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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호 Sep 02. 2018

음악과 소리는 여기서부터  다른 길을 간다 2

           

* 뮤직 세러피


음악이란 것이 내용을 알거나 가사를 알고 들으면 훨씬 가슴에 와 닿는다. 특히 남녀가 불협화음으로 헤어졌거나 다투거나 등등으로 괴로워할 때, 듣고 있는 음악은 마치 자기 자신의 이야기처럼 마음을 후벼 파고 들어오기도 한다. 그래서 음악은 알코올만큼이나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큰 역할을 한다.   

  

정말 슬픈 일을 겪은 사람에게는 뮤직 세러피의 하나로 더 죽을 만큼 더 슬픈 음악을 들려줘야 효과가 있다. 그래야 슬픔을 있는 대로 다 쏟아내고 다시 일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상스러운 말로 표현해서 '썩으려면 아주 팍 썩어야 거름이라도 된다'는 거다. 애인하고 헤어져서 슬픈 마음 헤아릴 길이 없는데, 뮤직 세러피랍시고 즐거운 음악을 들려주면 "속상하고 열 받아 죽을 것 같은데 너희들은 뭐가 그렇게 해피하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나는 자꾸 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무튼 이런 케이스가 아니더라도 음악에 대한 정보를 알고 들으면 그 음악을 한층 더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가서, 재생된 음악의 물리적 특징까지 알고 감상하면 훨씬 더 음악적 이해가  빨라지고 또 재생음의 다양성도 경험하게 된다.  이번에는 그간 모르고 지나갔을지도 모르는 재생음의 특징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할까 한다. 사실 해도 그만이고 안 해도 그만인 이야기를 나는 자꾸 하는 버릇이 있다. 이 이상한 짓은 아마 타고 난 모양이다. ㅋ     


오디오로 재생된 음악은 다음 5가지 특징을 갖는다. 그런데 실제로 이 다섯 가지를 생각하거나 인지하면서 듣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이 글을 읽으신 후 차분히 음악을 들을 기회가 있으면 하나하나 짚어서 들어 보시길 권한다. 알고 나면 같은 음악이었지만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고...ㅋ


    


1. <사운드 스테이지 : Sound Stage>

이것은 우리말로 '소리 무대'이다. 다시 말해서 지금 공연 중인 노래, 악기 소리 등이 현장의 어떤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공간이 그대로 듣는 사람 앞에서 재현되는 것이다. 대편성의 교향곡 같으면 엄청 큰 스테이지가 펼쳐지고, 사중주 같으면 네 명이 연주하는 작은 공간이 코앞에서 느껴진다.

즉 현장의  입체적이고 공간적인 구성 및 원근감이 재현되는 것을 의미한다.  음악을 그저 멜로디만 따라가면서 들었다면 이러한 느낌은 전혀 느낄 수 없는 영역이다.      



2. <이미지 : Image Specify>

우리말로는 '소리 자리' 정도로 보면 된다. 즉 악기나 가수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현악 4중주의 경우 제1 제2 바이올린이 왼쪽, 그리고 비올라 첼로가 순서대로 오른쪽에 위치한다. 그리고 음악을 들을 때 그렇게 느껴진다. 다른 말로 '정위감'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오디오로 듣고 있을 때 현악사중주에서 첼로 소리가 왼쪽에서 나고 바이올린 소리가 오른쪽에서 나는 것처럼 들린다면 그것은 오디오 세팅이 잘못된 것이다. 즉 신호 케이블의 레프트와 라이트를 바꿔서 꽂아 놓은 것이다.     

 

한편 팝 가수나 가요를 부르는 가수가 무대 좌우를 옮겨 다닐 때 그 소리도 따라서 옮겨 다니는 것도 바로 이 이미지이다. 그런데 이것이 따라다니지 않고 고정되어 있는 것처럼 들린다면 그것은 음악의 재생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TV를 볼 때 이러한 현상이 자주 일어난다.  그 이유는 TV에 내장된 스테레오 스피커가 너무 가깝거나, 설계가 엉망이거나, 그도 저도 아니면 개념이 없이 만든 TV 거나 그렇다.      


3. <역동성 : Dynamics>

재생 음악을 들을 때 실제 상황에서 들을 때와 똑같이 사실성을 갖는 느낌을 말한다. 그런데 마치 장막을 쳐놓고 듣는 느낌이거나, 볼륨을 줄이면 고물 라디오 소리를 듣는 것 같거나, 볼륨을 올리면 소란스럽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역동성이 빵점인 것이다. 아무튼 역동성이 좋은 오디오 재생음은 마치 라이브 음악을 듣는 느낌을 준다.     


4. <해상력 : Detail>

라이브로 음악을 들어도 못 듣는 것이 있다. 가수의 목걸이 귀걸이 부딪는 소리, 옷깃 스치는 소리, 활의 물리적 보잉 소리, 연주자의 숨소리가 그렇다. 바로 코앞에서 듣지 않는 한 그런 소리를 연주회장에서는 죽었다 깨도 못 듣는다.     


하지만 정말로 놀라운 것은 잘 만든 오디오로 듣는 재생음에서는 그것이 들린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바로 앞에 있는 마이크가 있는 그대로 받아서 녹음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음악에 흠뻑 빠져 들기도 한다. 정말 가수나 연주자가 내 앞에서 노래하거나 연주하는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것을 해상력이라고 한다.      



5. <사이즈 : Size>

음악을 듣는데 무슨 뜬금없이 사이즈가 나올까? 음악도 말라깽이 44 사이즈, 날씬한 55 사이즈, 평범한 66 사이즈, 발육이 잘된 77 사이즈가 있는 걸까? 근데 푸짐한 88 사이즈도 있나? 이거 궁금하다.

아니면 여자들의 신발 기준처럼 예쁜 발 230 240 언저리, 큰 발 250, 항공모함 270 같은 게 있는 걸까?     


맞다. 있다. 가수가 마이크를 가까이 대고 노래를 하면 88 사이즈가 되고, 멀리 떼고 부르면 44 사이즈가 된다. 다시 말해서 녹음될 때 입이 아주 크게 녹음되거나 정상적인 입 크기로 녹음되는 것을 말한다.  가요나 팝은 가수가 마이크를 가까이 대고 부른다. 그래서 재생될 때 입이 크게 느껴진다. 이것을 전문 용어로는 '빅 마우스 현상'이라고 한다.  반면 성악은 마이크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입의 크기가 적당하게 사실적  크기로 느껴진다. 악기도 이 같은  현상은 마찬가지이다. 이런 것들을 재생음의 사이즈라고 한다.     


끝으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한마디....

오디오로 재생된 음악을 듣는 장점은 누워서 들어도 되고, 자면서 들어도 되고, 밥 먹으면서 들어도 되고,  싫증 나면 뒀다가 들어도 되고, 좋으면 무한 반복해서 들어도 되고 아주 편리하다. 공연 시간 맞출 필요 없고, 자리도 항상 A석이고, 연주자는 늘 당대 최고수이고 가수도 늘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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