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방 2 / 김선호
한여름 기차역만큼 무거운 날
너는 철길 따라 오는 눈부신 바람
무엇을 먼저 이해해야 할지
무엇을 먼저 말해야 할지
가슴 가득 보따리 묶여있다
시간이라는 안개같은 노름판
노동이라는 판돈 걸고
삶의 화투장 열어볼 때
너는
밤마다 가슴에 듬성듬성 박히는 별
얼마나 먼 길 떠나왔는지
돌아보는 편지를 쓰며
다시 알게 되었다
너를 보면 할말이 너무 많아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너의 시간은 순식간에 달아나지만
나의 시간은 너무도 느린 지금
더러는 잠청하려 열까지 센다
수만번 열을 세는 길고 긴 밤
내일은 또 너의 그림자를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