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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호 Sep 04. 2018

음악과 소리는 여기서부터  다른 길을 간다 4

  

<1901년부터 LP의 시대까지>      

    

* 오디오의 황금시대     

이 시기는 인류 역사상 가장 암울하고 잔인한 때가 아니었나 싶다. 1914년 시작하여 4년간 9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1차 세계대전이 그렇고, 1939년부터 시작하여 7년간 계속된 2차 대전은 7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반면 전쟁의 기술은 놀랄 만큼 발전해 나갔다. 전쟁에서는 반드시 통신 수단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 통신 수단이라는 것이 곧 신호이고 소리이다. 1차 세계대전 때는 주로 유무선 전화기와 모스 부호의 전신기를 이용하였다. 2차 세계대전 때는 통신에서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발전된 장비를 사용하게 된다.     

 

아울러 이 시기에는 라디오와 진공관과 전기가 만들어가는 오디오의 황금시대라고도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음악을 재생하는 데 있어서는 질적으로 대단히 비약적으로 발전한 시기이다. 특히 당대에는 오디오와 통신 관련 비즈니스가 가장 각광받는 분야이기도 했고, 또 군사용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도 동시에 비약적으로 발전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군 통신장비


* 크리스털 라디오     

나이가 제법 된 사람들은 과거 국민학교(초등학교) 과학 시간에 광석라디오를 만들어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 광석 라디오는 크리스털 라디오(Crystal Radio)라고도 한다. 최초로 발명한 사람은 인도 과학자 찬드라 보즈와 미국의 발명가 그린리프 위티어 피카드이다. 이때가 1904년이다. 이것은 전기가 필요하지 않으나  신호가 너무 미약해서 이어폰으로 밖에 들을 수 없다.

          



* 3극 진공관 발명     

드  포레스트(Lee De Forest)는 증폭과 통제가 가능한 3극 진공관(triode)을 발명했다. 이것은 증폭 소자의 시조새라고 할 수 있다. 이 3 극관으로 신호를 크게 증폭하여 장거리 유선, 무선통신과 중계 증폭을 통해 방송을 들을 수 있는 신기원을 연 것이다. 다시 말해서 본격적으로 라디오와 오디오 시대의 서막이 올랐다는 의미이다. 이 삼극 진공관은 오디오로 만들 경우 그 성능과 소리의 뛰어난 재생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3극 송신관으로 필자가 만든 오디오 참조)     

군사용 통신 공신관 211로 만든 싱글 앰프



한편 삼극 진공관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포탄의 탄도 거리를 계산해내는 최초의 컴퓨터 애니악에 18,000개가 들어갔다. 또 독일군의 이동용 무전기 100W.S에 RS237과 RS241 삼극 진공관을 사용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육군 공군 해군 등 모든 군사용 송수신 장비에는 수많은 종류의 삼극 진공관을 사용하였다. (군사용으로 개발된 RCA 801A 진공관으로 필자가 제작한 앰프)    

RCA 801A 송신관으로 만든 앰프


      

* 진공관 라디오      

초기의 진공관 라디오는 모두 배터리로 구동되었다. 때문에 마치 LP가스를 가정에 오토바이로 배달하듯이 축전지를 배달하는 사업이 번창하기도 했다. 영국의 유명한 스피커 제조회사 '탄노이'도 애초에는 찌질한 축전지 배달업으로부터 출발했다. 그러다가 유엔본부 PA 시스템 구축 등으로 명성을 쌓아갔던 회사이다. 말 그대로 시작은 미미 했지만 그 끝은 창대해진 셈.      


1940년대 이후 상용 전지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납축전지나 건전지를 사용해 들을 수 있는 휴대용 라디오 시대가 도래했다. 뿐만 아니라 교류 전원을 직류 전원으로 바꾸는 트랜스포머와 다이오드 및 콘덴서, 그리고 평활 기술(교류를 직류로 바꿀 때 남아있는 교류 성분을 없애는 기술)도 크게 발전하여 가정용 라디오에서는 배터리가 사라지게 되었다. (초기 축전지 구동 라디오 사진 참조)     

     



* 진공관 오디오의 원조     

Western Electric 7A 앰프와 10-D 스피커

전화회사 또는 통신회사로 잘  알려진 '벨(Bell )'의 후신이 웨스턴 일렉트릭이다. 벨은 후기에 벨연구소로 부활하여 전기, 전자 분야에 혁혁한  연구 결과를 내놓는다.  이 회사는 당시 캐나다에 노던 일렉트릭, 영국에 STC, ITT 등 몇 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었고, 진공관을 비롯하여 수많은 군사 장비와 통신 및 방송장비를 제작하였다. 당시에는 이것이 지금으로 따지면  AI보다도 훨씬 더 각광을 받았던 분야이다.      

1921년에는 세계 최초로 진공관 오디오를 개발한다. 마이크나 라디오를 연결하면 훨씬 크게  증폭되어, 원형 나팔 스피커인 10-D를 통해 나온다. 이 오디오는 1920년대 중후반 마그나복스에서 카피 제품이 나오기까지 했다. (사진 참조)
 실제로 보면 오디오의 생김새도, 복숭아처럼 생긴 216A라는 진공관도 너무나 아름답다. (사진 참조)
          



* 직접 방사식 스피커     

영구 자석에 가는 코일을 끼우고, 코일의 한쪽에 종이, 플라스틱, 금속 등의 재질로 만들어진 진동판을 동그란 모양으로 만들어서 붙인 현대적인 스피커의  원형이다. 체스터 라이스(Chester W.Rice)와 에드워드 켈로그(Edward W. Kellogg)가 개발하여 1924년 특허 출원하였다. (피어리스 초기 스피커 사진 참조)  


             

* 자기 테이프 발명      

1928년 자기 테이프가 발명되었다. 얇은 두루마리 종이에 래커 칠을 한 뒤 가는 산화철 가루를 묻혀서 만든 것으로 프리츠 플로이머가 발명했다. 이것은 나중에 릴 테이프로 발전하게 된다. 그러나 대중적 상용화는 되지 않았고 주로 방송국 녹음용으로 사용되었다. (사진 참조)       

릴데크

   

* LP(Long Playing Record)      

재생 시간이 턱없이 짧고, 또 잘 부서지는 SP 판이 비닐이라는 수지의 등장으로 종말을 맞았다. 바로 이렇게 등장한 것이 LP판이다. 1940년대 세계 2차 대전을 거치면서 중화학 공업과 고분자 물질, 그리고 석유 화학 사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플라스틱을 만들어낸 것이다. 역시 전쟁은 인류에게 참으로 씻을 수 없는 어두운 역사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과학을 눈부시게 발전시키기도 한다.   

   

LP판은 염화비닐 수지로 만드는데, 정밀하게 소리 골을 새겨 넣을 수 있는 프레스도 동시에 개발되어 1948년 6월 21일에 뉴욕의 월도프 아스트리아 호텔에서 콜롬비아 사 주최 LP 발표와 시연회가 개최됐다.      


LP판의 장점은 SP판에 비해 재생 음역대가 넓어져서 소리도 대단히 깨끗하고 정확했다. 이후 LP판은 1년 만에 미국의 모든 레코드사에서 LP로 음반을 낼 정도로 엄청난 속도로 보급됐다. 아울러 재생할 때 소리 골에 넣었던 음을 되살리는 포노 이퀄라이저의 곡선도 RIAA(Recording Industry Association of America) 커브로 단일화되었다. (사진 참조 : 턴테이블과 LP판)     



참고로, LP판 수 만장이 있다고 자랑하는 과시형 마니아가 종종 있다. 솔직히 음반은 300장 ㅡ500장 내외에서 계속 번갈아 듣는다. 나머지는 쌩 폼이다. 그리고 특히 LP판은 이른바 '똥 판'이라는 게 부지기수이다. 다시 말해서, 떨이로 돌아다니는 LP판은 수만 장을 사도 몇 푼 안 한다.     

 

정말 LP로 음악 듣기를 좋아하는 마니아는 음반을 180g 초반이나, 좋아하는 판을 골라서 한 장 씩 정성 들여 사서 모은다. 이렇게 사서 모으면 LP판이 2천 장을 넘기 힘들다. 왜냐면 180g  초판 급이면 리프레스된 것이라도 한 장에 5 만 원 이상 한다. 진짜 초판이면 가격은 말할 것도 없다. 뿐만 아니라 초판이 아니더라도 2 에디션 3 에디션도 레퍼토리가 좋은 것이면 몇 만 원을 훌쩍 넘는다. 이른바 명반은  1천 장만돼도 들어간 비용이 억대가 넘는다.     


과거 음악다방이나 나이트클럽에서 막 다뤄서 소리 골도 남아나지 않은 똥판을 수 만 장 있다고 자랑하는 사람 앞에서 절대 기죽지 마시라. 또 내용도 모르고 왜 샀는지도 모르는 빽판 급 클래식 LP판 수 만 장 있다고 자랑하는 사람, 절대 존경스레 볼 필요도 없다. 단 한 장의 CD나 단 한 장의 LP판이라도 본인이 내용을 알고 아끼고 자주 듣는다면 그게 명반이고 귀한 음반이다. 그래, 안 그래?..........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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