학 기술을 선도하는 국가든 기업이든 대체로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나는 끝없는 R&D를 통해 첨단을 추구하며 앞서 가는 쪽과, 이미 만들어 놓은 첨단 기술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죽어라 베껴서 따라가는 쪽이다.

이른바 선도자(first  mover)와 빠른 추종자(fast follwer)라고 칭할 수 있겠다.     

선도자는 새롭게 무엇을 만들까 고민하고 추종자는 어떻게 베낄까 고민하게 된다. 이것이 1등과 2등의 차이이다. 2등이 베끼는데 고민하는 이유는 특허 침해나 디자인 도용에 휘말리지 않도록 교묘히 피해가야 하기 때문이다.


좀 지난 이야기지만 초기의 스마트폰의 경우,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의 갤럭시가 이런 사례였다.     

바로 이 스마트폰의 창시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애플의 CEO였던 스티브 잡스는 두 개념의 차이를 이렇게 요약했다.


 '리더와 추격자를 구분하는 기준은 혁신이다(Innovation distinguishes between a leader and a follower).'     


하지만 지금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어졌고 서로 나름의 첨단 기술을 토대로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질적으로 그다지 뒤떨어지지 않는 중국의 스마트폰이 위협적 존재로 새로운 추격자의 위치에 있다.           



* 혁신적 사고는 어디서 오는가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 만들까만을 고민해온 2등이 이제 1등이 되었을 때 ‘무엇을 만들까 ‘에 대한 고민을 한 적이 없어서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이 혁신적 사고는 외우기만 하는 암기적 사고와 대학을 기업의 소모품 양성 기관쯤으로 생각하는 무개념으로는 절대로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다.     

때문에 혁신적 사고를 위해 문, 사, 철의 인문학과 화학, 물리학, 생물학 등과 같은 기초과학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떤 기업가들은 무슨 구색 맞추기로 인문학이나 기초과학이 필요한 줄 안다. 게다가 대학은 기초과학 학과에 지원자가 적다고 학과를 없애버리기까지 한다. 참 말이 안 나온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과거 진공관 개발에 있어서도 이와 유사한 경우가 있었다. 미국의 웨스턴 일렉트릭 417A, 436A, 437A는 진공관 역사상 신기원을 이룬 진공관이다. 그 이유는 나중에 다시 부연 설명하고자 한다. 이들 진공관은 말하자면 맨 앞에 무엇을 만들까 고민하는 선도자가 만든 혁신적인 진공관이다.      


이 진공관을 오디오용으로 사용할 경우 질감 표현에 있어서 기존의  CR형(콘덴서와 저항으로 구성된 형태)이 따라갈 수 없는 트랜스 결합 프리앰프나, 최고의 기술과 음질로 평가하는 LCR 트랜스 결합 포노 이퀄라이저를 만드는데 가장 적합하다고 하겠다. 신호 체계 속에서 음의 왜곡이나 색깔을 변하게 하는 콘덴서가 단 하나도 들어가지 않고 또 이단 증폭이라는 과증폭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웨스턴 일렉트릭 437A와 436A를 사용하여 제작한 트랜스 결합형 LCR 포노 이퀄라이즈.  웨스턴 285L 승압트랜스와 웨스턴 인풋트랜스를 사용하였다.

  

* 추격자의 완벽한 진공관     


 한편 독일 지멘스의 C3g와 구소련 소브텍의 6S45PE는 추격자가 만든 진공관인 셈이다.  독일의 C3g 진공관은 1950년대 후반 생산을 개시했는데 우체국 전신용이나 전화국 중계기에 사용할 목적으로 개발됐다. 규격은 웨스턴 436A와 용도와 스펙이 거의 흡사하다. 말하자면 베낀 것이다. 하지만 베낄 때 잘 베껴서 내구성과 안정성이 뛰어나다. 즉 효율을 조금 낮추고 안정된 구조로 리모델링해서 436A가 지니고 있는 문제점을 완전히 극복한 셈이다.      


우선 436A는 높은 증폭률과 대전류를 흘리는 첨단 진공관이기는 하지만 제조과정이 복잡하고 난도가 높아서 그에 따른 마이크로포닉 노이즈와 발진이라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C3g는 진동에 강하도록 필라를 고정하는 상부와 하부  운모판을 각 두 장씩으로 제작했고, 외부로부터의 충격이나 전파의 차폐를 위해 외부를 알루미늄 캡으로 씌웠다. 뿐만 아니라 소켓도 진동에 강하도록 록탈 소켓을 사용하여 마치 소켓이 열쇠처럼 진공관을 잠가버리는 듯 함으로써 소켓과 진공관의 접촉 불량이나 이탈을 근본적으로 제어하여 최대의 안정성을 확보했다.     

 


C3g는 분류상 5극관이다. 따라서 그리드는 3개가 들어 있다. 제 3그리드는 15회 정도 성글게 감겨 있는데 캐소드로부터 아주 멀찌감치 위치하고 있어서 있으나마나 하고, 제 2그리드는 40회 정도,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제 1그리드는 1.2Cm 정도의 공간에 머리카락보다 훨씬 가는 선으로 약 150회 정도 감겨있다. 그런데 제 1그리드는 캐소드에 얼마나 가깝게 밀착시켜 감아놓았는지 육안으로는 거의 구별을 못할 지경이다.   

   

이 진공관은 5극관이지만 경우에 따라 3결로 묶어 3극관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된 것이다. 3결을 할 경우 증폭률은 40이며, 전류는 최대 40mA까지 흘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히터 전압이 6.3V이기 때문에 사용하기 편리하다.  C3g를 오디오용으로 사용할 경우, 어떤 출력관이든 단 한 번의 증폭으로 직열 3극관 대부분을 드라이브할 수 있다.

또 3결을 하면 증폭률이 낮아져 바이어스가 낮은 5극 출력관도 드라이브할 수 있다. 소리의 경향은 독일 Siemens 진공관 특유의 분해력 높은 섬세하고 정갈한 소리가 아주 일품이다. 이 진공관은 디지털 시대를 맞아 10여 년 전 우체국 불용품으로 분류, 대량 방출되어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였으나 지금은 그 효용성이 알려진 때문에 가격이 한 10배쯤 뛰었다.      


웨스턴  일렉트릭 436A와 레이숀 싱글 트랜스 결합으로 제작한 트랜스 프리앰프.  좌측은 전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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