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소리에 어제를 버리다 2

풍경(風磬)소리에 어제를 버리다 2

김선호

운길산 송촌리 동네길

이팝나무 조팝나무 아카시아

5월 하늘 눈꽃이 개락났다

꽃길 속 외주물집 흘깃흘깃 본들

채꾼 간 데 없다

도사리 뽑으러 갔는 지 마실 갔는 지

주인도 없는 데 채꾼이야 있을까만은...

비게질하는 소도 없는 마당에

채꾼이야 있을까만은...

어둑한 그림자 지닌 솔수펑이 지나

수종사(水鐘寺)오르는 자드락길

노란 애기똥풀 반긴다

곳곳에 널부러진 고사목 주변

다섯줄 무늬다람쥐 노닐 때

산행나온 가시버시

귀여움 겨워 손 흔들어 어른다

산짐승 어찌 땅콩도 안주고

공으로 꼬셔질까 쳐다도 안본다

경사진 길섶 나무마다 풀마다

물자리 아니어도 너겁이 지천이다

돌계단 끝으로 경내 들어서면

맷돌에 고인 샘물

어처구니 구멍 넘어 흐른다

껑충하고 누런 방짜 불기(佛器)에

마지(摩旨) 올리는 공양주 손 바쁘다

천수경 예불 소리에 멈추는 걸음

재넘이는 법당 촛불, 벌불 만들고

금단청 두른 공포 지나

이익공 초익공 사이로 든다

이내 대웅보전 풍경(風磬) 만지면

그 소리 경학원(經學院) 우물마루에 떨어진다

등밀이 세살 창호 흔들어

시간이 정지한 듯 세월이 멈춘 듯

풍경소리 어제를 버린다

종루길 내려와 눈이 멎는 곳

늙은 은행나무 어깨 위로 은행나무 자란다

그 위로 하늘 머문다

늘어진 가지 아래

버덩에는 엉겅퀴 가득

마음에 여전히 어수선한 엉겅퀴 가득한 채

산사(山寺) 내려온다

머리 뒤 들릴 듯 말 듯 풍경소리

퀭한 하늘보면

돌길  걷는건지 시간 위  걷는건지

어제가 버려질 듯도 하고

말 듯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