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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호 Sep 07. 2018

음악과 소리는 여기서부터
다른 길을 간다 6

    

ㅡ 에필로그 ㅡ    

 

아주 오래전 방송국에 가서 음악 해설할 때 이런 일이 있었다. 조금 쉽게 풀어서 설명했더니 담당 국장  왈 

"듣는 사람이 몰라도 되니까 좀 어렵게 전문 용어 써서 얘기해주세요" 

이해가 안 돼서 이유를 되물었더니 

"그래야 격조 있고 전문적으로 들리거든요"

참 어이없는 얘기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하지만 하던 대로 쉽게 풀어서 이야기하고는 얼마 안 돼서 그 프로그램 출연을 그만뒀다. 잘렸다.     


이번 포스팅은 사실 너무 어려운 내용이다. 아무리 쉽게 풀어서 설명해도 안 되는 대목들이 많다. 따라서 자동적으로 '격조 있고 전문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음악을 듣는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이야기이다. 이유는 전문가들이 알아야 할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왜 주저리주저리 얘기를 하냐고  물으신다면 참 답이 궁하다. 그래도 이미 시작한 스토리 중 여섯 번째 대목이니 그냥 할 수밖에 없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랄 뿐이다. 양해를 못하시겠다는 분을 위해 멋진 연주자 사진 한 장 올려놓고 시작할까 한다. 이것도 마음에 안 들면 쭈욱 스킵하시고 맨 끝의 마지막 한 패러그래프만 읽으시면 된다.  



   

오디오를 통한 음악의 재생에 있어서 음향학에서는 다음 4 가지가 매우 중요하다. 

1. S/N비 (signal versus noise)

2. 왜율 (Distortion)

3. 주파수 범위 (Frequancy Range)

4. D.F. (Damping Factor)     


     

첫째  <S/N비>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례는 라디오에서 찾을 수 있다. 다이얼을 돌리다가 원하는 방송을 정확히 찾으면 깨끗이 들리고, 조금 잘못 돌려서 방송 대역을 지나가면 지글지글 보글보글 거리면서 라디오가 된장찌개 아니면 김치찌개를 끓인다. 이것이 앞서 말한 원문대로 '신호 대 잡음 비율'이다. 즉 재생되는 신호에 얼마만큼 잡음이 섞여 나오느냐를 말한다. 음악을 듣는데 왠지 좀 소란스럽고 깨끗하게 들리지 않으면 잡음이 많이 섞여 나오는 것이다. 반면 고요하고 깨끗하게 음악이 들리면 그것은 S/N비가 높은 것이다.   

   

이 S/N 비는 두 가지가 있다. <Static S/N비>와 <Dynamic S/N비>이다. 전자는 신호를 넣지 않았을 때 측정하는 S/N비이고, 후자는 신호를 넣었을 때 측정하는 S/N비이다. 이것은 오디오의 설계와 부품의 배치, 재질이 많은 영향을 끼친다.     

     

둘째 <왜율>     


이것은 쉽게 말해서 찌그러짐이다. 음악을 듣는데 왠지 찢어지는 소리 비슷한 느낌이 들거나 찌그러지는 듯한 느낌이 들면 그 재생음은 왜율이 높은 것이다. 스마트폰이나 이어폰에서 이런 현상은  쉽게 발견된다.  또 오디오에서는 과도하게  볼륨을 높일 때도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이것을 전문 용서로는 클리핑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대량 생산된 오디오도 이런 디스토션 현상은 종종 일어난다.    

  

이밖에도 왜율 높은 소리로는, 자동차에 확성기를 매달고 고등어, 갈치 사라고 떠드는 소리나, 학교에서 애국가를 부를 때 교정에 매달린 스피커에서 빽빽 거리며 나오는 반주 소리 등을 들 수 있다. 

이렇게 음악에서 왜곡이 발생하는 이유는 설계의 오류, 허용 입력 초과, 부품의 노화 및 파손, 저질 방송과 녹음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일부러 왜율을 높여서 오디오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기타 앰프라는 오디오는 설계할 때부터 이렇게 왜율을 높여서 만든다. 때문에 공연 중 기타 연주의 묘한 음색과 다이내믹한 소리, 그리고 귀를 한없이 자극하는 전율적 음향 퍼포먼스를 실현한다.      

     


셋째  <주파수 범위>  

   

쉽게 말해서 음의 폭을 말한다.  보통  재생음은 40 헤르츠에서 20000 헤르츠 정도이다. 물론 이 보다 더 낮고 또 높은 영역도 나오지만 사람은 듣지 못한다. 이 이상을 듣는 경우라면, 그가 말할 때 멍멍 소리를 내거나 짹짹 소리를 낼 것이다.      


재생된 음악이 챙챙 거리면서 저음이 없는 듯하면 그것은 낮은 주파수가 안 나오는 것이다. 스마트폰이나 이어폰 등이 그렇다. 이 경우 음악의 사운드 스테이지, 이미지 등은 전혀 느낄 수가 없다. 때문에 그저 멜로디만 따라가는 것이지 진정한 음악의 깊이에는 절대 도달할 수가 없다. 

또한 스피커에서 뭔가 명료한 소리가 사라지고, 장막을 두른 소리가 나거나 고음이 안 나오는 것처럼 느껴질 때는 높은 소리를 내는 스피커 트위터 부분이 망가진 것이다.




넷째 <댐핑 펙터>   

  

음악을 들을 때 뭔가 정리가 잘되게 느껴지고, 타악기 소리가 명료하게 느껴지면 그것은 댐핑 펙터가 높은 재생음이라고 할 수  있다. 댐핑 펙터란 자동차로 비유하면 브레이크 기능이다. 자동차의 경우도 승용차와 대형 트럭의 브레이크 사이즈와 패드의 개수가 다르듯이 오디오도 마찬가지로 댐핑 펙터가 다르다.   

   

보통 자동차에서는 한 개의 브레이크 내부에 분리된 패드가 여러 개 병렬로 장착되어 있다. 다 그런  것은 아니고 고급만 그렇다. 이것의 표시는 P로 나타낸다. 일반적인 자동차들은 2P이나 2억 2천만 원쯤 하는 궤짝같이 사각형으로 생긴 벤츠 '지바겐'이라는 차종은 6P나 된다. 아무튼 이렇게 오디오에서 브레이크 기능을 하는 것이 댐핑 펙터이다. 댐핑 펙터가 좋으면 소리가 나오다가 멈추다가 하는 변화에 잘 대응해서 다이내믹이 좋아진다.      


오디오 역사 중에서 오늘날의 다양하고 독특한 패러다임의 기기와 압축파일, 무 손실 파일 등등 소프트웨어는 앞으로 많은 발전이 계속 이루어질 것이고 또한 검증의 과정도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이 부분은 추후 충분한 검토를 거친 후 또다시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상으로 지루한 <음악과 소리는 여기서부터 다른 길을 간다>를 마친다.      

그동안 지루한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특히 가장 지루하고 재미없는 에필로그를 읽으신 분들은 앞으로 복 받으실 것이며, 사랑이 이루어지실 것이며, 신의 가호가 있으실 것이다.    


  

                                                        김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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