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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호 Nov 18. 2018

마다가스카르로 가자

마다가스카르로 가자 / 김선호


우리는 지금 유령으로 살고 있어

똑같은 주의사항과 도덕책을 읽고 붕어빵 속에서 허망한 내일을 갖도록 종용받고 키를 대보면서 자가 복제를 계속하고 있어

그게 직업이라는 것

그렇게 복제될 때마다 마다가스카르를 꿈꾸는거야

 그 곳으로 돌아가야 할 껄?!

우리는 거기서 왔다고 하잖아

어떤 시러배 아들놈은 아닐 수도 있다고 그러기는 해

그렇지만 마다가스카르로 가자

그 곳은 신비한 북소리가 아침처럼 떠오르고 모론다바의 노래가 바오밥나무의 새끼를 치고 황토 바람 속에서 태양의 춤이 투명한 알을 낳는 곳이야


조명을 바꾸면 밤의 정원에서 또 다시 사랑을 두려워 할거야

사랑은 귀 기울여 주지않는 이별이 두려워 연필을 깎아놓고 기다리고 있어

꿈 속에서 마다가스카르를 그리려고 그러나?

그냥 기다리면 복제의 유령은 또 다른 유령의 소비재가 될지도 몰라

불평등의 시대에는 원래 유령이 유령을 팔고 사는 시대거든

유령도 잉여 유령이 많아

대가리가 네모난 못으로 유령이 들어오는 문에 빗장을 친다

혼이 들어오는 구멍을 막고 마늘을 씹으면 들개의 눈빛으로 살아가는 유령이 된다

그럼 선글라스를 쓰고 마다가스카르로 가자


그 유령은 또 뭘 하는거지?

또 뭐가 되는거지?

그것은 수없이 복제되는 것

제자리에 가만히 서있는 것

오래 서 있으면 다리도 허리도 아플 껄

괄호열고 허리 디스크가 있는거니? 몇 번 째 요추인가? 괄호닫고

죽음을 두려워 하는 것

계속해서 어제가 반복되는 것

비긴어게인이 아니고 리셋어게인일 껄

사랑이 금목걸이를 전당포에 저당 잡히고 기차타고 떠나는 것

금목걸이는 깨어나지 못하는 끝없는 잠에 빠져든다

괄호열고 금목걸이는 전당포 주인이 다른 가슴 아픈 것들과 함께 녹여서 금괴를 만들 껄 괄호닫고

그림자는 경적 소리를 가슴에 품고 아파트 난간에 목 매달아 죽는다


빙하의 바람이 불지만 그래도 아직 따뜻한 커피 한잔이 남아 있다

아프리카의 커피

커피를 들고 당간지주 앞에 서서 마다가스카르행 비행기를 기다린다

거기는 직항이 없대도 그러네

하지만 하이마트(Heimat)

괄호열고 전자제품은 안 팔아 괄호닫고

마다가스카르를 꿈꾸는 유령이 집으로 가는 길에는 12월과 1월과 2월의 세 가닥 전깃줄 사이로 보름달이 덩그마니 매달려 있다

보름달도 목을 매달려는 걸까?

천만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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