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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호 Sep 08. 2018

고물은 그냥 고물일 뿐이다 !

        

* 착각은 자유지만...   

 

세상 어떤 것이든 나이가 들면 정상적 기능에 장애가 오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사람도 늙으면 젊었을 때만큼 근육과 장기가 건강하지 못하듯이 기계도 오래되면 낡아서 제 기능을 못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오디오 역시 시간이 지나면 각 부품들이 노화되거나 망실되는 것이 많다. 또 과거 한참 전에 만들어진 부품들은 요즘 신기술로 만들어진 것보다 기능이 훨씬 못 미치는 것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마치 과거 6~70년대에 만들어진 기계들이 가장 좋은 것인 줄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더 심한 경우는 4~50년대에 만들어진 극장용 오디오가 최고의 것으로 착각하는 과대망상증 환자도 있다. 물론 기계를 구성하는 부품에 따라서는 당시의 부품이 지금 보다 더 나은 것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런 것은 300개의 부품이 들어간다고 가정할 때 그중 진공관을 포함해서 10%도 채 안 된다.    

 

 

독일 극장용 오디오.   빈티지 극장용 오디오는 주파수가 7,000Hz를 넘지 못한다. 

오디오가 오래되면 나타나는 특징은 기본적으로 소리가 이상해지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현상이 고음과 저음이 사라지고 중음만 나오는 것이다. 또 음의 선명성이 현격히 떨어지고 탁해진다. 따라서 악기 소리가 불분명해진다. 뿐만 아니라 낮은 저음 쪽에서 '웅'하는 잡음이 나는데 이것은 '리플 험'이라고 한다. 게다가 스피커를 통해서 자꾸 부스럭거리는 소리 또는 지글지글 거리는 작은 잡음과  '쉬 ㅡ'하는 잡음들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웃기지도 않는 소리와 함께 음악을  들으면서 어떤 이들은 이것이 '깊은 소리'라고 한다. 내가 보기에는 '착각이 깊은 소리' 같은데 말이다.           


이제 오디오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 몇 가지를 예를 들어 설명하고자 한다.   


        

* 콘덴서 (Capasitor)     


콘덴서는 두 가지 기능으로 사용한다. 하나는 평활 기능이고 다른 하나는 신호의 전달이다. 평활 기능은 교류 전원을 직류로 바꾸고 나서 남아있는 교류 성분을 제거하는 것이고, 신호의 전달은 교류의 일종인 음악 신호를 다음 단계로 넘겨주는 기능이다.      


콘덴서는 일정 구조물 속에 절연체(유전체)를 넣고 두 개의 도체가 마주 보는 형태로 만든다. 과거에는 용량을 키우기 위해 마치 두루마리 화장지처럼 둘둘 말아서 만들었다. 그러나 이렇게 제조하면 고주파 특성이 나빠진다. 때문에 요즘은 나란히 마주 보고 있는 형태로 제조한다.    

 

오일콘덴서

 

콘덴서는 안에 넣는 유전체에 의해 완전히 다른 소리를 낸다. 유전체의 종류로는 에어, 오일,  세라믹, 탄탈, 필름, 전해 등이 있는데 이 유전체에 따라서 콘덴서의 이름이 붙는다. 과거 콘덴서 제조 기술이 축적되기 전에는 주로 종이에 도체 피막을 입히고 그 속에 오일을 넣었다. 오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발되기도 하고 경화되기도 한다. 따라서 콘덴서의 용량이 급격히 감퇴한다.  4~50년대 오디오에는 대부분 이것이 들어있기 때문에 지금은 그 수명이 다한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전원부의 교류 성분이 제거되지 않아서 '웅-'하는 리플 험이 나고, 신호 전달도 제대로 되지 않아서 음이 불분명해진다.      


전해콘덴서


또한 6~70년대에 들어서는 필름콘덴서가 있었으나 초기에 나온 것은 용량이 너무 적고 필름의 재질이 좋지 않았으며, 후기에 나온 것들도 용량이 큰 것은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서 전원부에는 사용할 수가 없었다. 이때 주로 전해콘덴서를 사용하였는데 오일보다는 덜 하지만 이 역시 시간이 경과하거나 기계 내부에서 열을 받으면 전해 물질이 경화되는 현상이 있다.


빈티지 콘덴서


한편 세라믹이나 탄탈콘덴서는 용량이 아주 적은 것들이라서 특정 부분에 아주 조금 사용할 뿐이다.    


탄탈콘덴서

   

      

* 저항     


저항은 제조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다양한 종류의 저항이 생산되고 오차율도 1%나 0.5% 등으로 극히 낮아졌다. 뿐만 아니라 접점 부분의 접촉 불량이 적고 내열 용량도 커졌다. 그러나 과거의 저항은 대략 두 가지 방법으로 제조되었다. 크기가 작은 것들은 탄소 압착식이고 크기가 큰 것은 세라믹 권선형이다.     

 

탄소 압착식은 이른바 색동 저항이라고 하는데 색깔이 마치 색동저고리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저항은 가장 좋은 알렌 브레들리 같은 것일지라도 오차가 5% 이상이며 다른 것들은 10~20%에 이른다. 이런 저항류는 시간이 지나면 탄소가 열화 돼서 열 탄산 잡음을 일으킨다. 

     

색동저항


세라믹 권선형은 동그란 사기 막대 위에 저항 코일을 감아서 만든다. 이것은 가장 치명적인 것이 코일의 권선이 주파수 특성을 저해한다는 점이다. 또 사이즈가 커져서 내부에 장착하려면 거치대와 같은 설치물을 따로 장착해야 하는 등 좀 불편한 대목도 있다.          


  

*  트랜스포머     


진공관 앰프에는 반드시 트랜스포머가 필요하다. 트랜스포머는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하나는 전원 트랜스포머이고 다른 하나는 아웃 트랜스포머이다. 전원 트랜스는 220V로 들어온 교류를 각 파트에서 필요한 전압으로 다시 분배한다. 예를 들면 각 파트에서 필요한 전압인 500V, 6.3V, 45V, 4V 등의 2차 전압을 만들어준다. 이 2차 전압과 개수는 설계에 따라 오디오마다 다르다.      

아웃 트랜스는 진공관에서 증폭한 신호를 스피커의 임피던스에 맞게 전달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 부분이 앰프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다. 보통 이 전달 능력을 도자율(Permeability)라고 하는데 재질과 권선에 따라 소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때문에 아웃 트랜스의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아웃 트랜스는 플라스틱 보빈에 코일을 감고 코어를 끼워 함침 하는 과정으로 제조하는데 코어는 몇 가지 강제 자력 정렬과 열처리 공정을 거쳐 자속을 정렬한다. 이것을 전문 용어로는 'Grain Oriented'라고 한다. 일반 코어는 보통 5%의 실리콘과 95%의 철로 만든 얇은 철판인데 철 성분 속의 자속을 한쪽 방향으로 정렬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자속을 정렬시켜 놓으면 도자율이 높아진다.      


자속정렬 


코어의 기본 재질인 철에 섞는 것들로는 니켈, 코발트 등이 있는데 니켈은 섞는 양과 상태에 따라 하이퍼닉(50%), 퍼멀로이(75~80%), 아몰포스(가루 형태) 등으로 구분된다. 그러나 니켈은 재료가 기본적으로 고가이고 공정이 복잡해서 일반 코어에 비해 가격이 열 배 이상 넘기도 하기 때문에 시중에 판매되는 일반 오디오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니켈이 80% 섞인 퍼머로이 트랜스.  트라이어드에서 나온 유일한 전류 타입 싱글 트랜스이다. 

    

니켈을 50% 섞은 하이퍼닉 아웃트랜스


* 자속 방향이 흐트러진다    

 

이제 오래된 아웃 트랜스의 문제로 다시 돌아가 보자. 아웃 트랜스는 코어의 기능에 따라 음질이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이것이 어떻게 변하느냐가 관건이다. 우선 코어는 열에 약하다. 철이나 니켈로 만들어졌지만 충격이나 일정하게 열을 받으면 정렬해놓은 자속 방향이 흐트러진다. 자속 방향이 흐트러지면 도자율이 현격히 떨어진다. 때문에 고음과 저음이 줄고 중음만 나오며 음의 윤곽도 불분명해진다. 이런 현상은 꼭 열이 아니더라도 몇십 년이 경과되어 자연적으로 노화되어도 나타난다. 이러한 노화를 그나마 더디게 하려면 에폭시나 콜타르와 같은 재질로 몰딩 해서 보관하면 된다.     

 

몰딩된 상태의 UTC 트랜스


한편 어떤 전자제품이든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열에 노출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따라서 방열하여 모든 부품이 열을 덜 받도록 디자인하는 것도 오디오의 설계에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가전제품을 설계하고 디자인할 때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있다. 이른바 '에이징 타임(Aging Time)'이라는 것이 있다. 제품이 너무 견고해서 오래 사용하게 되면 신제품이 안 팔리기 때문에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어딘가 고장이 나게 하는 것이다. 물론 노화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 진실을 손에 쥐어줘도 모른다    

 

아무튼 이런 모든 현상들 때문에 오래된 오디오는 그렇게 바람직한 소리를 내지 못하는데, 그것이 마치 오리지널 사운드라고 믿는 분들이 있다. 이런 분들은 아무리 자세히 설명을 해줘도 잘못된 신념 때문에 절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그것이 '깊은 소리'라고 신뢰한다. 이런 경우를 들어 '진실을 손에 쥐어줘도 모른다'라고 하는가 보다.      


또한 관성의 법칙이 적용되기도 한다. 수 십 년 동안 이런 고물을 수집하고 나름 명칭과 연도, 특성 등을 남보다 잘 안다고 자부하고 있는 경우이다. 이렇게 골동품 수집 능력에 관성이 붙어 있는데, 그것을 한 순간에 버리기는 힘들다.  때문에 이상한 소리로 변질된 오디오임에도 불구하고 깊은 소리라고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주문을 걸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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