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선호 Sep 10. 2018

은(銀) 트랜스에 대한 불편한 진실

    

이 글은 그저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기 때문에 꼭 맞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는 넘어가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하기에 여기에 남겨두려는 것이다.


오디오는 개인 취향이 강하고 비논리적 감성이 부분적  또는 전체적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주관적 개뻥도 양념처럼 들어가서 어떤 특정한 재질이나 회사의 부품을 사용하면 천상의 소리가 되는 것처럼 과장되기도 한다.      

여기서는 간단히 은 트랜스에 대해서만 잠시 언급코자 한다. 사실 은 트랜스가 어떤 동네에서 어떻게 제작되었는지는 구체적으로 보지 않아서 정확히 말하기는 어려우나 아무튼 대체적인 우리나라 상황과 사정으로 미루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은 트랜스는 은 코일로 감은 트랜스이다. 은의 전기적 저항은 1.62(또는 1.59) ×10의 ㅡ8승이다. 구리는 1.69 ×10의 ㅡ8승이다. 이 두 물질의 차이는 은이 거의 미미한 수준에서 앞서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한 가지 사실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전기저항은 길이에 비례하고 단면적에 반비례한다. 이를

도선의 길이, 단면적과 저항의 관계를 식으로 나타내면, 도선 상의 두 점 사이의 길이를 L, 단면적을 A 라 할 때 두 점 사이의 저항은 R =ρ L /A 이 된다.    

 

따라서 은 코일의 직경보다 10%만 더 굵은 구리 코일로 감으면 저항은 은 코일의 저항 보다 훨씬 더 적어진다. 효율이 더 좋아지고 가격 면에서도 훨씬 저렴해진다. 결국 은 코일은 실효성 면에서 의미가 미미하다는 사실이다. 그냥 재미삼아 해보면서 소리가 좋다고 취향적 수준으로 말한다면 뭐 따질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또한 은 코일은 실효성이 없기 때문에 재질의 일정한 두께, 균질한 순도, QC가 철저한 메이저에서는 제작하지 않는다. 반면 은 코일을 주문할 경우 소규모 마이너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그 굵기의 균질성, 순도, 에나멜 코팅의 두께 등을 검증할 방법이 없다.   

   

트랜스는 코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코아가 몇 백 배 중요하다. 때문에 코일 재질이 '은이냐' '구리냐'를 가지고 따지면서 효율을 논하는 것은 엄청난 난센스라고 할 수 있다. 아웃 트랜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1차 측 신호를 2차 측에 얼마만큼 정확하게 전달해주느냐에 달렸다. 그것을 도자율(Permeability)라고 한다.      

국내에서 돌아다니는 일반적인 코어는 자속 정렬이 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이것을 넌 오리엔티드(Non - Oriented) 코어라고 한다. 대부분의 아웃 트랜스는 이것으로 만드는데 이것은 신호의 도자율이 8,500 정도 된다.

자속 정렬



그리고 몇 가지 복잡한 공정을  거쳐서 자속 방향을 정렬시킨 코어를 ‘그레인 오리엔티드(Grain Oriented)’라고 하는데 이걸 보통 S , Z 코어라고 한다. 이것을 특별히 가지고 있는 제작자들이 있다. 그들 말로는 미국에서 구했다고 하는데 거기까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때문에 그냥 믿는 수밖에 없다.     


이 오리엔티드 된 코어는 도자율이 30,000이다. 따라서 일반 코어에 비해 신호 도자율은 3.5배쯤 됩니다. 즉 스피커로 나오는 정보의 양이 상대가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Z 코어를 써서 만들어주는 트랜스는 일반 코어 트랜스 보다 두세 배 가격을 받는다.       


그 보다 더 한 것이 있다. 니켈이다. 니켈을 철과 5:5로 섞어서 코어를 만들면 ‘하이퍼닉이’라고 한다. 이것은 도자율이 50,000이다. 따라서 일반 코어보다 정보량이 6배 가까이 많아지는 괴물이 된다. 주파수 레인지도 엄청 넓어진다. 말하자면 철심 코어 트랜스는 '도란스'가 되는 것이고 니켈 코어 트랜스는 '트랜스포머'가 되는 셈이다.     


코어 재질에 따른 도자율


다시 이제 정리해 본다. 은 코일에 일반 코어를 끼워 만든 트랜스는 허접하고 믿을 수 없는 '은 코일 도란스'이며 구리 코일에 니켈을 끼워 만든 트랜스는 '니켈 트랜스포머'가 되는 거다. 우리는 뭘 쓰는 게 좋을까. 그냥 Z 코어 정도만 써도 내 생각에는  훌륭한 트랜스포머가 된다고 본다.     


예전에 어떤 사기꾼이 은 트랜스라고 엄청 비싸게 트랜스를 판 적이 있다. 그런데 보빈 밖으로 나온 리드선 부분만 10Cm 정도 은선으로 납땜해서 눈속임했다가 들통이 나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그 회사는 지금도 버젓이 진공관 오디오를 만들어 고가에 팔고 있는 '올무신무신' 회사이다.  

    

참고로, 니켈이 다 좋은 건 아니다. 80%가 섞인 퍼머로이는 도자율이 100,000이지만 전류가 허용치보다 더 흐르거나 설계가 잘못되면 포화되어서 저음이 다 상실되어 버린다. 하이퍼닉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국내 어떤 회사가 니켈로 트랜스를 만들어 판 적이 있는데 상당량이 포화되어 버리고 니켈 트랜스에 대한 축적된 노하우가 없이 제조해서 트랜스의 저음이 완전 실종된 경우가 많았다.      


아무튼 은 트랜스라는 막연한 기대감이나 경외심은 버리는 것이 건강에 좋다.  그저 은 트랜스랍시고 부앙 부앙 거리면서 장난치는 상술에 넘어가지 않기를 바라면서...               

매거진의 이전글 고물은 그냥 고물일 뿐이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