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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호 Sep 06. 2018

음악과 소리는 여기서부터
다른 길을 간다 5

  

* TR과 신기술의 시대    

 

이 시기는 소리나 음악의 재생 영역에서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가 폭발하는 때이다. 뿐만 아니라 기술에 있어서도 그동안 상상하지 못했던 신기술이 등장하여, 음악이나 소리를 재생하고 저장하는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양적 팽창이 질적 저하를 가져온 것도 사실이다. 기계적 정확성이라고 해서 정서적 정확성까지 확보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또 애정 어리고, 정성이 담기고, 애지중지하는 시대가 종 치고 막 내리는 시기이다. 반대로 음원 구하기가 동정 칠백 리를 내 당나귀 타고 가기만큼 쉬워졌고, 또 먹고 남은 빵 부스러기처럼 버리기도 쉬워졌고, 상가 집 개처럼 잊히기도 쉬워진 그런 시대가 온 것이다.    

       


* 트랜지스터 라디오   

  

1954년 첫 선을 보인 트랜지스터 라디오는 이른바 진공관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즉 트랜지스터(TR)가 모든 진공관을 대체하면서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것은 증폭 소자의 생산이 수공업에서, 기계로 마구 찍어내는 자동화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류 최초의 트랜지스터 라디오는 텍사스 인스트루먼츠社와 I.D.E.A. 에 의해 공동 개발됐다.  최초 시판 모델은 리젠시 TR-1(Regency TR-1)으로, 손바닥만 한 사이즈였다. 정확한 크기는 7.65X12.7X3.1cm에 무게는 340g이었으며, 당시 가격은 49.95 달러로 오늘날의 구매력으로 환산하면 약 400달러 정도로 우리 돈 50만 원쯤 했다. (사진 참조)    

 

이 라디오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라는 소자는 1947년에 미국의 전화회사 AT&T(American Telephone and Telegraph Company)의 벨연구소(Bell Labs) 소속 고체 물리학자 윌리엄 쇼클리(William Shockley), 존 바딘(John Bardeen), 월터 브래튼(Walter Brattain)의 세 사람이 만들었다. 이들은 금으로 만든 두 개의 전극을 게르마늄 결정에 접촉시킬 때 입력된 신호보다 출력된 신호가 커지는 현상을 토대로 세계 최초의 쌍극자 접촉 트랜지스터(Bipolar point-contact Transistor)를 발명했다. 3인의 공동 연구는 1956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는다. 이것이 곧 TR이라 불리는 혁명적 소자이다.   


       

 * 카세트테이프   

   

요새 면도기나 진공청소기를 주로 만들어 파는 네덜란드의 필립스가 1963년에 발명한 음원 저장 매체이다. 얇고 긴 테이프에 자성을 입혀서 음원을 저장도 하고, 또 지우고 다시 쓸 수 있게 했다. 카세트테이프의 대량 생산은 1964년 독일 하노버에서 시작됐다. 우리 주변에서는 불과 십 년 전만 해도 자동차에 모두 카세트 데크가 내장될 만큼 카세트는 널리 보급되었다.   

   


또한 1979년 소니에서 개발한 휴대용 카세트 데크 '워크맨'은 1억대가 넘게  팔리기도 했다. 그런데 참 세월은 무섭다. "언제 소니가 뭘 어쨌다고?" 하는 듯이, 지금 그것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음향 산업에 있어서 백색  가전제품의 황제였던 소니는 그저 뒷방 늙은이가 된 지 오래이다. 또 샤프펜슬의 신화로부터 시작하여, 일본 음향 산업의 선두 주자였던 샤프도 이제 중국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풀어진 테이프가 뒤엉켜 버리거나 늘어져 버렸을 때 연필을 구멍에 넣고 정성 들여 돌돌 감아서 다시 들었던 추억마저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있다.   

       

 


  * CD     

 

CD는 1976년 필립스와 소니가 발표한 CD-DA(Compact Disk-Digital Audio)라는 기술을 토대로 만들어진 오디오 하드웨어이자 소프트웨어이다. 1982년 레드북 규격에   의해 상용 제품이 처음 등장했다. 기존의 LP판이나 테이프에 비해 전혀 잡음이 없었고, 또 구동하기가 쉬워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SK와 새한에서 외국의 유수 음반 업체로부터 음원을 공급받아서 CD를 제작 판매했다.     

  

본래 이 CD는 1983년 국제표준 제정기구(ISO)에서 공식 기준으로 인가를 받아 ‘ISO-9660 REDBOOK’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됐다. 이 규격이 레드북인 이유는 불온서적이 아니라 규격서의 표지가 빨간색이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이 규격서가 아닌 다른 '레드북'을 지니고 있으면 반공법 위반으로 반 죽여놨다.      

CD는 지름이 12cm 밖에 되지 않지만 Compact라는 말이 뜻하듯 촘촘하게 방대한 양의 정보를 담아냈다. 대략 74분 정도를 담아낼 수 있으며, 44.1kHz로 녹음할 수 있어 소리가 깨끗하다. 쉽게 말해서 인간이 들을 수 없는 소리의 영역으로 녹음을 가져가서 지지고 볶고 저장한 후, 재생할 때는 도로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영역으로 되돌려놓는 방식이다.   


        

 * MP3(MPEG Audio Layer-3)     

 

이른바 손실 압축은 1983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의 Osca Bonello 교수가 아이디어 차원의 MP3 골격을 만들었다. 이후 AT&T 벨 연구소, 톰슨 사 와 함께 독일의 프라운호퍼가 1987년 상용화된  MP3를 개발한다.  MP3는 MPEG1의 오디오 규격으로 개발된 손실 압축 포맷이다.  압축이 돼있지 않은 PCM 음원보다 용량을 1/10로 획기적으로 줄인 음원 포맷이다. 웨이브 파일로 가요 한 곡은 대략 40메가 바이트쯤 되는데 MP3로 압축하면 4메가 바이트면 된다. 그래서 CD 한 장에 MP3를 구우면 200곡가량 들어간다. 참으로 엄청난 거다.    

 

이 MP3의 녹음 방식을 쉽게 설명하자면, 음원을 시간 영역의 소리가 아니라 진동 영역의 소리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즉, MP3는 소리를 시간에 따른 크기 변화 그대로 저장하지 않고, 시간 영역에서 샘플링 한 데이터를 진동수 영역으로 변환한다. 그리고 우리 귀에 민감하진 않은 진동수 영역의 데이터를 조정한 후에 압축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저장하는 것이다. 쉽게 설명하려고 했는데도 쉽지 않네.      


현재 일부 영역의 음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음악 음원이 MP3나 FLAG파일 형태로 인터넷에서 거래된다. 쉽게 사고 쉽게 복제해서 돌려쓰고, 또 좀 지나면 버린다. 그게 현실이다. 그래서 소프트웨어만큼이나 가수나 연주자들의 생명력도 짧다. 또 음악을 진지하게 제대로 된 시스템으로 듣지 않고, 핸드폰 같은 것으로 들으니 음악의 진정한 깊이를 느낄 수 없다. 때문에 가슴 깊이 저리게 느끼지 못하고, 얇고 가볍게 느끼고 만다. 그래서 이 시대를 다시 정의하고 싶다. 대량 생산, 대량 소비, 대량 폐기의 시대로....


그런데 시대가 그런 걸 어쩌랴. 그것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문법이고 또 트렌드인 것을.    

 

이하, 지금 통용되는 DVD, FLAG(손실 없는 압축) 등은 큰 차이가 없는 것이기에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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